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알면 스포츠가 보이고, 스포츠를 통해 미디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스포츠와 미디어를 잘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덧붙여 이광용 교수(교과대·스포츠경영)는 “현대 스포츠는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통해 그 위상이 높아질 수 있었다”며 “미디어 산업 또한 스포츠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스포츠와 세계의 중심인 미디어, 이 둘의 특별하고도 재미있는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미디어 발전 “스포츠 덕분일세”

스포츠는 미디어의 아주 매력적인 콘텐츠원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역동적이고 감동적인 스포츠의 특성상 많은 대중적 관심과 거대 자본이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덕분에 방송사들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한 스포츠 중계를 통해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하고 높은 광고 수입을 낼 수 있다. 특히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일명 ‘세계인의 축제’의 경우 국민 대다수의 관심이 몰려 높은 시청률이 보장된다. 실제로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경기의 시청률은 KBS, SBS, MBC 방송 3사를 통틀어 70%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또한 스포츠는 미디어 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 교수는 “경기 도중 노출되는 간접 광고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스포츠는 미디어 산업에 큰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며 “그와 동시에 스포츠는 고도의 촬영 기법과 화면 표현 등을 요구하면서 미디어 기술의 발전을 꾀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의 사례로 ‘호크아이(Hawk-Eye)’와 ‘스파이더캠(Spider Cam)’을 들 수 있다. 호크아이는 테니스, 크리켓과 같은 구기 종목에서 경기 중 공의 위치와 궤도를 그래픽 영상으로 재현해 심판의 판정을 더욱 정확하게 도와주며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파이더캠은 카메라를 경기장 위에 와이어로 연결해 경기 상황을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본 장면을 구현하는 기술로 경기화면의 생동감과 박진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들은 스포츠가 아니었다면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미디어와 스포츠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도 미디어 없인 못살아

현대 스포츠의 높은 위상은 미디어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정도로 미디어가 스포츠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미디어는 대중들이 스포츠를 접할 기회를 높여 스포츠에 대한 인기와 관심을 증대시켰다”고 말했다. 과거 미디어의 발전이 미비했던 시절, 대부분의 스포츠는 선수 등 엘리트 중심이었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스포츠가 대중들에게 전달되면서 스포츠는 온 국민의 생활 속에 친숙하게 자리 잡게 됐다. 미디어가 스포츠에 막대한 돈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교수는 “스포츠의 협회나 리그에서는 매체에 방송중계권을 판매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방송중계료로 얻은 수익은 무려 5억 6천100만 달러(약 58조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방송중계권을 독점해 수익을 올리려는 경쟁이 과열되면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지난 2010년 독일 월드컵 당시, SBS에서 800억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내고 월드컵 방송중계권을 독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한 스포츠는 시청률과 수익을 고려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경기일정과 규칙을 바꾸기도 한다. 하나의 예로 NBA를 들 수 있다. NBA에서는 TV의 중간광고를 늘리기 위해 하프타임제*에서 쿼터제**로 변경했고, 시청자의 극적인 재미를 더하기 위해 1979년부터 3점슛제도***를 도입했다. 복싱의 경우, 쉬는 시간의 광고노출을 늘리기 위해 3분 3라운드에서 2분 4라운드로 변경했다. 또한 경기 용품 및 경기복이 바뀌기도 한다. 원래 유도선수들은 양편 모두 흰색 유도복을 입었으나, 구분하기 힘들다는 시청자들의 요청에 따라 흰색과 청색으로 구분해 입기 시작했다. 탁구경기의 테이블과 공의 색깔이 화면발을 잘 받도록 녹색과 흰색에서 청색과 주황색으로 바뀐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경기 일정도 미디어의 영향을 받는다. 올림픽의 경우 시합 기간이 시청률이 가장 높은 주말 시간대에 더욱 많이 배치될 수 있도록 기존 15일에서 17일로 연장됐다. 올림픽 기간이 17일이 될 경우 황금 시간대인 금·토·일요일이 모두 3일씩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한 동계올림픽이 2월에 열리는 이유도 1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미식축구 대회인 ‘슈퍼볼(Super bowl)’과 3월에 열리는 미 대학농구 리그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의 기간을 피해 정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33년 5월 5일 ‘보스톤 가제트(Boston Gazette)’잡지에 실린 하나의 스포츠 기사. 그 기사가 이 특별한 연결고리의 시작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그 기사를 시작으로 신문, TV 등의 전통적 미디어에서부터 인터넷 포털과 UCC 등의 인터넷 미디어를 거쳐 DMB, 4G 이동통신 등의 모바일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스포츠를 콘텐츠로 하는 미디어의 형태는 계속 발전해왔고, 그 변화의 흐름에 맞춰 스포츠도 함께 변화해왔다. 지난 19일 인천아시안게임의 성화가 불타올랐다. 이 게임에 참여하는 아시아 45개국 1만 3천여 명의 선수들은 오는 10월 4일까지 인천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낼 것이다. 당신도 스포츠와 미디어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잘 알고 게임을 즐긴다면,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맛보게 되지 않을까.

*하프타임제 : 스포츠에서 전반과 후반으로 나눠서 진행되는 경기의 형태.
**쿼터제 : 스포츠에서 4개의 쿼터로 나눠서 진행되는 경기의 형태.
***3점슛제도 : NBA는 1979-80시즌부터 3점슛을 전격 도입했고 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3점슛으로 인해 짜릿한 역전승이 나오고 단신선수들도 득점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석현 기자
shk920211@yonsei.ac.kr
 

<자료사진 british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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