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생애체험센터에서 노인의 삶을 체험해보다

젊음 그 자체가 좋은 거여~ 내 눈엔 느네가 정말 예쁘고 부러워던 옆집 할아버지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만약 뭐가 부럽다는 거지? 취업에, 학점에. 힘들고 신경 쓸 것도 많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가 가진 젊음 자체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젊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려고 해도 잘 이해가 안 된다고? 그래서 기자가 용산구에 위치한 노인 생애체험센터(아래 센터)’에서 직접 노인의 삶을 체험해봤다.

우리 모두가 노인이 된다

6호선 효창공원 역에 내려 약 10분 정도 걸으면 어느덧 노인 생애체험센터라고 큰 현수막이 붙은 건물이 보인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은 여기 신발장에 놓고 실내화를 신고 들어오세요라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기자는 실내화로 갈아 신고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 참가자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참가자 중 고려대학교 강현혜(의학12)씨는 노인 생애체험이 학과 커리큘럼에 포함돼 있어 이곳에 오게 됐다막상 이곳에 오니 어떤 체험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 표정을 보니 모두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때 등장한 센터 과장 황은영 씨는 밝은 인사와 함께 체험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했다. 황씨가 이 노인 생애체험은 연령,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원한다면 참여할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누구라도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만한 질문에 모두 조용히 있던 찰나, 고려대학교 유중현(의학12)씨가 우리 모두 노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황씨는 그렇다. 다른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자신들을 위한 체험이라며 이 체험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이렇게 고령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비교적 많고 고령에 대한 인식이 깨어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각종 체험 장비와 체험복을 착용했다. 참가자들이 실제 노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복은 참가자들의 신체나이를 80세로 맞춰준다. 노안은 안경으로, 잘 안 들리는 귀는 귀마개로, 약화된 근력은 모래주머니를 차서, 금방 저린 손과 둔해진 손 감각은 장갑으로, 굽어진 허리는 허리대로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많고 복잡한 체험복이기에 둘씩 짝지어 서로 도와줘야 겨우 착용할 수 있다. 그렇게 약 10여 분을 낑낑거리며 체험복을 다 착용한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면 사이보그가 떠오를지도 모를 일.

노인의 몸으로 다시 보는 주변 환경

▲▲팔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대기실 바로 앞의 체험장으로 향하는 길. 모래주머니를 찬 다리 때문에 한 걸음 옮기기도 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시야가 좁고 흐릿해서 자꾸 발밑을 확인하며 걸었기에 허리 통증은 상당했다. 황씨는 체험은 현관체험’. ‘주방체험’, ‘거실체험등으로 이뤄져 마지막엔 휠체어체험으로 마무리된다체험장에 들어가는 순간 여러분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로 불린다고 말했다.
첫 번째 체험인 현관체험에서는 노인들이 귀가 후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는 것을 체험한다. 평소 같았으면 별 문제 없이 신발을 휙, 휙 갈아 신었겠지만 체험복을 입고 있으니 신발장 문을 여는 것도, 실내화를 집는 것도 힘겨웠다. 신발을 갈아 신을 때도 벽에 붙은 손잡이를 한 손으로 잡고 갈아 신으려니 몸이 무거워 쉽지 않았다. “할머니, 갈아 신기 힘드시면 벤치에 앉아보세요라는 황씨의 안내에 따라 벤치에 앉아 다시 신발 신기를 시도해봤다. 다행히 다리라도 편히 쉴 수 있어 한결 수월하게 갈아 신었다. 이렇게 신발장 앞에 벤치를 놓는 것만으로도 노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다음은 주방체험’. 식탁 앞에는 팔걸이가 없는 의자와 팔걸이가 있는 의자가 놓여 있다. 노인의 몸으로 이 두 의자에 앉아보니 팔걸이가 없는 의자는 안정감도 없고 앉으려고 하니 몸이 비틀거렸다. 반면 팔걸이가 있는 의자는 힘이 없는 몸을 지탱할 수 있어 더 편안했다. 이를 통해 노인의 삶에선 이 사소한 차이도 이렇게 느낌이 크게 다르단 걸 알 수 있다.

▲▲음료수의 유통기한을 확인 중이다

이 체험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휠체어체험’. 둘씩 짝을 지어 한 번은 노인 역할을, 다른 한 번은 휠체어를 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중체험이다. 이 체험에서는 직접 휠체어를 타봄으로써 노인의 입장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노인 역할을 하는 기자의 파트너를 휠체어에 직접 앉힐 때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다. 먼저 평평한 땅 위에 휠체어를 고정시킨 뒤 발판을 뒤집어 파트너를 아주 천천히 앉혀야 했다. 또한 휠체어에 직접 앉으면 별로 높지 않은 경사에도, 턱을 지나갈 때도 공포감이 생기기 때문에 휠체어에 탄 사람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매번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야 했다. 황씨는 길을 가다 턱을 만났을 때 앉아있는 사람이 놀라지 않도록 휠체어를 부드럽게 올려야 한다밀어주는 사람이 턱을 지난다라고 말을 해준다면 더 좋을 것이라 말했다.


체험을 마치니 거의 한 시간 남짓이 지나있었다. 체험복을 벗을 때도 둘씩 짝을 지어 벗어야 한다. 가장 먼저 체험복을 벗은 참가자는 드디어 살 것 같다며 스트레칭을 했다. 함께 체험한 고려대학교 박민정(의학12)씨는 관절을 구부리기 힘든 것과 근력이 약화되는 것을 직접 체험해보니 노인분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간다이렇게 깨달은 것을 바탕으로 노인분들을 좀 더 잘 배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친 상태로 대기실 의자에 반쯤 기대있자 황씨가 나타나 수료증을 전달식을 진행하겠다이 수료증은 참가자들이 오늘 배운 것들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무료로 수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체험은 노인들이 어떤 부분에서 신체적으로 힘들어하는지, 더 나아가 그들의 일상이 어떤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였다. 기자는 저렸던 손과 발이 풀리고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어쩌면 할아버지가 젊음이 부럽다는 말은 단지 젊은 몸뿐만 아니라 젊을 때만 가질 수 있는 일상까지 뜻하고 있던 것은 아닐는지. 기자가 당신에게 말한다. “늘 명심해라, 그들도 한때 우리였고 우리도 언젠간 그들처럼 된다는 것을

 

홍문령 기자
lalalala24@yonsei.ac.kr
사진 유자헌 기자
jyoo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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