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학문의 미래를 설계하다

지난 2013년 3월 융합전공선발위원회에서 학교 측이 발표한 ‘2014학년도 융합 학부 신설안’에 따라 지난 학기부터 언더우드국제대학(아래 국제대)에 ▲융합인문사회계열(Humanities, Arts, and Social Sciences, HASS) ▲융합과학공학계열(Integrated Science&Engineering Division, ISED)이 국제캠에 기반을 두고 신설됐다. <관련기사 1702호 2, 3면 ‘자유전공 폐지와 거대 융합 학부 신설 제3의 창학인가, 행정장악인가’> HASS에는 기존에 아시아학부와 테크노아트학부에 소속됐던 4개 학과와 더불어 ▲사회정의리더십(Justice and Civil Leadership, JCL) ▲계량위험관리(Quantitative Risk Management, QRM) ▲과학기술정책(Science, Technology and Policy, STP) ▲지속개발협력(Sustainable Development and Cooperation, SDC) 학과가, ISED에는 ▲바이오융합(Bio-Convergence, BC) ▲에너지환경융합(Energy, Environmental Science, and Engineering, EESE) ▲나노과학공학(Nano Science and Engineering, NSE) 학과가 만들어졌다. 지난 한 학기를 돌아보며 국제대 신설학과 설립 목표와 운영 상황을 알아본다.

 
사회정의 리더십, JCL
 
먼저 HASS에 속한 JCL은 ▲로스쿨 진학 ▲PPE(Philosophy, Politics, Economics)프로그램 실행을 위해 신설된 학과다. PPE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사회적 문제를 윤리적, 정치적, 경제적 방면을 통해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게끔 하는 프로그램이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다 현재 우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JCL 교수직을 겸임하고 있는 강용승(법학전문대학원·비교법)교수는 “옥스퍼드에서 수학하던 시절 PPE프로그램을 경험했고 이때 얻은 지식이 이후 로스쿨 진학에 있어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JCL의 전망에 대해 강 교수는 “JCL은 단순히 응용학문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 기초를 다뤄 분석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런 커리큘럼 덕분에 학생들은 사회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되므로 로스쿨은 물론 정부기관, 정치계, 비영리단체, 또는 기업에 취직하기도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계량위험관리, QRM
 
QRM은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위험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학과로 ▲경제학 ▲응용통계학 ▲수학 ▲금융 ▲공학의 5가지 분야를 융합한 학문이다. 우리 대학에서 QRM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김주철(상경대·금융공학)교수는 QRM의 전망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주철 교수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위험관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며 “QRM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위험관리뿐만 아니라 해외은행에서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추세도 접할 수 있어 국제적인 감각을 지는 금융전문가가 지녀야 할 자질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금융감독원의 경우 2년 전부터 신입직원 채용에 금융공학이라는 새로운 직군을 신설하여 파생상품과 위험관리에 대한 전문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며 “체계적으로 위험관리를 배운 사람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QRM을 전공한 학생들의 취업도 잘 이뤄질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다”고 김주철 교수는 설명했다.
 
과학기술정책, STP
 
STP는 학부생들이 국가적, 국제적 정책 문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 사회적 측면까지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반적인 커리큘럼은 ▲세미나 ▲실험 ▲인턴십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미나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지구온난화 ▲GMO식품 ▲공상과학영화와 같은 주제에 대해 탐구할 기회를 제공하며 실험은 과학의 기본적인 논리를 학생들이 더욱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이론으로만 배웠던 것을 실생활에 적용해 볼 기회를 제공하여 복잡한 사회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을 성장시킨다. 
 
지속개발협력, SDC
 
SDC는 ▲개발 ▲보존 ▲지역사회 및 세계라는 세 분야가 융합되어 신설된 과다. 기아 대책, 불평등, 인권, 건강, 교육, 경제 성장, 환경 보존과 관련된 내용을 주로 다뤄 국제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SDC 학부생들은 다양한 이론적, 개념적 지식을 바탕으로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경제학 ▲정치학 ▲인류학 ▲역사학적 시각에서 탐구하며 실용적 현장 경험을 쌓아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따라서 SDC 졸업생들은 개발도상국 및 떠오르는 시장에 대한 심층적 이해력을 갖추고 있어 KOICA, UNDP,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적 단체에 취업할 수 있다. 
 
바이오 융합, BC
 
BC는 건강관리 산업과 생명공학 등과 관련한 글로벌 리더 육성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생화학 ▲시스템 생물학 ▲바이오기술학 ▲화학 ▲지구시스템과학 ▲약학의 분야를 두루 다룬다. 학부생들은 주로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과 질병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기술들을 익히게 된다. 1학년은 미적분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과 관련한 기초적 학문을 익히고 2학년은 물리화학, 유기화학, 생화학과 관련된 전공 관련 수업을 중심으로 듣는다. 더불어 이때 기술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서도 함께 배우게 된다. 이보다 고학번이 되면 독립되어 사회적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커리큘럼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BC를 졸업한 학생은 생물 관련 산업, 특허 관련 기관, 지적재산권 관련 기관, 경영 컨설팅 관련 산업 등에 종사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환경융합, EESE
 
EESE는 기초과학과 공학의 여러 분야를 융합한 첨단 융합기술을 다루는 학문으로 ▲화석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에너지 절감 ▲에너지 시스템 관리 등을 다루는 에너지 분야와 ▲이산화탄소 절감 기술 ▲수질 관리 기술 ▲대기관리 등의 환경 분야가 융합돼 형성됐다. 현재 공과대 김종학(공과대·화학공학)교수가 EESE 전공책임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김종학 교수는 “EESE는 차세대 신재생에너지와 환경오염 절감을 담당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고 환경오염이 심각한 우리나라에게 더욱 중요한 분야”라며 “앞으로 이런 기술이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김종학 교수는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해서 “신재생에너지 및 환경 분야의 전문가로 신기술 개발·연구, 에너지시스템 설계·운영, 차세대 연료 생산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 환경 저감기술 설계·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할 수 있어 전망이 매우 밝다”고 전했다.
 
나노과학공학, NSE
 
NSE는 ▲기초과학 ▲응용원리 ▲나노응용의 세 가지 분야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실험에 중점을 둬 기초 연구 능력과 문제 해결력을 함양하는 것이 NSE의 목표다. 주로 과학적 탐구를 돕기 위한 ▲물리학 ▲화학 ▲수학 공부를 기본 단계, 심화 단계, 응용 단계로 나눠 학습하는데 세부적으로는 ▲열역학 ▲유기, 무기 및 고분자 화학 ▲전자기학 ▲응용 생화학 ▲ 양자역학의 분야를 다룬다. 고학년이 되면서 더욱 복잡한 ▲나노 고체물리학 ▲나노 바이오시스템 ▲나노 광학▲나노 광자시스템 ▲나노 반도체 입문 등 다양한 원리와 그 응용에 대해 탐구한다. 현재 공과대학원 부원장과 NSE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김현재(공과대·반도체)교수는 “전공에서 배우는 내용이 자동차, IT, 반도체, 디스플레이, 우주항공, 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학과는 매우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국제대 신설학과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상윤(UIC·14)씨는 “서강대의 경우 아예 융합학부가 다른 문과대라든지 이과대처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데 우리대학교는 국제대 산하에 융합 학부가 존재해 독립성이 떨어지고 전공 진입 수업을 들어봤을 때 다양한 분야를 조합해 놓았을 뿐 융합됐다는 느낌이 없어 실망스러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SDC 전공 진입을 희망하는 김예림(UIC·14)씨 또한“지난학기 수강한 전공 진입 수업에서 4년 동안 배워야할 주제들을 한 번 훑을 수 있었다”며 “경제, 사회, 기아, 환경, 성차별 등의 주제를 간략하게 배웠기 때문에 아직 여러 학문이 융합된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예영(UIC·14)씨는 “융합 학과 입문 수업이 입시 때 설명과 큰 차이가 없이 진행돼 만족하며 교수님이 수업 방향을 잘 잡아주시고 앞으로 경제, 철학, 정치가 융합된 심층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호제(UIC·14)씨는 “입문 수업을 듣기 전에는 아무리 융합과학공학부라도 세 가지 전공에 통달 하기는 힘들 것 같았는데 교수님께서 하시는 연구를 직접 접하거나 세부 전공에 기본적으로 필요로 되는 지식들을 폭 넓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국제대 신설학과가 처음 학생을 받은지  한학기가 지났다. 융합 학부가 처음의 설립 목표를 이행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채린 기자
hot_issue@yonsei.ac.kr
김예린 기자 
yerin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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