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등학교, 5년간의 논란과 지금

서울시 자사고 연혁

일반 고등학교(아래 일반고) 등록금의 3배, 귀족학교, 입시명문,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 모두 자율형사립고등학교(아래 자사고)를 설명할 때 종종 사용되는 표현들이다. 시행 5년간 자사고는 이런 표현들과 함께 끊임없는 논란을 낳아왔다. 그리고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지금, 자사고는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

시작부터 폐지 논란까지

자사고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권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정부가 계획했던 자사고의 도입 목적은 학교장 선발 전기고등학교로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다양화를 위해 학사운영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자사고는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또한 자사고는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고 등록금과 재단의 전입금으로 운영되며, 등록금을 일반고의 최대 3배까지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높은 등록금, 입시위주의 교육, 고교 서열화 등의 말로 자사고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현재 서울시에는 25개의 자사고가 있으며 이들은 5년 단위로 교육청의 평가를 받아 재지정 여부를 통보 받는다. 실제로 지난 운영성 평가에서 70점미만을 받은 경희고를 포함한 8개의 학교는 지정 취소 고등학교로 발표됐다. 그리고 이들 중 숭문고와 신일고를 제외한 6개의 학교는 최종 지정취소 학교로 선정돼 오는 2016년 일반고 전환을 앞두고 있다. 사실 지정 취소는 원래 있던 규정이지만, 이번 발표는 조 교육감을 비롯한 서울시 교육청(아래 교육청)이 자사고 폐지에 박차를 가한 결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운영성 평가의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계속해서 바뀌는 교육청의 입장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사고 폐지, 찬성과 반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사고의 폐지를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진영에는 정책을 펼치는 교육청을 비롯해 많은 일반고 관계자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은 자사고 폐지의 궁극적인 목표가 ‘공교육의 부활’이라고 주장한다. 교육청 장혜진 장학사는 “고교 다양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자사고가 우수학생 선발을 통한 입시 전문 기관으로 전락해 일반고 공교육 체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자사고가 생겨난 후 일반고에서는 ‘수업분위기 조성이 힘들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왔다. 중랑구에 있는 일반고인 태릉고 이종대 교무부장은 “일반고에 들어올 우수한 학생들이 자사고가 생기며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공부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학업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즉, 자사고로 우수한 학생들이 유출되면서 공교육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과학 고등학교(아래 과고)와 외국어 고등학교(아래 외고), 국제 고등학교(아래 국제고)와 같은 특수목적 고등학교(아래 특목고)처럼 폐지의 대상이 되지 않는 학교들은 왜 논의에 포함시키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이 교무부장은 “과고나 외고로 유출되는 학생들은 극소수였지만 자사고가 생겨 그 수가 훨씬 많아졌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서울지역 과고와 외고, 국제고의 수는 9개에 불과하지만, 최근 몇 년간 생긴 자사고를 포함하면 도합 34개에 이른다. 또한 특목고는 자사고와 달리 수월성 교육의 일환으로 설립된 학교이기 때문에 그 폐지를 논하는 것은 자사고 폐지와 다르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반해,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사고 폐지만으로는 공교육이 부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교육청이 고등학교들의 수준을 하향평준화 하려는 처사”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지난 2010년 자사고로 선정된 이화여고 곽근혁 교감은 “자사고의 폐지로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일반고 자체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자사고가 입시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도 반박한다.
일반고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교육과정 중에서 국·영·수의 비중을 50%미만으로 설정해야하지만 자사고는 국·영·수의 비중을 더 높게 설정할 자율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화여고 박영혜 교무부장은 “무한한 자율성을 보장받는 것 같지만 자사고도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50%선을 넘기 어렵다”며 “51%까지 설정한 학교들이 있었지만 교육청 측에선 현재 거의 50% 미만을 유지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교육청의 평가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먼저 평가항목과 기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박 교무부장은 “자사고 평가 항목에 교내에 인권동아리가 있는지를 묻는 문항이 있었다”며 “뚜렷한 정의도 없는 인권동아리의 존재 유무가 어떻게 자사고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인지 알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조 교육감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단’ 5명 중 4명을 전교조 출신과 진보인사로 임명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돼 평가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에게 자사고 폐지란

자사고 존폐 문제는 자사고를 도입한 지난 5년간 직접 고교시절을 겪었던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논쟁적인 사안이다.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학생들은 “자사고 폐지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한가람고를 졸업한 우리대학교 최재완(경영학부·14)씨는 “자사고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학습 분위기 차이였다”며 “실제로 더 좋은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었고 나의 선택으로 이것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최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사고 졸업생들은 ‘현 정책이 학생 스스로 양질의 학습 분위기를 선택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일반고 자체에 학교폭력이 심각한데, 무조건적인 자사고 폐지가 진행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북일고를 졸업한 고려대 박현수(신소재공학·14)씨는 “공립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위계질서와 폭력, 불화가 너무 컸다”며 “이런 상황의 타계 없이 자사고가 없어지는 것이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길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자사고 폐지를 찬성하는 학생들은 “자사고 자체의 목적이 다양성 제고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데려가 대학입시 성과를 높이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서문여고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에 재학 중인 ㄱ씨는 “고등학교에 가서 마음먹고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있지만 이미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자사고로 빠져나가 선의의 경쟁 속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애초부터 박탈당한다”며 “수능에만 적합한 아이들을 만들어내려는 자사고의 교육과정도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자사고의 높은 등록금 또한 고등학교 때부터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숙명여대 유하경(교육학부·14)씨는 “자사고에서 받는 높은 등록금이 원래의 목적인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보다는 빈부격차만을 느끼게 하는 존재라고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기르는 정책이기에 백 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자사고는 시행 5년 만에 존폐 위기를 맞았고 학생들의 혼란은 가중돼갔다. 교육정책의 본질은 학생을 가장 먼저, 가장 중심에 두어야 한다. 정부와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정치적 ‘보여주기’에 급급한 정책들을 펼치는 것이 아닌 진정 학생들의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정책 시행이 필요한 때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 자사고(100) + 마이스터고(50) + 기숙형 공립고(150). 우리나라 2000여 개의 고등학교 중 300개를 보다 특색 있고 다양성 있는 고등학교로 전환, 신설하겠다는 계획

 

글 오지혜 기자
dolmengemail@yonsei.ac.kr
그림 황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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