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는 한때 학교 안보다 밖에서 더 유명했던 동아리가 있다. 바로 ‘다살이 살판’이다. 수지침을 다루는 이 동아리가 유명했던 이유는 웹툰 덕이다. 유명 웹툰 작가인 서나래 동문이 이 동아리를 주 무대로 ‘낢에게 와요’라는 웹툰을 그렸기 때문이다. 새내기의 설레는 대학생활을 다뤘던 이 웹툰은 포털 사이트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다살이 살판’도 유명해졌다. 하지만 지금 ‘다살이 살판’은 그 존재가 희미하다. 2012년에 재등록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중앙 동아리(아래 중동)에서 제명됐기 때문이다.

중동 자격을 박탈당한 후 동아리 방을 뺏기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된 동아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게르니카, 아가페, 그리고 씨알과 같은 동아리들이 중동 자격을 잃고 동방에서 쫓겨나야 했다. 동아리 연합회(아래 동연)에서 제시하는 여러 자격 기준들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가 한정된 동아리 방을 가장 필요로 하는 동아리에게 우선 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 평가의 방법이 지나치게 양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동아리 내부의 질적인 교류는 평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회원 수, 회의 참가 횟수 등 가시적인 성과만을 기준으로 동아리를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종교 동아리 같이 특수한 동아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우리학교에는 기독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 동아리가 존재한다. 이런 종교 동아리들은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백양로에서 발품을 팔며 종교를 전파해야 할까? 실제로 종교 동아리에 속한 아무개씨는 “회원 수를 맞추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학번을 빌려 수를 채워야 할 판이다”고 얘기했다. 중동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동연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맞추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동아리들이 다른 중동들보다 그 자격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너무나 성과 지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당장의 성과를 내지 못한 학과는 구성원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폐과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동아리 역시 사라지고 있다. 하나의 과가 단순히 졸업생만으로 규정될 수 없는 것처럼, 동아리 역시 학생 수, 활동 수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동아리는 본질적으로 사람 간의 교류에 관한 곳이다. 그 사람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담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동아리 연합의 양적인 평가는 동아리 내부 회원 간의 질적인 교류를 외면하며 연세 사회 내 동아리들을 죽여가고 있다. 동아리 연합이 생긴 애초의 취지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리고 지금 동아리 연합은 그러한 취지를 이행하고 있을까? 오랜 전통을 지녔던 동아리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요즘, 동아리 사회를 관심 있게 바라봤던 관찰자로서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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