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내실화 두 마리 토끼 잡아야

 국제화는 세계 모든 대학교가 관심을 두고 있는 키워드다. 우리대학교 역시 ‘글로벌 연세’를 위해 국제화를 위한 특성학과인 언더우드 국제대학(Underwood International College, 아래 UIC)과 동아시아국제학부(East Asia International College, 아래 EIC)를 설립했다. 이번 보도기획에서는 UIC와 EIC가 우리대학교의 국제화를 위해 어떻게 기여를 하고 있고, 한편 어떤 문제점이 존재하는지 이들의 안과 밖을 들여다봤다.

 
UIC와 EIC, 얼마나 글로벌한가?
 
UIC는 2014학년도 2학기를 기준으로 ▲외국인 교원 약 98% ▲영어강의 비율 100% ▲외국인 재학생 비율 약 20%에 달한다. 초창기 5개로 시작한 전공은 현재 16개로 늘어났으며 재학생도 계속 증원하고 있어 오는 2019년에는 학생 수가 약 2천 명에 달할 예정이다. UIC 학장 박형지 교수(문과대·영문학)는 “이 정도의 학생 규모와 전공을 갖춘 단과대는 한국 안에서 UIC가 거의 유일하다”고 전했다.
UIC는 대외적으로 비영어권 ‘Liberal Arts College*’의 대표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최근 비영어권에서는 ‘Liberal Arts College’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경향”이라며 “싱가포르 등지에서 이를 위해 UIC를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대내적으로 UIC는 소속 학생들을 위해 개발했던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최근 타 단과대와 공유함으로써 우리대학교 전체의 국제화 교육에 기여하고 있다. 박 교수는 “‘3 Campus Program**’등 UIC 학생들을 위한 교환학생 프로그램들을 최근 타 학생들에게 개방했다”며 “우리대학교의 UIC의 운영경험은 나중에 세계 대학과의 경쟁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IC는 동아시아를 이끌어갈 글로벌 경쟁력과 지도자적 자질을 갖춘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2014학년도 2학기를 기준으로 EIC는 ▲외국인 교원 약 50% ▲영어강의 비율 100% ▲원주캠 총 유학생 대비 EIC 유학생 비율 약 11.4%로 원주캠 국제화를 이끌고 있으며 앞으로 재학생이 250명으로 증원될 예정이다. EIC는 ▲외국인 전임 교원의 확보 ▲영어강의의 양과 질 ▲교환학생 ▲해외 현장 체험 학습 ▲국제화 관련 프로그램 운영 등 여러 방면에서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송요셉(EIC·09)씨는 “전국 모의UN 같은 경우는 EIC와 국제관계학과가 중심이 돼 통역을 담당했다”며 “이 사례만 봐도 충분히 국제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UIC가 풀어야 할 ‘학제개편’ 숙제
 
최근 학제개편이 진행된 UIC의 전공은 총 3개의 필드로 구성돼 있다. Underwood필드에는 Underwood학부가, HASS필드에는 ▲아시아 ▲테크노아트 ▲ISSD 학부가, ISED필드에는 ISED학부가 존재하며 각각의 학부 밑에는 여러 가지 세부전공들이 있다. <관련기사 1736호 3면 ‘국제캠 신설 융합학과 소개’> EIC는 ▲동아시아 정치와 문화 ▲동아시아 경제와 비즈니스의 2가지 전공트랙이 있으며 동아시아 언어 중 하나를 제2외국어로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한편, UIC의 아시아 학부(아래 ASD)와 EIC는 학문의 성격이 비슷한 편이기 때문에 중복학과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국제캠의 아시아지역학대학 설립이 발표된 뒤, EIC는 ‘학과가 겹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ASD는 인문학을, EIC는 적용사회과학을 배우도록 수업 커리큘럼을 조정해 중복학과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다. <관련기사 1662호 3면 ‘아직 끝나지 않은 국제캠 중복학과’>
하지만 지난 1학기에 EIC 신입생 국제캠 이전 문제가 언급되면서 논란이 재점화 됐고, 현재는 관련 사항의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관련기사 1724호 4면 ‘논란의 EIC, 갈등의 끝은 어디에’> 사안에 대해 아시아학부 학생회장 박지영(ASD·12)씨는 “EIC와 ASD가 같은 학문을 다루고 있다 해도 소속 캠퍼스와 단과대가 상이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EIC와 ASD가 고유의 발전을 도모해 내실 있는 학부가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박 교수 역시 “UIC와 EIC가 어떤 식으로 협력할지는 지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EIC 학생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송씨는 “수업이 다르다고 하지만, 목표하는 바만 다를 뿐이지 실질적인 커리큘럼은 똑같다”며 “여전히 중복학과 문제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EIC 학생회장 노승원(EIC정치문화‧12)씨는 “문제를 해소하려면 EIC의 특성에 맞게 ‘동아시아’라는 지역학적 요소가 가미된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IC는 최근 학제개편을 통해 HASS 계열과 ISED 계열을 신설해 올해 1기 학생들을 받았다.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계열이기 때문에 학부생들 사이에는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최진혁(UIC·14)씨는 “커리큘럼만 잘 따라간다면 좋은 과가 될 거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실패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최씨는 “전공과목 개요는 구성이 완료된 상태인데도 교수와 개강시기에 대해 아직까지 전달 받지 못해 약간 불안하지만 학교의 투자가 들어간 학부인 만큼 기대감도 크다”고 상반된 감정을 전해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기 때문에 심도 있게 연구해서 해당 전공을 만들었다”며 “1기 학생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지 지켜보고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IC, 아직은 현재진행형!
 
EIC는 교원이 부족해 전공과목이 개설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1학기에는 EIC학생회가 수업권을 보장하라는 대자보를 붙이며 학부 내실화를 학교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교원 확충에 대해 EIC 학부장 신상범 교수(정경대·국제환경, 중국정치경제)는 “현재 교원 1명을 충원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이후 지속적인 충원을 통해 전임교원 강의 확보율을 높일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전공과목 부족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EIC에는 ▲비싼 등록금 ▲열악한 커리큘럼 문제가 존재한다. EIC의 등록금은 한 학기 기준 532만원으로 원주의예과를 제외하고 원주캠에서 가장 높다. 이에 대해 송씨는 “등록금이 높은 만큼 교원확충과 내실 있는 커리큘럼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정원(EIC·13)씨는 “등록금이 외국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살다온 학생들은 만족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또한, 학부 설립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의 커리큘럼이 열악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100% 영어강의 진행, 제2외국어 필수 이수 등이 2008년 설립 당시엔 혁신적이고 수준 높은 커리큘럼이었지만 7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다소 미흡한 커리큘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EIC 학생회장 노씨는 “2008년도엔 완벽한 커리큘럼이었으나 현재는 커리큘럼이 지금의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원부족의 문제는 해소됐으니 커리큘럼에 대한 논의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UIC와 EIC는 현재 여러 방면으로 우리대학교의 국제화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외적인 성장 못지않게 학과의 내부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제대로 된 국제화를 위해 이뤄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Liberal Arts College : 인문 교양과목을 중점으로 하는 4년제 학부 대학
**3 Campus Program : 한국, 일본, 홍콩에서 진행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글·그림 김가원 기자 
gabriellaa@yonsei.ac.kr
글 박규찬 기자
bodogy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