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사람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스테판 에셀-


『빠삐용』이라는 영화를 들어봤는가? 빠삐용은 지난 8월 18일부터 22일까지 인천의 추억극장 미림(아래 추억극장)에서 상영됐다. 지난 1974년 개봉된 영화가 40년이 넘은 지금도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 소외계층이라 볼 수 있는 노인들을 위한 문화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실버극장’이 떠오르고 있다. 노인들에게 지난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문화 공간, 실버극장으로 들어가 보자.


 실버극장이란 무엇인가

실버극장은 추억의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영화관이다. 수도권에는 서울에 ▲명보실버극장 ▲청춘극장 ▲허리우드극장, 경기도와 인천에 각각 ▲안산명화극장 ▲추억극장으로 총 다섯 개의 실버극장이 있다.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이 다섯 곳의 실버 극장 중에서도 추억극장은 다른 실버극장보다 시설이 좋다고 ‘어르신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다. 추억극장에는 한 달에 약 4천여 명의 관객이 찾으며 그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추억극장의 사원 조우리(38)씨는 “옛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자주 오시는 단골손님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추억극장은 실버극장답게 노인복지회관이나 시장, 공원, 등산로 등 노인들이 주로 모이는 곳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버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 것일까? 조씨는 “기본적으로 추억의 영화 위주로 상영하고 때때로 계절이나 시기도 고려한다”며 “다른 실버극장에서 잘됐던 영화가 있다면 상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실버극장들의 최근 상영작을 보면 1948년에 개봉한 『햄릿』, 『성난 파도』, 1956년에 개봉한 『십계』, 1960년에 개봉한 『일요일은 참으세요』 등 옛날 영화들이 많다.
 

고령화와 함께 발전하는 실버극장

실버극장의 요금은 보통 1인당 2천원 정도다. 저렴한 가격과 문화에 대한 노년층의 소비 욕구가 맞물려 실버극장의 인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조씨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복지 쪽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것 같다”며 “실버극장의 인기는 고령화 시대에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추억극장에서는 영화 상영 이외에도 노인을 위한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이발이나 공예체험 등을 시행하거나 구상하고 있다. 추억극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역시 대부분 노년층으로 노년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다.
실버극장은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노인들만의 공간’으로 남으려 하지는 않는다. 세대가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거나 노인들과 동반하는 가족들의 요금 역시 2천원으로 받는 등 기성세대와 노인세대가 함께 어울릴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충정로 문화일보홀에 위치한 청춘극장은 영화관과 함께 북카페를 마련해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젊은 층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세상 속에서 실버극장은 노인들의 추억이 담긴 영화를 매개로 노인들의 마음속으로 잔잔하게 들어오고 있다. 지난날 노인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영화들이 이제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가슴을 다시금 울리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익숙한 우리지만,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한 번쯤 실버극장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부모님과 함께 한다면 당신 역시 단돈 2천원에 부모님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

글 박성종 기자
seongjong@yonsei.ac.kr
사진 박규찬 기자
bodogy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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