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아메리카, 유럽의 추석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올해 추석은 다른 해에 비해 유독 빨리 찾아온 편이었다. 더위도 채 가시기 전에 우리는 추석을 맞은 셈이다. 그렇지만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먹고,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에 어느새 더위는 잊혀져갔다. 추수한 양식으로 조상님께 감사의 차례를 지내는 우리의 명절 추석. 이러한 추석은 우리나라에만 있을까? 다른 나라들도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고, 추수를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풍습이 발달해 있다. 다른 나라들의 추석 모습을 한번 알아보자.

 
중국
 
중국에도 추석과 매우 흡사한 ‘중추절’이 있다. 중추절에는 중국인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가족끼리 모여 음식을 먹고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한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에릭 왕(UD·13)씨는 “중추절이 되면 가족들끼리 모여 거대한 저녁 식사를 한다”며 “주로 위에삥(월병)을 많이 먹고 또 보름달을 감상한다”고 말했다. 
왕씨는 특히 한자 圓(둥글 원)을 써서 보여주며 “이 한자는 모양이 둥글다는 뜻도 있지만 ‘완벽함’ 또는 ‘일이 잘 풀림’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며 “중추절 때 보이는 둥근 달도 이 한자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달의 의미를 강조했다. 요즘에는 가족들끼리 모여 달을 본 후 화목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 대중화됐지만 옛날에는 달에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는 기쁨이다. 왕씨는 “중추절 때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가족을 만날 수 있어 좋다”며 중추절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베트남
 

베트남의 추석은 ‘쭝투’ 혹은 ‘뗏쫑짱’이라고 부른다. 뗏쫑짱은 물론 추석처럼 조상님께 수확을 감사드리는 명절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어린이날과 비슷하기도 하다. 이 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별 모양의 등이나 장난감을 주고 등불 행렬에 함께 참여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트남 부모들이 지나치게 자녀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며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쭝투의 본래 의미를 훼손하고도 있다. 남 니구옌(UIC·13)씨는 “언제부터인가 쭝투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비싼 장난감을 많이 사주는 날이 됐다”며 “원래는 추수를 감사하는 취지로 쭝투가 시작됐지만 지금은 본질보다는 선물 주고받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베트남에서 쭝투는 기존의 전통적 의미는 점차 사라지고 상업화되는 추세다. 이에 니구옌 씨는 “원래는 가족들끼리 월병과 같은 음식을 먹으며 달을 바라보면서 풍년을 기원했지만 요즘은 보통의 공휴일에 지나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
 
미국에도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 있는데 바로 ‘추수감사절’이다. 추석처럼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에는 미국인들도 가족끼리 모여 추수를 감사하는 시간을 보낸다. 추수감사절은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그들의 정착을 도운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함께 수확에 감사하며 열었던 행사에서 시작됐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거주했던 매디 젠트리(UIC·13)씨는 “매년 추수감사절에 가족끼리 모여 칠면조, 크랜베리 소스, 사과주, 그리고 고구마 등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미국인이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것은 아니다. 젠트리 씨는 “가족끼리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 모이기가 힘들다”며 “우리 가족 또한 가까이 살지 않아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추수감사절과 추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감사의 대상이다. 호노라 존스턴(국문·14)씨는 “추수감사절의 경우, 교회 등에서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종교적으로 보내지만 추석과 같은 조상 숭배의 요소는 없다”고 밝혔다. 젠트리 씨도 “한국인들은 추석 때 조상님들에게 존경을 표하는데 반해, 미국인들은 조상이 아닌 하나님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차이를 설명했다. 각자 감사를 표하는 대상은 다르지만 풍성한 양식을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삶의 자세는 한국과 미국의 공통적인 풍습같았다.
 
프랑스
 
그렇다면 유럽은 어떨까? 프랑스는 추석처럼 특정한 날을 지정해놓고 수확을 감사하는 날은 없다. 코돗 일리라(ASD·13)씨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프랑스는 가을에 나는 과일, 채소, 와인과 같은 제철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할 뿐 추석과 같은 명절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프랑스에도 추석처럼 수확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는 있다. ‘페르피냥의 중세시장’이 바로 그것이다. 9월이 되면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페르피냥이라는 도시는 중세시대로 돌아간다. 도시의 곳곳에는 기사 코스튬을 입은 사람이 지나다니거나 중세 시대의 음식도 맛 볼 수 있다. 일리라씨는 “포도 수확이 끝나가는 즈음 이 행사를 하며 중세시대의 전통놀이를 즐기거나 호박, 버섯 등 다양한 중세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고 전했다. 
추석과 비슷한 또 다른 축제로는 ‘만성절(Toussaint)’이 있다. 일리라씨는 “11월이 되면 프랑스인들은 1일과 2일, 양일에 걸쳐 성인들을 기념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요즘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들만 만성절을 지내며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만성절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세계인들은 각자의 풍습에 따라 추수에 감사하며 추석을 즐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의미가 변질돼 가족 간의 유대감이 약해진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그 흐름 속에서도 추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을 바탕으로 일용한 양식을 얻음에 가족끼리 함께 즐거워한다. 우리도 연휴는 끝났지만 가족들과 함께 소중한 추석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최재현 기자
choiguitar@yonsei.ac.kr
유자헌 기자 
jyoo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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