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0월 말, 가을의 중심에 서있다. 선선한 날씨와 함께 캠핑을 즐기는 사람도 늘었고, 아웃도어 업계 역시 성수기를 맞았다.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시장은 1천억 원 정도의 규모였던 1990년대 초와 비교해 2014년 현재, 7조 원대로 성장했고 단일 시장 규모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하지만 빠른 성장 뒤에는 언제나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 아웃도어 시장의 눈부신 성장, 그 이면에는 높은 가격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품질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쉬지 않고 달려온 아웃도어 시장의 지난 흐름을 진단해보자. 

아웃도어 제품은 등골브레이커?

   아웃도어 제품의 높은 가격은 관련 시장이 성장해오는 동안 꾸준히 지적됐다. 아웃도어의 가격 거품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노스페이스(Northface)’ 점퍼가 인기를 끌면서 커졌는데, 한 반에서 똑같은 노스페이스 점퍼나 바람막이를 입고 있는 학생 여럿이 쌍둥이처럼 앉아 있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가격대가 높아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한다고 해서 등골브레이커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여겨졌지만 여전히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고가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가격 거품 문제는 캠핑 용품 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유통 중인 브랜드에서 캠핑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만 구입하더라도 최소 2백만 원(심지어 할인가다)에서 최대 6백만 원 정도가 든다니, 말 그대로 캠핑 장비 사다가 소비자들 등골 휘겠다

높은 가격, 그에 비례하지 못하는 품질

   부담스러운 아웃도어 가격, 품질도 가격에 비례할까?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2013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판 캠핑용 텐트의 70%가 인열강도* 부문에서 한국산업표준(KS)기준에 미달했다. 또한 자외선에 100시간 노출시킨 이후에 실시한 검사 결과, 각각 60%40%의 조사 대상 텐트에서 내수도**와 발수도***가 하락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지난 9월에 실시한 검사에서는 조사 대상이었던 그늘막 텐트 20개 중 10개의 제품에서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가 검출됐다. 폼알데하이드는 암이나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어 직물과 3세 이하 유아용 제품에 사용이 금지된 1급 발암물질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관리팀장 이주홍 씨는 현재 텐트의 경우 폼알데하이드 같은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는 상황이라 규제가 필요하다소비자들은 캠핑 용품을 그저 가격만 보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가격과 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리적 구매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나 얼마짜리 입는 사람이야

   높은 가격을 품질이 따라가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웃도어 산업은 승승장구하며 성장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경제학에서는 이를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라 한다. 베블렌 효과란 가격이 오르는 데도 과시욕이나 허영심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품질이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제품의 품질을 넘어 무언가를 제공하는 다른 효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즉, 어떤 우월감이나 과시욕이 중요하게 작용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한 아웃도어 업계는 품질 향상보다는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거나 제품의 광고와 선전에 더 집중해, 사람들의 우월감이나 과시욕을 자극한다. 그 마케팅 비용 부담이 높은 가격으로 고스란히 다시 소비자에 돌아가는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아웃도어 시장의 전체적인 가격 거품뿐 아니라 국내 가격이 해외 보다 더 높은 것도 문제다. 실제로 동일한 제품에 대해서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의 가격을 비교하면 국내 가격이 외국 가격보다 평균 40%이상 비싸다. 심지어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와 마무트의 경우 국내 가격과 외국 가격이 평균적으로 60%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허영심에 젖은 소비를 계속하면서 스스로 의식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말 그대로 호갱님신세일 것이다.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 ‘비용과 수익 분석을 제대로 하고 구매를 결정한다는 합리적 선택을 다시 한 번 떠올려야 할 때다.

*인열강도 : 텐트 천이 어느 정도의 힘에 의해 찢어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내수도 : 텐트 천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
***발수도 : 물이 흡수되지 않고 표면 위를 잘 흘러 내려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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