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하자마자 찾아온 꽤 긴 추석 연휴. 지난 며칠 동안 우리는 집과 학교를 비우고 고향으로 내려가 친척들을 만나 뵙거나 조상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왔다. 그 사이에 학교로 돌아와 다시 일상을 시작하려는 학생들을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떠나있는 동안에도 우리의 보금자리를 지키셨던 분들. 우리의 송편이 솔잎과 함께 익어가는 동안 학교에 떨어진 나뭇잎을 쓸고 계셨던 경비 아저씨(아래 경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루를 일하고 하루는 쉽니다
 
▲ 우리대학교 경비원이 나뭇잎을 쓸고 있다.
우리대학교 경비원들의 근무 방식은 어떨까? 경비원들은 일반적으로 24시간 근무 후 하루를 쉬는 형식의 2교대 근무를 한다. 간혹 3교대 근무를 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2교대 근무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2교대 근무 방식은 어찌 보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시스템이지만 경비원들은 이 방식을 더 선호했다. 우리대학교 경비원 ㅇ씨(68)는 “2교대 근무는 하루를 통째로 쉴 수 있어서 개인 업무를 많이 볼 수 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학교를 벗어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를 서는 송아무개(68)씨는 “3교대 근무를 하면 매일 근무를 하는 기분이라 오히려 더 부담된다”며 “우리는 주말도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2교대 근무가 훨씬 마음이 편안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2교대 근무의 장점 때문인지 채용정보 사이트에 등록된 경비원 모집의 대부분은 2교대를 근무 조건으로 걸고 있다.
‘주말도 없는’ 경비원들의 2교대 근무는 이번 추석 연휴에도 예외 없이 계속됐다. ㅇ씨는 “이번 추석에도 2교대 근무를 했다”며 “추석이라고 쉴 수는 없어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는 것은 근무 날짜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첫 날에 근무하고 추석 당일에는 쉰 ㅇ씨는 “이번 추석에는 손주들이 상계동 집으로 와서 다행이었다”며 “밤샘 근무를 하고 아침 6시가 돼서야 집에 들어갔지만 손주들을 볼 생각에 피곤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명절 당일에 쉰 송씨는 미리 예매해 둔 아침 기차를 타고 고향에 다녀왔다. 친척들과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그는 다음날 근무를 위해 다시 저녁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송씨는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추석 당일에 근무한 우리대학교 경비원 ㄴ씨(67)는 “이번 추석에는 친척들을 볼 수 없었다”며 “안타깝지만 추석에도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을 위해 근무를 선다고 생각하며 기운을 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보면서 힘을 내는 사람들
 
비단 추석뿐 아니라 가족 내 경조사에도 근무가 있으면 경비원들은 갈 수 없다. 아직 연로하신 부모님이 살아계신 ㄴ씨는 “거리가 멀기에 부모님을 자주 못 뵙고 조카의 결혼식 때도 근무가 있어서 가지 못했다”며 “몇 년 전부터 이렇게 지내왔기에 친척들로부터 소외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경비원들은 벌초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성묘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밥이라도 같이 먹고 얼굴이라도 자주 봐야 친척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데 그럴 일이 없기에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대학교 경비원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바로 우리 학생들이라고 한다. ㄴ씨는 “자식 같은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보면서 위안으로 삼곤 한다”며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이 이런 점에서는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ㅇ씨 역시 “얼굴이 익은 학생들이 인사해주는 낙으로 살고 있다”며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의 안전을 위해 추석도 없이 일하시는 경비아저씨들. 고령의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그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즐거운 추석을 지내고 강의를 들으러 건물에 들어서는 당신을 바라보는 경비아저씨가 있다. 잠깐이라도 마주 보고 웃어 드리자. 우리가 짓는 환한 미소는 그분들의 지친 입꼬리를 올려줄 것이다.
 
 
글 박성종 기자 
seongjong@yonsei.ac.kr
사진 손준영 기자 
son113@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