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기관과 언론사들의 서열화된 대학평가로 인해 대학들이 대외적 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요즘 대학평가에서는 국내 대학들의 국제화 교육의 양적 성장을 평가하는 ‘국제화’지수가 빠질 수 없는 평가항목이 됐다. 이에 따라 우리대학교는 지난 2005학년도 ‘연세비전 2020’에서, 국제화를 위한 과제 중 하나로 2005학년도부터 2010학년도까지 영어강의의 비율을 약 15.7%에서 35% 정도까지 확대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처럼 우리대학교는 타 대학과 마찬가지로 영어강의를 늘리는 데 힘을 쏟아왔다. 현재 우리대학교 전체 강의 중 영어강의의 총비율은 38%로, 신촌캠과 원주캠에는 각각 1천여 개, 100여 개의 영어강의가 개설돼 있다.  *<2014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따르면 우리대학교는 ‘국제화’지수에서 50점 만점에 33.69점을 득점해 10위를 차지했지만 국제화의 세부지수인 ‘영어강좌 비율’에서는 10점 만점에 10점을 득점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우리대학교 영어강의에 대해 ▲한국어로 진행되는 영어강의 ▲교수 자율에 의해 변경된 성적평가방식 ▲전공필수 중 영어강의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낮은 이해도와 관련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말만’ 영어강의, ‘말은’ 한국어강의?

대학들의 국제화 추세에 따라 우리대학교에도 갑작스럽게 영어강의가 증설되면서 일부 교수와 학생은 영어강의의 질이 낮아 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우리대학교의 교원업적평가 시행세칙 제14조에 따르면, 신임교수는 임용된 후 최초 재임용 심사를 받기 전까지 6강좌의 영어강의(해당 전공의 어학 강의 포함)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교수가 영어강의를 진행할 능력이 부족함에도 재임용을 위해 무리하게 영어강의를 개설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신촌캠 교무처장 정인권 교수(생명대‧바이러스학)는 “시행세칙에 따르면 신임교수들에게는 임용된 지 3년 이내에 영어강의를 하는 게 의무”라며 “하지만 학문의 성격상 혹은 교수의 영어 전달력 부족으로 인해 영어강의가 부적절한 것으로 인정되면 영어강의 수행을 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아무개(치의학‧12)씨는 “선택교양 영어강의에서 교수님이 수업 중간에 더듬거리거나 한국어를 사용하신 경우가 많아 수강하기에 불편했다”고 말했다. 또한 영어강의로 개설됐지만, 강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한국어를 병행하는 수업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지적됐다. 이에 대해 원주캠 교무처장 하은호 교수(과기대‧시계열분석)는 “학교 내부 규정상 영어강의는 강의의 약 75%를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학교 측에서는 교수가 영어강의 개설 신청을 하고 강의계획서를 제출한 이상, 모든 수업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만약 영어능력이 떨어지거나 한국어를 병행하는 교수가 있다면 강의평가를 토대로 한 교수와 학생 간의 피드백을 통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학교가 교수의 영어전달력을 확인하지 않고 자율에 맡겨 신임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국어를 병행하는 영어강의에 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므로 학교 차원에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영어강의의 성적평가

현재 대부분 대학들이 학생들의 영어강의 수강을 독려하기 위해 영어강의에 대해서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대학교도 영어강의를 확대하던 지난 2004학년도부터 당시 학생들의 영어능력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절대평가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일부 교수는 영어강의임에도 불구하고 상대평가로 학점을 매기고 있다. 이에 대해 정교수는 “우리대학교 영어강의의 성적평가 방식은 절대평가”라며 “상대평가로 진행되는 영어강의는 학교 시스템 상 영어강의로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몇몇 학과에서는 일부 전공강의가 영어강의임에도 성적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로 진행한다. 우리대학교 연세포탈 사이트의 ‘학부/대학원 수강편람조회’를 살펴보면, 일부 영어전공강의들은 영어강의로 공지돼 있다. 이아무개(경제·14)씨는 “강의계획서 어디에도 절대평가를 상대평가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공지가 없었던 전공 영어강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이 첫 수업 OT시간에 성적은 상대평가로 매길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공지했다”며 “교수의 자율로 상대평가의 기준을 세운 것은 학생의 교육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아무개씨는 “타과생인 이공계열 학생들에 대해서는 절대평가방식으로 성적을 주는 반면 왜 경제전공 학생들에게는 상대평가로 성적을 평가하는지, 이렇게 학과에 따라 성적평가 방식을 다르게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졸업 막는 영어전공강의

일부 학과에서는 전공필수과목이 영어강의 위주로 개설돼 해당 과목에 대한 별도의 한국어강의가 개설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우리대학교의 영어강의 중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 필수 및 전공 기초의 비율은 약 15.8%다 (UIC 제외). 윤승환(수학‧07)씨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전공강의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강의를 듣는 것은 더 어려웠다”며 “모르는 것을 질문하거나 세세한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어서 사실상 영어전공강의는 독학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영어강의로만 개설된 전공필수과목을 이수해야한다. 김아무개(전기전자‧06)씨는 “전공필수과목이 대부분 영어강의로 열려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다”며 “학생들이 전공필수과목을 쉽게 이수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학교 측은 굳이 전공필수과목에 대해 영어강의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우리대학교는 글로벌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이므로 학생들도 불만을 호소하지만 말고 영어강의를 통해 영어환경에 자주 노출되고 일상적인 영어 사용으로 진정한 글로벌리더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어강의,양보다 질을 따져볼 시점
 

한편 우리대학교가 영어강의를 늘리는 이유 중 하나가 대학평가와 글로벌지수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함일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평가순위를 올리기에 연연했던 여러 해 전, 우리대학도 평가순위를 올리기 위해 ‘연세비전 2020’에서 선포한 내용을 토대로 영어강의를 증설하려는 노력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영어강의의 증설은 학생들의 불만을 포함해 여러 부작용을 초래했다. 하교수는 “그 때의 부작용을 디딤돌로 삼고 학생과의 피드백을 통해 점차 개선해나가 결국에는 학생들에게 학문적 지식을 충분히 전달하는 질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수 역시 “평가순위보다는 진정한 교육과 영어강의의 내실화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지난 6일, 「중앙일보」에서는 ‘2014 중앙일보 대학평가(아래 중앙대학평가)’를 발표했으며, 위의 평가 순위와 평가 점수는 중앙대학평가를 토대로 한 수치다.


강대연 기자

smallbaby@yonsei.ac.kr

그림 김가원 기자
gabriellaa@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