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기교로 하는게 아냐. 나이로 하는 것도 아니지. 노래에는 성별도, 경력도, 환경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부를 수 있는 게 노래야” - 이승철

지난 6월 8일, 노인으로 변신한 이승철이 홍대에서 버스킹을 하던 밴드와 함께 노래를 부른 후 남긴 말이다. 음악과 관련한 경험이 없는 이에게도 “성별도, 경력도, 환경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나도 한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홍대나 한강다리 아래 버스킹 등 거리공연의 매력을 맛본 사람이라면 그 생각이 더 간절할지도 모르겠다. 한번쯤은 직접 버스킹을 해보고 싶은 생각, 기자가 한 번 그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봤다.

공연 준비는 산 넘어 산

먼저 버스킹을 함께 할 팀 멤버를 구성하는 것이 첫 단계. 우리신문사의 홍문령 기자와 손준영 기자가 보컬, 강태훈(UD·14)씨가 카혼, 그리고 기자 본인은 기타를 맡아 팀을 결성했다. 각자 하고 싶은 곡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연습에 돌입했다. 하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팀을 구성했다고 하더라도 시간까지 맞추기는 힘든 법. 겨우겨우 서로의 일정을 고려해 연습시간을 확보했지만 이번엔 공간 문제에 부딪혔다. 비싼 합주실을 빌리기 어려웠기에 실전처럼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옥상을 연습장소로 선택했다. 실외에서는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어떻게 하면 특정 소리가 묻히지 않고 잘 어울리게 낼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옥상은 꽤 괜찮은 곳이었다. 하지만 다소 쌀쌀한 날씨에 손이 굳는 등의 어려움도 있었다.
버스킹은 따로 무대가 필요 없는, 간단한 공연방식이지만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는 일이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마이크와 엠프, 변환잭 등의 장비들을 국제캠 종합관이나 음향기기 대여소에서 대여하고, 빌릴 수 없는 장비는 구매해 겨우 마련했다. 이 외에도 공연 하루전날 마지막 리허설 중 새로운 곡이 결정될 정도로 ‘즉흥’의 끝을 달리기도 하는 등 쉽지는 않았던 버스킹 준비였다.

▲ 개인 연습을 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힘들었던 공연준비가 끝나가고 이제 남은 일은 무사히 공연을 마치는 것. 하지만 우리의 버스킹 공연 성공 프로젝트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은 계속해서 찾아왔다. 장비를 다 구하자마자 맞닥뜨린 새로운 돌발상황! 카혼을 맡고 있는 강씨가 교통사고로 손을 다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공연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결국 카혼없이 기타만으로 반주를 하며 공연을 하게 됐다. 드디어 공연 날. 공연 한 시간 전에 미리 가서 엠프를 세팅하고 리허설을 하며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드디어 공연 시작! 하지만 공연을 시작하자마자 버스킹 소리가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상인이 기자들을 쫓아냈고, 결국 계획했던 장소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연습했던 대로 즐겁게 연주하자는 생각에 몰두했다. 먼저 기타 솔로곡을 연주해 관객의 관심을 끌고 이후에는 보컬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하는 곡들이 이어졌다. 신촌을 돌아다니던 사람들은 잠시 멈춰서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박수를 쳐주는 등 큰 호응을 해주기도 했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곡은 Once의 「Falling Slowly」와 비긴어게인의 「Lost Stars」! 워낙 유명하고 멜로디가 좋은 노래라 사랑하는 연인들이 분위기를 타며 음악으로 다 같이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이 노래들의 후렴부분에서는 관객들이 다 같이 따라 불러줘서 오히려 보컬들의 목소리보다 관객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였다. 끝나갈 즈음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서 공연을 계속 이어서 하고 싶었지만 준비한 곡은 겨우 15곡. 15곡도 기자가 연습할 때는 많아보였지만 막상 버스킹 공연을 오랫동안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함께 불렀던 노래들이 관객들에게 소소한 감동을 줬기를, 또 즐겁게 들어주기만을 바라는 진심 또한 노래를 통해 잔잔히 전해졌을 거라 믿는다.

도대체 왜 사서 고생하며 버스킹을 하는가

이렇게 버스킹은 끝이 났고, 관객들은 이제 각자 자신의 갈 길을 갔다. 거리 공연을 하면 관객들은 말 그래도 ‘지나가던 사람들’이다. 기자들이 아무리 멋있게 공연을 해도 그들은 그저 가던 길을 갈 것이다. 기자들을 기억해주면 좋겠지만 그들은 결국 그저 떠난다. 기자는 애초에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공연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공연 후에 밀려오는 허무함이 컸다. 하지만 공연을 하며 기타를 연주하는 그 시간만큼은 그들이 기자의 노래를 들으며 음악을 통해 다같이 ‘공감’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버스킹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또 옆의 친구나 연인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면 그 공연은 성공한 것이다. 길거리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들도 다 같은 마음 아닐까? 야외 길거리 공연은 정해진 관객이 없고 무대도 초라하다. 하지만 버스킹이 매력적인 이유는 자유롭게 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기다 갈 수 있기 때문이고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들 또한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며 음악을 하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에 열정이 있는 독자라면 기자처럼 거리로 나가 노래를 부르며 어두운 밤거리를 음악으로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 실제 버스킹 공연 모습

글 최재현 기자
choiguitar@yonsei.ac.kr
사진 고석현 기자
shk9202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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