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우리대학교와 고려대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많은 선수가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두 팀의 전력이 하향 평준화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번 정기전 양상을 우리대학교 코치진과 고려대 출신 중앙일보 스포츠부 김원 기자의 분석을 토대로 가늠해보았다.

쟁쟁한 투수진 대결

   우리대학교에는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성민 선수(체교·11,SP·21), 김명찬 선수(스포츠레저·11,SP·17)라는 좌투 원투 펀치*가 있다. 각각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 기아 타이거즈에 지명된 유망한 선수들이지만 올해 초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오지는 못했다. 두 선수가 정상 컨디션을 보여주느냐가 우리대학교 마운드**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들을 지원사격할 투수로는 김동우 선수(체교·14,SP·37)가 있다. 올해 초 박성민-김명찬으로 이어지는 원투 펀치가 경기에 못 나왔을 때 김동우 선수가 잘 던져줬다. 그동안 정기전에서 우리대학교는 깜짝 선발 카드를 많이 썼기 때문에 김동우 선수가 제 컨디션이라면 깜짝 선발도 예상해볼 수 있다. 지난 20041학년이었던 권영진 선수(체교·04,SP·47), 2007년의 에이스 임창민 선수(체교·04,SP·58)대신 선발로 나온 진호경 선수(스포츠레저·04,SP·1), 2008년에 1학년이었던 나성범 선수(체교·08,SP·21)등이 깜짝 선발의 예이다. 물론 박성민, 김명찬, 김동우 선수 중 어느 한 사람이 선발로 나온다고 해도 혼자서는 9이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세 선수를 적시에 기용하는 투수 운용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다.
   고려대3학년 김기웅 선수(체교·12,SP·18)가 선발로 유력하다. 김기웅 선수는 그동안 부상으로 재활을 하다가 올해 중반부터 공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191cm라는 큰 키에 직구 스피드도 140km 후반까지 나온다. 완투 능력도 검증된 선수여서 초반만 잘 견딘다면 경기 끝까지도 공을 던지며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이다. 실제로 지난 82848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16강전에서 김기웅 선수는 총 127구를 던지고 삼진을 14번이나 잡으며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원래 고려대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지난 2012, 2013년 정기전 선발로 나왔던 김주한 선수(체교·12,SP·12)였는데, 부상으로 올해 거의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부상이 많이 회복됐다는 이야기가 있어 김주한 선수가 선발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1학년 문지훈 선수(체교·14,RP·20), 이승헌 선수(체교·14,RP·13), 그리고 4학년 류현동 선수(체교·11,RP·37)선수도 짧게 마운드를 지킬 수 있는 투수들이다.

승패의 향방은 방망이에

    타격진의 경우 각 팀의 성향과 특색이 다르다. 우선 우리대학교는 김호은 선수(체교·12,RF·36)와 박태원 선수(스포츠레저·11,LF·10), 그리고 정인석 선수(스포츠레저·11,C·27)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가 장타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박태원, 정인석 선수는 지난 8월 초에 열린 ‘2014년 한미대학야구 국제교류전대표로 출전해 승리를 이끌었으며, 올 시즌 홈런을 3개씩 기록하고 있다. 또한 각각 프로야구팀 KT 위즈, 두산 베어스에 지명 받은 선수들이다. 결국 우리대학교의 중심타선이 얼마나 활약을 하느냐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실제로 올 시즌 양 팀의 장타율과 홈런 수를 비교해보면 우리대학교와 고려대가 각각 0.390-8, 0.339-1개로 우리대학교가 확연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정기전이 열릴 잠실야구장은 구장이 상당히 넓은 것이 특징인데, 이는 장타력을 갖춘 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소이다.
   고려대는 장타력이 많이 떨어지지만, 기동성과 작전수행을 바탕으로 출루를 해나가는 스타일이다. 테이블세터***인 이준형 선수(체교·12,LF·3)-김병석 선수(체교·13,SS·6)3번 사공엽 선수(체교·11,CF·1)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의 기동력이 뛰어나다. 특히 사공엽 선수는 이번에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유망한 선수이다. 기록을 살펴보면, 올 시즌 고려대의 도루 수는 57개이지만 우리대학교는 34개에 불과해 기동성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대학교 포수 정인석 선수가 도루 송구에 약점을 보이고 있어, 고려대 테이블세터진의 출루를 얼마만큼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경기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처럼 각 팀의 공격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팀컬러를 잘 살리는 쪽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선수들의 열정과 각 학교 학생들의 열띤 응원이 어우러져 다가오는 2014년 정기전 첫 종목인 야구 경기가 멋지게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원투 펀치: 팀 내에서 1선발, 2선발을 맡고 있는 주력 투수 2명을 의미한다.
**마운드: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서는 봉긋 솟은 곳. 투수진 전체로 비유되기도 한다.
***테이블세터: 1,2번 타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밥상을 깔아주듯 중심타선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손준영 기자
son113@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