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군대 기피 현상의 원인과 대책

우리나라의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군 복무기간은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로 군인들은 자그마치 2년 여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 2년 여의 시간 동안 군인들은 매달 20만원도 채 안 되는 사병 월급을 받으며 제대로 된 자기계발 시간도 갖지 못하고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는 단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능성이 무궁무진 할 시기인 청춘을 군대에서 보내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지난 8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윤 일병 사망 사건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군대가 구태의연한 병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군대 내 인권 문제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군 입대를 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군대를 더욱 버겁고 두려운 존재로 만들고 있다.


군대 가기가 두려운 대학생들

지난 2006년에 발간된 「한국국방경영분석학회지」 제32권 제2호에 따르면 병역을 연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군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냄으로써 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군 생활에 대한 두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남성, 특히 남자 대학생들은 군에 입대를 하는 순간부터 사실상 사회와 단절된다. 군대를 가지 않는 군 면제자와 여학우에 비해 학업과 스펙 쌓기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사실은 군 입대를 앞둔 대학생들에겐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입대 예정자인 최은철(사회과학부·14)씨는 “군대에 가있는 공백 기간 동안 다른 학우들은 자격증을 따거나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다”며 “경쟁에 뒤처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 제대 후 올해 복학을 한 양상헌(인예국문·11)씨는 “다른 동기들에 비해 졸업과 취업을 2년 늦게 하게 된다는 점이 부담이었다”며 “군대에서 손을 놓고 있던 외국어 공부를 복학하고 다시 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군대가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학생도 있다. 신요한(보건행정·14)씨는 “군대에서 복무하며 배운 점도 있다”며 “군대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 배운 점들은 지금까지도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업 중단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지난 6월 무려 14명의 사상자를 낸 임 병장 GOP 총기 난사 사건부터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윤 일병 사망 사건까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군대 내 사건·사고들과 인권 문제는 군 입대를 앞둔 대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두려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학균(인문과학부·14)씨는 “요즘 TV 뉴스에 자주 나오는 군대 내 문제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군에 입대해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군대를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배상훈 교수는 “군대 내 폭력문화는 예전부터 지속해서 존재했다”며 “군대의 구조 자체가 폐쇄적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군 인권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군대 내 구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서 밝혀진 6.0%의 응답률보다 2.5%가 상승한 것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군대 내 폭력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는 “사회가 이러한 반인권적인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사병들의 인권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 자세로 다가가야 하는 군대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1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2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사실 군대 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복종을 중시하는 군대 조직의 특성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서인지 매년 똑같은 문제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군 당국에선 젊은 청년들의 군 입대를 장려하고자 동반입대 복무제도*나 학점은행제도**, 장병들을 위한 군 내 전문 상담 인력의 배치와 같은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대안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 교수는 “지금 군에서 시행하는 여러 제도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군대 내 사법체계를 민간에 개방하는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군대의 폐쇄적인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임 교수는 “군대가 젊은이들을 더 이상 국방의 부속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군 스스로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향적인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 법학과 송기춘 교수는 “군대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를 공론화시켜 바라봐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나 민간 전문가들이 군대에 투입될 수 있는 열린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군대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한 새로운 제도적 해결책들도 뒷받침돼야 한다. 송 교수는 “비현실적으로 책정된 사병 월급을 올려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군 복무기간 단축을 통해 사회진출을 앞당겨 군인들이 제대 후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징병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도 이제 모병제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군대 내 문제를 없애기 위해선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은 전문 인력 중심의 모병제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힘든 기색이 역력해보이는 훈련 받는 군인들

입대를 앞둔 대학생들에게 군대는 피할 수 없는 관문이자 청춘을 바치며 고통을 견뎌야 하는 곳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하지만 군대는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 자진해서 입대를 하는 곳이지 마지못해 끌려가는 곳이 되어선 안 된다. ‘강한 군대는 강한 국가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진정으로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군대가 군인들을 위해 보다 열린 자세로 개혁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한 학업을 중단하며 군대에 가는 수많은 남자 대학생들을 위한 선진화된 병영문화가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만  비로소 대학생들의 군대 기피 현상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동반입대 복무제도 : 가까운 친구 또는 동료와 같이 입영하여 전역 시까지 함께 내무생활을 하면서 군복무를 할 수 있는 제도
**학점은행제 :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과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위취득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

 

 송진영 기자
sjy0815@yonsei.ac.kr
그림  김혜빈

<자료사진  kmug, blue-paper.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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