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거리’ 조성 후 연세로 주변 상권은 어떻게 됐나?

 지난 1월부터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한 연세로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를 통해 신촌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관련기사 1737호 .zip 8면 ‘연세로 차 없는 거리, 문화로 채우다’> 차 없는 거리 조성과 함께 문화행사와 더불어 유동인구의 증가로 주변 상권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로부터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 실질적으로 연세로 주변 상권은 호황을 누리고 있을까? 이에 우리신문사에서는 연세로 상권과 관련된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연세로 상권의 현재와 미래를 내다봤다.

▲ 명물거리

유동인구 증가와 함께 살아난 상권

서대문구청과 서울시청은 차 없는 거리 시행 이후 전반적으로 연세로 주변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고 봤다.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한 후 전반적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변 상가들의 매출이 늘어 연세로 상권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대문구청 교통환경개설팀 조숭현 씨는 “차 없는 거리 시행으로 연세로 상권이 활성화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외부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대문구청 교통환경개설팀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연세로의 유동인구를 조사했는데 조사 결과 차 없는 거리 시행 이전에 비해 연세로의 유동인구는 증가했다고 나타났다. 이어 서울시청 교통정책과 주무관 김치훈 씨 역시 “교통카드 자료, 신용카드 자료를 조사해 본 결과 연세로 상권에서 작년 대비 매출실적이 좋아졌다”며 “매출액, 매출건수뿐만 아니라 이용객의 전반적인 수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시청과 구청에서는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차 없는 거리의 시행이 연세로 상권에 도움을 줬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연세로 상권 내에 위치한 부동산에서는 무슨 반응을 보였을까? 한길공인중개사 대표 길건주 씨는 연세로 주변에는 법인이 대부분 5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임대료 추이변화가 상권의 상태를 반영하기 어려우니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개인이 많은 먹자골목(연세로7안길) 쪽에 초점을 두고 살펴볼 것을 추천했다. 이에 기자들은 먹자골목에 위치한 부동산을 찾아갔다. 먹자골목에 위치한 ㅎ부동산 박아무개씨는 “차 없는 거리 조성 후 유동인구는 늘어난 것 같다”며 “단순 판매 업종 같은 경우는 이전에 비해 상황이 좋아졌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 먹자골목

차가 없으니 ‘신촌을 못가’

하지만 오히려 연세로의 상권이 과거에 비해 나빠졌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이러한 입장을 지닌 사람들은 차 없는 거리 시행과 신입생들의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지난 1월, 차 없는 거리의 시행으로 유동인구의 비율은 늘었다. 하지만 유동인구의 비율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금물이다. 자가용을 이용해 연세로에 오는 사람들의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박아무개씨는 “도로를 막아놓아 차들이 다니지 못하는 바람에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약국과 편의점 등의 업종은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먹자골목에 위치한 GS25 연대2점 담당자 박지원 씨는 “편의점의 매출은 대체적으로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연세로가 차 없는 거리로 바뀌면서 차량 이동 불가로 인한 유동고객이 감소했다”며 “차 없는 거리 시행이 상권을 약화시킨 요소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리대학교 신입생들의 부재도 연세로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음악대, 교과대(교육학과 제외)를 제외한 모든 학과의 신입생들은 송도에 위치한 국제캠에서 생활하고 있어 신촌에서는 14학번 신입생들을 거의 볼 수 없는 것이 현실. 연우부동산 대표 유국연 씨는 “차 없는 거리 시행과 더불어 연세대학교 신입생들의 유무가 상권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1학년 신입생들이 없는 만큼 소비자의 수가 그만큼 줄어 연세로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먹자골목에서 삼통치킨을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31)씨는 “신입생이 국제캠으로 간 뒤 매출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 ▶치킨골목

치킨집들의 치킨게임

최근 한국경제, 동아일보를 포함한 여러 언론에서는 신촌의 치킨골목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내보내면서 신촌 상권의 하락세를 지적했다. 기사에서는 이러한 치킨골목 몰락의 원인으로 권리금, 임대료 상승 등을 언급했지만 연세로 일대와 먹자골목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들이 꼽는 주요 요인은 따로 있었다. 개인사업자들의 무분별한 치킨집 개업이 과도한 경쟁구도를 만들었고, 이러한 경쟁을 이기지 못한 점포들이 문을 닫게 됐다는 것. 신촌번영회협동조합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월 17일 기준 160m 길이의 신촌 치킨골목(연세로11길)에만 치킨집 13개가 몰려있다고 조사됐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5곳에 불과하던 치킨집이 무려 5배 정도가 늘었다. 그 사이 치킨집들의 폐업과 개업이 수없이 반복됐다. 길씨는 “개인사업자들이 개업하기 제일 쉬운 점포가 카페와 치킨집”이라며 “하지만 개인 치킨집들이 막대한 자본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무장한 대형 프랜차이즈를 이길 수 없다”고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집들의 강세를 설명했다. 실제로 정재헌(문화인류·11)씨는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친숙하다보니 더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패션의 유행이 돌고 돌 듯 먹거리 역시 유행도 돌고 돈다. 치킨골목 상권의 하락세 역시 차 없는 거리 시행의 영향보다는 유행의 흐름에서 하락하는 추세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유씨는 “먹거리도 하나의 유행이기 때문에 3-4년 주기로 유행하는 음식들이 있다”며 “현재 신촌에서는 곱창과 등갈비가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먹자골목에는 곱창과 등갈비를 제공하는 매장들이 여러 곳 개업했으며 개업할 공간이 없어 개업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한다.

‘같은’ 상권에 속해도 권역별로 ‘다른’ 속사정

같은 연세로 상권에 속해있어도 호황인지 불황인지는 권역마다 다르다. 연세로 바로 뒤편에 위치한 먹자골목은 차 없는 거리 시행과는 상관없이 상황이 좋은 편이다. 유씨는 “권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차 없는 거리와는 상관없이 우리대학교 교문부터 횡단보도로 연결되는 동선의 편의성 때문에 연세로 뒤편 먹자골목의 상권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신지현(경제·11)씨는 “정문에서 먹자골목 쪽으로 연결되는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학교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해결할 때 먹자골목 쪽으로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반면 명물거리(명물길)는 이전보다 상황이 나빠졌다. 유씨는 통행로 한 가운데 생긴 공연 무대를 그 이유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보행자들은 연세로에서 명물거리로 진입하기 위해서 중앙에 위치한 무대를 피해 양 옆으로 난 좁은 통로를 지나가야 한다. 이는 보행자들로 하여금 심리적인 단절감을 만들어 ‘좁은 통로를 따라 명물거리로 들어가야 하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버스킹이 진행되고 있던 명물거리 무대 옆은 좁은 통로를 지나가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중구에서 온 박희선(22)씨는 “이 쪽(명물거리)으로 들어오는데 많은 인파를 뚫고 들어와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명물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상인들 역시 울상을 지었다. 명물거리에서 하늘본닭 신촌점을 운영하고 있는 노기영 대표는 “차 없는 거리가 시행되고 통행량이 줄어들며 명물거리 쪽으로 오는 유동인구는 확실히 줄었다”며 통행로 한 가운데에 위치한 무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차 없는 거리 시행 후 문을 닫은 점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약 190m정도 되는 명물거리에서는 폐업해 불 꺼진 점포들을 여러 곳 찾아볼 수 있었다.

▲ 명물거리에서 폐업한 점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연세로를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연세로 상권에 있는 공인중개사들과 상인들은 연세로 상권 하락세의 원인으로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인프라의 부족’을 꼽았다. 즉, 차 없는 거리를 조성‘만’ 했지 그에 따른 인프라(주차장 등)는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가용을 이용해 연세로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연세로 곳곳에 주차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유씨는 “자가용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주차할 공간이 없어 홍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사람들을 연세로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주차공간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 팀장 이한식 씨 또한 주차장 인프라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씨는 “예전에 창서초등학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설립하려고 했지만 창서초등학교 학부형들의 심한 반발로 무산됐다”며 “현재 지역활성화과에서는 창천문화공원 지하주차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프라적인 개선 이외에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연세로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연세로만이 갖는 ‘특별한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세로도 홍대 놀이터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처럼 그 장소만이 갖는 특별한 의미,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세로는 그런 부분에 있어 다소 미흡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세영(TAD·13)씨는 “신촌이 신촌만의 특색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 없는 거리 시행 후 플리마켓이 열리지만 종로 광화문거리와 같이 다른 장소에서도 자주 열리니 신촌만의 특별한 행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들에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 문화기반조성팀 팀장 김윤정 씨는 “신촌만의 문화가 필요한 것에 공감하고 어떻게 문화기반을 조성할지 고민 중”이라며 “관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교수, 지역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협의체를 만들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신촌문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차 없는 거리가 연세로 주변 상권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현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 낱낱이 파헤쳐봤다. 아직까지도 차 없는 거리로 변모한 연세로를 두고 구성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부동산 114’의 2014년 3분기 상권 조사에 따르면 연세로가 포함된 신촌 상권은 전 분기대비 임대료가 2.4% 하락했지만 그 폭은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란다. 즉, 차 없는 거리가 운용된 지 약 10개월이 지나면서 상권도 점점 안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상의 통계와는 다르게 연세로의 상인들은 대부분 울상을 짓고 있다. 지역주민들, 상인들, 구청 등 모두가 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떤 거리를 만들어 나갈지 정하는 것이 연세로에 남은 가장 큰 과제이다. 또한 신촌 만의 특색을 갖추기 위해 차 없는 거리가 어떻게 신촌을 ‘특별’하게 만들어 나갈지 역시 과제로 남아있다.


글 민선희 기자
godssun_@yonsei.ac.kr
최재현 기자
choiguitar@yonsei.ac.kr
글·사진 이준호 기자
bonojun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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