군 이러닝(E-Learning)과 우리대학교의 실태

기자의 기억 속 군 생활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온도계가 고장 났다고 생각될 만큼 말도 안 되는 날씨에 밖에서 근무를 서며 머리가 굳어갔던 기억들. 추억이라 말하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굳어진 머리로 복학한 후 다시 공부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갖는데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군 복무는 대학생들의 학업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방부에서 지난 2007년 8월부터 ‘군 이러닝(e-Learning)’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군대에서도 학점을 딸 수 있는 군 이러닝의 자격은 ‘대상 대학에 소속된 군 휴학자로 현재 복무 중인 자’이며 해당 학생들은 한 학기에 6학점씩, 1년에 최대 12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이러한 군 이러닝에는 2014학년도 2학기를 기준으로 110개의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복무 중 군 이러닝을 이용할 수 없다. 우리대학교가 군 이러닝 제도에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왜 우리대학교는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것일까? 그 속사정을 알아봤다.

‘군 이러닝’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2008년 9월에 육군에 입대했던 이아무개(아동가족·07)씨는 군 이러닝에 대해 “예전에는 홍보가 덜 된 탓인지 군대에 있을 때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군 이러닝 제도가 명백히 존재했지만 정작 이를 이용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어 이씨는 “우리대학교가 시행을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학교를 오래 다니게 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가 군 이러닝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이유로는 ▲휴학생 학점 부여 학칙의 부재 ▲군대 내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수업의 낮은 질 등을 들 수 있다. 병역법 제73조(복학보장 및 군복무 중 학점취득 인정) 2항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입영 또는 복무로 인하여 휴학 중인 사람이 방송·통신 또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원격수업을 수강하여 학점을 취득하려는 경우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등록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군대에 복무 중인 학생들이 시간을 내서 공부하겠다는 열의는 인정하지만 입대 휴학 중인 대학생들에게 학점을 줄 수 있는 학칙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대학교는 학칙 상 재학생만이 수업을 듣고 학점을 받을 수 있다. 군 복무 중인 대학생들이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학사제도가 송두리째 뒤바뀌어야 한다.
또한, 단순히 동영상 시청 등을 강의 수강으로 인정해서 학점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대학에서 하는 강의는 교수와 학생의 쌍방향 소통으로 이루어진다”며 “단순히 녹화된 강의를 보는 것만으로는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정아무개(29)씨는 “후임병에게 동영상 강의를 대신 듣게 해도 학교 측은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라며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학점을 채운다면 뭐 하러 대학에 다니느냐”고 잘라 말했다. 이완기 동문(아동가족·07)은 “시간이 여유로운 부대는 비교적 편하게 학점을 채워서 나올 수 있는 반면 훈련이 많은 부대는 수업을 들을 기회조차 박탈당할 것”이라며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조금씩 나타나는 변화의 움직임

위와 같은 제약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교에서 ‘군 이러닝’이 시행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확실히 이루어지고 군대 내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가 잡히면 학교 측에서도 반영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군 복무 중인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에 교수와 온라인으로 대면할 수 있다면 쌍방향적인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소속 부대 역시 병사들의 시간적 제약에 따르는 문제들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교육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것도 학생들에게 희소식이다. ‘오픈코스웨어’(OCW·Open Course Ware) 운동으로 전 세계 유명대학들이 점점 온라인으로 강의를 공개함에 따라 이런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강의를 공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한 강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대학교 역시 온라인을 통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1시간, 오프라인 2시간처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와이섹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부분적이지만 온라인을 통한 강의 진행이 우리대학교에서도 추진되고 있는 만큼 군 복무 중인 학생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학업을 이어가게 해주세요!

현재 복무중인 광운대 출신의 한아무개 일병은 올 9월부터 군 이러닝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한 일병은 “들어야 하는 강의를 복무 중에 채울 수 있어서 좋고, 선임들이나 간부들이 강의를 듣는데 많은 배려를 해주지만 개설된 강의의 수가 적고 교양수업밖에 열리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다른 대학 출신의 장병들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대학이 군 이러닝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군 이러닝’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2009년 8월에 공군에 입대했던 신중하(토목·07)씨는 “2년간 군 복무를 하면서 학점 취득이 가능하다면 조기졸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복수전공자의 경우에도 초과 학기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에 군대에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신씨는 “복무 중에 이 제도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우리대학교에 해당되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오늘도 병역기피논란이 뉴스 한 모서리에 자리 잡고 있고 우리의 형, 오빠, 친구, 동생들은 꽃다운 나이에 학업을 멈추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중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바친 2년은 억만금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복무를 마친 후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들도 엄청나게 바뀌어버린 분위기에 막막해 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적 의무를 다하느라 잠시 학교를 떠났던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전역 후 원활하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제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박성종 기자 
seongjong@yonsei.ac.kr


<자료 사진  eleapsoftware>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