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7월 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2006년과 2009년의 공습에 이어 세 번째 대규모 공습이 시작됐다. 50여 일간 지속돼 8월 26일에야 끝난 공습은 사상 최대의 사상자를 낳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으로 일어난 이번 공습에서는 2천14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1만 1천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상자 중 민간인은 75%를 차지했다. 심지어 동예루살렘에서는 팔레스타인 소년을 납치해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표면상으로는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응징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잔인한 공습 배후에는 공격적인 시오니즘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이런 무자비한 시오니즘을 후원하는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우리는 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인마인즈닷컴에 소개된 시오니즘 후원기업들의 목록

시오니즘의 후원기업

가자지구 공습의 핵심은 사실 시오니즘(Zionism)이다. 시오니즘은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회복운동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고대 예루살렘 중심부 시온이라는 땅인 오늘날의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나라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강해진 시오니즘 흐름에 세계대전을 치르던 강대국들이 유대인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손을 들어주며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됐다. 졸지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가자지구 등으로 옮겨가 삶을 꾸려가게 됐다. 지난 2006년 무장정파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후 이스라엘과의 분쟁이 격해지자 이스라엘은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대량학살’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시오니즘 후원기업의 관계자들은 시오니즘 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암암리에 지원한다. 대표적인 시오니즘 후원기업으로는 탄산수 제조기를 만드는 소다스트림(sodastream)사를 꼽을 수 있다. 소다스트림은 심지어 그 광고 모델인 나탈리 포트먼까지 시오니즘 후원자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시오니즘 후원기업 불매운동 단체인 인마인즈닷컴(Inminds.com)에 의하면 우리 주위에 있는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와 같은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 또한 시오니즘 후원기업이라고 한다. 가장 많은 논란이 있는 스타벅스에 대해 울산대 아동가족복지학과 전향락 교수는 “스타벅스가 시오니즘을 지지하는 데에 쓰이는 후원금을 낸 것이 한 차례 가시적으로 잡힌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에 대해 “그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유대인일 뿐, 소다스트림과의 협력관계를 비롯한 시오니즘 후원 활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도 이런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현대 중공업에서 생산한 굴삭기가 팔레스타인에서 현지인들의 집을 부수는 모습이 발견되면서 시오니즘 후원기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됐던 것이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 의하면 이 굴삭기는 이스라엘 AEG사에 의해 수입됐던 것이었고 현대 중공업은 지난 2013년 AEG사와 거래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현대 중공업은 “재건용으로만 수출했을 뿐, 어떤 목적을 위한 의도적인 공급이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우익을 지지하는 기업들

비단 시오니즘만이 아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우익 역시 공격적인 자국중심주의로 인해 많은 폐해를 만들어 왔다. 우익은 본래 보수적인 정치적 경향을 나타내는 말로, 우파라고도 불리며 좌익과 대립되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의 우익은 1868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본 천황 시대, 즉 제국 시대를 찬양하며 민족주의 성격을 보이는 집단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황국사관에 입각해 일본의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하는 행위를 일삼는다. 이들은 주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일제강점기 시절 위안부를 매춘부로 모독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들이 있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한다. 대표적인 우익 인사로는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가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게 아니라 한국이 선택한 것”, “천황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야 한다”는 망언을 현재까지도 서슴지 않아 여러 나라로 부터 항의를 받았다.
위와 같은 우익 사상을 지지하는 기업들을 우리는 ‘일본 우익 지지 기업’이라고 부른다. 가장 유명한 일본 우익 지지 기업은 미쓰비시 중공업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쓰비시 중공업 측의 강제 징용으로 인해 혹사당했을 뿐만 아니라 원자폭탄 피폭까지 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쓰비시 중공업은 어떠한 대가조차 치르지 않았다.
인터넷에 일본 우익 지지 기업을 검색하면 미쓰비시 중공업뿐만 아니라 일본 우익 사상을 지지하는 여러 기업들의 목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기업들에게 직접 일본 우익 지지 기업인지 확인을 해보면 “일본 우익과 전혀 상관없다”는 대답만을 할 뿐이다. 일본 재외국민인 김영단(경영학부·14)씨는 “일본 내에서 우익 기업이라고 드러난 기업들이 정말 많다”며 “하지만 이 기업들 모두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의 정치적 지원, 어떤 대처가 필요한가

시오니즘 후원기업이나 일본 우익 지지 기업들이 생산한 물건을 구매할 것이냐를 두고 사람들은 양분된 의견을 보인다. 우선, 불매운동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나의 구매로 사상이나 운동을 지지할 만한 자금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정치적 행위를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한 반대의견을 피력한다. 일본 우익 지지 기업의 물건은 사지 않는다는 성신여대 임지우(성악·14)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불매를 권장하지 않고 홀로 하기에 영향력이 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말로만 일본 우익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지킬 수 있는 작은 것들이라도 의식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매운동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실제 일본 우익 지지 기업으로 오해받았던 하이트진로의 경우 직접 소주병에 ‘진로 일본 자본설은 근거 없는 악성 루머입니다’라는 광고를 붙이기도 했다. 전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단기적으론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불매운동이 무의미하며 수많은 시오니즘 후원기업, 일본 우익 지지 기업들을 모두 고려했다가는 물건을 아예 구매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경대 박유민(경영·14)씨는 “기업이 잘못된 사상이나 운동을 지지하는 것은 문제지만 무조건적인 불매운동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독이 된다”며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한 사상이나 운동 지지 기업 목록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매하는 것은 소비자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오니즘 후원기업과 일본 우익 지지 기업이라고 나온 목록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욱일승천기와 비슷한 티셔츠 모양으로 일본 우익 지지 기업으로 의혹을 받았던 유니클로는 일본 우익 지지 기업이 아니며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조차 진보주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니클로 한국지사의 PR팀 김지수 대리는 “유니클로는 정치적 후원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욱일승천기로 오해받았던 티셔츠도 아사다아메라는 사탕회사와의 합작품 중, 그 회사의 로고로 사용된 것이지 욱일승천기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나치즘을 비롯해 시오니즘, 일본 우익 사상 등이 보여준 자국중심주의는 곧 생명경시와 직결되기에 위험하다. 이런 사상이나 운동을 기업에서 지지하는 것은 이윤창출만을 목적으로 삼아 인간의 윤리를 도외시하는 행위다. 기업은 이러한 정치적 행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소비자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비판을 통해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할 것이다.

 

글 오지혜 기자
dolmengemail@yonsei.ac.kr
<자료사진 인마인즈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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