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주인공들의 화려한 삶, 혹은 흥미진진한 모험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오죽하면 중국 영화배우 성룡이 자신이 하는 일이 환경에 좋지 않기 때문에 환경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을까. 그리고 이러한 영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상당 부분은 촬영 이후 버려지는 폐기물에서 발생한다. 영화 속에선 주인공의 삶의 일부였던 소품들이 영화 촬영이 끝나면 버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영화 촬영 이후 버려지는 현장의 소품들을 재사용하는 단체가 있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의 것인 줄만 알았던 소품을 어려운 이들에게 전달하고 환경도 보호한다고 하니 이렇게 기특한 단체가 어디 있을까?

필름비즈 리사이클링이란?

   필름비즈 리사이클링은 영화 촬영에 쓰이는 소품들을 재활용해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비영리 단체로 지난 2008년 창립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필름비즈 리사이클링의 창립자는 에바 래드크(Eva Radke)씨인데 이전까지 영화 제작사의 소품 담당으로 일하던 그녀가 낭비되는 소품들을 자신의 지인들에게 나눠주면서 시작된 활동이 확대된 것이 지금의 필름비즈 리사이클링이다. 현재 이 단체를 통해 뉴욕 주의 제작사들이 사용한 영화 소품들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지역사회의 다른 비영리 단체에 기부되거나 일반인들에게 판매되고, 그대로 활용하기가 힘든 고철이나 전자 폐기물, 섬유 등은 가공을 거쳐 창의적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재활용된 물품의 양이 창립 이후 벌써 450톤 이상이라고 하니 그 규모도 무시 못할 양이다.

재활용으로 일석 삼조의 효과를 보다

   필름비즈 리사이클링이 재활용사업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는 세 가지. 바로 환경오염 방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이다. 환경오염 방지는 말 그대로 영화 촬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재사용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이다. 또 필름비즈 리사이클링은 환경운동을 장려하기 위해 매년 The Golden Dumpster Awards(금빛 쓰레기수거함 상)를 개최해 재활용 및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활동한 인물들을 시상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그런데 톤 단위로 들어오는 소품들을 분류하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 이에 필름비즈 리사이클링은 일반인들을 고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인턴십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과 재활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필름비즈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필름비즈 리사이클링은 지역사회의 다른 비영리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영화 제작사로부터 받는 소품들 중 사용할 수 있는 소품들의 60%를 의무적으로 다른 비영리 단체에 전달하고 동시에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기도 하다. 필름비즈 리사이클링이 지원하는 단체는 장애아동들의 편안한 침실을 만드는 ‘Blissful Bedrooms’와 뉴욕시 빈민 여성들의 자활을 돕는 ‘Bottomless Closet’ 등이다. ‘Blissful Bedrooms’는 아이들의 침실을 꾸미는데 필요한 수납장 등의 가구를, ‘Bottomless Closet’에선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들을 지원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 산업의 재활용 운동은 아직까지는 미국 뉴욕만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영화 시장은 점점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영화 소품들은 사극 의상과 같이 또 쓰일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일반적인 중고시장에 판매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 나온 한가인의 집이 영화 촬영 직후 철거됐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 환경 보호부터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공헌까지 일석 삼조를 자랑하는 필름비즈 리사이클링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자리를 잡아 영화 속 소품들이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더 소중한, 소품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예린 기자
yerin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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