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예능 프로그램 『룸메이트』와 최근 종영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끈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서로 다른 이들이 ‘한 집’에서 지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개인들이 한집에서 지내는 새로운 형식의 주거 형태를 사람들은 ‘홈셰어링’이라고 부른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홈셰어링. 과연 그 정체가 무엇인지, 또 텔레비전 속의 모습과 실제는 어떻게 같고, 또 다른지 알아보자.

홈셰어링, 정체가 뭐니?

홈셰어링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이는 간단히 말해 여러 사람이 한 집에 살며 방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 부엌 등의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생활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공간인 방을 제외하고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면서 주거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주자들이 좀 더 솔깃할만한 얘기가 있다면 여러 사람이 집세를 함께 내는 만큼 부담도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이에 1인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이미 홈 셰어링이 1980년대부터 등장해 현재는 보편화된 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홈 셰어링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홈셰어링의 장점이 오직 공간과 비용의 효율적인 사용뿐일까? 만약 그렇다면 아무리 EXO의 찬열과 조인성이 나온다고 해도 이를 소재로 한 텔레비전 예능과 드라마가 이렇게 재밌지는 않았을 터. 『룸메이트』의 열혈 시청자인 김예은(20)씨는 “처음엔 서먹했던 프로그램 속 연예인들이 점점 더 친해지는 모습이 재밌다”며 “한 집에서 살게 되는 만큼 출연자들이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모습이 시청자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는 현실 속의 홈셰어링에서도 마찬가지. 서울시 곳곳에서 공동주택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쉐어하우스 바다’에선 홈셰어링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공동생활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주택에 매니저를 두어 입주자들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정기적으로 이벤트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입주자들은 홈셰어링을 하는 동안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고. 한 달 남짓한 시간동안 ‘쉐어하우스 바다’에서 홈셰어링을 경험한 베트남의 Huyen(22)씨는 “무엇보다도 함께 지낸 홈메이트들과 친해지는 과정이 많은 추억이 됐다”며 더불어 “쉐어하우스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지내는데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고 말했다.
가족의 정이 있는 ‘어르신-대학생 홈셰어링’

그럼 이번엔 조금 다른 형태의 홈셰어링으로 눈을 돌려보자. 최근 서대문구에선 조인성, 공효진과의 설레는 로맨스는 없지만 그보다 훨씬 더 따뜻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어르신-대학생 홈셰어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임대 가능한 방을 갖고 있는 65세 이상 부부나 독거노인과 서대문구에 위치한 대학교의 재학생을 연결해주는 사업으로 대학생들에겐 별도의 보증금 없이 저렴한 가격에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겐 학생들이 말벗이 돼 정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서대문구 복지정책과 주무관 박민재 씨는 “최근 심리적 고립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인들, 특히 독거노인들을 위한 정서적 지지가 시급한데 이러한 역할을 홈 셰어링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하고 있다”며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은 이와 더불어 어르신들이 주로 어려워하는 컴퓨터나 휴대전화 사용 등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결국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서로를 도와주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TV속의 홈셰어링과 현실의 홈셰어링이 근본적으로는 같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규칙이 필요해

지금까지 최근 예능과 드라마를 통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홈셰어링이라는 주거 형태의 여러 모습을 알아봤다. 하지만 어떤 모습의 홈셰어링이든 역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일이기에 현실의 홈셰어링은 드라마나 예능처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한 설렘만으로 가득하지는 않다. 현실엔 현실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 법. 사실 『괜찮아 사랑이야』속 조인성과 공효진처럼 큰소리를 내며 매일같이 싸웠다간 현실의 홈셰어링에선 집 밖으로 쫓겨나기 십상이다. 또 최근 『룸메이트』에선 쉐어하우스에 강아지가 들여오게 돼 논란이 있었는데 이 역시 사전에 홈메이트들과의 상의는 필수! ‘쉐어하우스 바다’에선 홈페이지를 통해 입주부터, 거주, 퇴실까지의 과정에 필요한 규칙들을 언급하고 있다. 거주 시 주요 규정들은 지인의 방문은 룸메이트의 양해 하에 가능하지만 지인의 숙박은 불가능하다는 것과 같이 함께 사는 공간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함께 사는 이들끼리 서로의 편안한 생활을 보호해줘야만 그 이후의 교류도 가능하기 때문. 또 많은 규칙들을 적용함에 있어서 입주자 간의 협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조항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이는 그만큼 입주자 간의 자율적인 교류를 장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집. 누군가에게는 하나뿐인 안식처일지 모르지만 혼자 사는 대학생들에겐 관리 문제와 금전적 문제 때문에 마냥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이제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사람들과 함께 홈셰어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하는 즐거움에 집에 대한 고민은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더불어 사는 미덕을 알고 서로의 생활을 존중한다면 새로운 이들과의 설레는 만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김예린 기자
yerinee@yonsei.ac.kr
<자료사진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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