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정크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어렸을 적부터 동네에 있는 쓰레기를 보면 하나씩 주워와 창고에 쌓아두곤 했다. 어딘가 쓸데가 있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용접 등 몇 가지 기술을 배우게 됐는데 이를 토대로 내가 모은 폐품들을 붙이고 재조립하면서 이것저것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2,3년 정도 했을 때 누군가의 제보로 미디어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전시에서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더라. 그때부터 정크아트에 미쳐서 이 일을 본업으로 하게 됐다. 

Q.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무엇이고 어떻게 수집하는가?
A. 처음 시작할 때는 주로 버려진 차체를 이용했다. 자동차는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편리함과 환경오염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어서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엔 정말로 처치가 불가능한 것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해 자동차 타이어를 사용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 종류에 별로 제한을 두고 있진 않다. ‘음식물 쓰레기 빼고 모든 것을 사용하자가 나의 모토다.
수집하는 방법엔 별다른 게 없다. 눈에 보이는 쓸 만한 쓰레기들은 모두 가져온다. 고물상에 가서 구해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평소에 지나다니면서 보게 되는 폐자재들은 모조리 수집해 놓았다가 이들을 늘어놓고 어떻게든 조합을 해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쓰레기들을 이용하는 게 정크아트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일반예술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미리 작품을 구상해놓고 거기에 필요한 재료를 어디에서 쓰던 물건으로 가져와 사용해서 정크아트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작품에 필요한 게 공교롭게도 쓰레기였던 거지 버려진 물건에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작품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A. 일단 나는 예술 쪽으로 공부를 한 경험이 없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필요한 공부를 혼자서 했다. 주변의 시선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일단 온갖 쓰레기들을 수집하니까 저 사람은 뭐 하는 거지하는 시선들이 가장 많았다. 또 정크아트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는데 정크아트를 한다고 하니까 모든 금전적 지원을 끊으셨다. 그래서 우유배달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이렇게 아무리 힘들어도 매 작품을 완성할 때의 희열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Q. 환경문제엔 어떻게 해서 관심을 갖게 됐는가?
A.정크아트를 본업으로 삼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리는지가 실감이 났다. 이전엔 환경문제에 대해 하나도 아는 게 없었는데 점점 환경문제에 관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환경부에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환경과 관련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때 배운 것들을 토대로 작품들에 환경과 관련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또 환경과 관련해서는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다른 예술 분야와 비교했을 때 정크아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A. 작가로서 느끼는 정크아트의 매력은 아무도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물건으로 어떤 것을 만들었을 때의 희열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버려진 물건들을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여러 방향으로 조합해 보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시켰을 때 진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또 관객의 입장에서는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새로운 용도로 탈바꿈시키는 기발함이 정크아트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정크아트에 참여하면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어느 날 작품에서 음악이 나오면 어떨까 해서 시도해 보았는데 관객들이 더 큰 흥미를 보이더라. 그래서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음향기기. 하지만 이와 더불어 사람들의 반응 때문에 많이 만들지 못했던 비구상적*인 작품들을 만드는 데에도 조금 더 매진하고 싶다.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위해선 구상적** 작품들도 중요하지만 비구상적 작품들이 더 나의 철학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론 요즘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여러 가지 움직이는 작품들도 만들고 있는데 이러한 작품들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태양열 전지 등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작품들에 전기를 사용할 땐 이러한 무공해 전지를 설치할 것이다. 

*비구상적 : 대상의 본질적 특징을 순수한 시각 형상에 의해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
**구상적 : 사물, 특히 예술 작품 따위가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추고 있는 것.

 

김예린 기자
yerin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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