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광고는 의미생성을 위해 사회와 문화적 관계를 중요한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흔히들 광고는 그 시대 속 존재하는 사회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나 이념들을 담고 있다. 즉 광고를 해석한다는 것은 그 속에 내재하고 있는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과거부터 한국 사회는 유교적 가부장주의를 기초로 남성 우월 중심주의가 만연해왔다. 그러나 시대가 지남에 따라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올라가고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게 되면서,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와 소비시장은 더 크게 확장되고 세분화되었다. 이와 함께 소비에서 여성이 갖는 비중 또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광고 역시 점차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여성성 트렌드 경향의 광고가 강세를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을 남성에 비해 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 성적인 대상, 가사를 담당하는 역할로 보는 인식이 만연하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광고 속에 상징적인 의미가 은연히 드러난다. 그렇기에 아직도 광고에서는 반여성적이고 친가부장적인 사례들을 빈번히 접할 수 있다.
일례로 2014 LG DIOS 냉장고 광고를 살펴보자. “당신은 여자가 큰 냉장고만 원하는 줄 아셨죠? 당신은 아직 여자를 모릅니다”라는 대사는 광고에서 여성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것을 알린다. 이러한 대사는 냉장고 구매결정이 여자에 달려있다는 전제가 여성에 대한 모성 및 가정적인 이데올로기를 재현시킨 것이다. 따라서 수용자는 광고를 접하면서 은연중으로 냉장고는 여자가 선택해야 할 것, 냉장고를 정리해야하는 것도 여성의 역할, 주방 가사 역시 여성이 해야 할 것으로 인지하게 된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사례들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학습하게 된다. 여성의 태도와 역할에 대한 왜곡된 재현들이 수신자에게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능력 그리고 요구를 편협하게 이해하게 한다. 이와 같이 사회구성원의 성역할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화적 코드 중 하나이며 의미 체계로서 성역할의 실천에 중요한 사회적 틀로 작동한다. 이는 광고가 시대상과 그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볼 때, 현대 사회에서 성차에 따른 억압 구조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과 같다. 우리 사회는 현재에도 성 불평등을 조장하는 사회적 제도와 불평등한 관념 등이 남아있으며 이는 계급 차별, 인종 차별 문제와 중첩되어 왜곡된 여성 이미지를 끊임없이 재생산 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광고를 포함한 대중문화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짐과 동시에 중요한 사회화 기능을 한다. 현대인들은 광고를 통해 제품에 대해 적절한 가치관을 갖게 되는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태도나 신념을 사회화 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광고에서의 왜곡된 여성 이미지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적 관념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며 남녀 수용자 모두를 잘못된 인식으로 이끌고 사회화시키기 쉽다. 즉 광고를 통해 성차별 이데올로기 혹은 성 고착 이데올로기가 생산, 유통, 수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떤 여성 재현이 올바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갖고 여성 이미지 재현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길러 광고에서의 왜곡된 여성이미지를 바로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광고를 포함한 대중문화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별적 재현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많아져야 비로소 조금씩 여성을 둘러싼 고정된 인식이 변하고 여성과 남성의 관계도 평등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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