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늘어나는 노인 자살, 원인과 대책은

 

"노인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박물관 하나가 불 탄 것과 같다"
- 아프리카 속담 中 -

최근 저출산 문제와 의료 기술의 발달에 따른 수명연장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또한 최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령화 추세에 더불어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큰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노인 자살’ 문제다. 그 어느 나라보다 노인을 공경하고 예의가 바르다는 동방예의지국 한국이지만 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통계자료는 그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노인 자살

건강보험공단의 「연령별 자살시도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4년 동안 80세 이상 노인의 자살 시도율은 2.5배, 70대 노인은 1.5배꼴로 늘어났다. 특히 80대 이상 노인의 자살 시도 증가율의 경우 전체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노인 10만명 당 65세 이상 노인은 79.7명, 80세 이상 노인은 116.9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급격히 접어들면서 노인층의 자살 시도나 실제 자살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인 자살은 왜 발생하는가

이러한 노인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울증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극단적인 생각을 떠올리듯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신경정신과의원 방현숙 원장은 “사망하는 노인 중 일반적인 지병으로 사망하는 노인의 비율은 14%지만 가벼운 증세까지 포함해 우울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노인은 34%에 이른다”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대다수 노인들은 실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노인들이 우울증을 앓는 원인은 첫째로 자신의 병든 몸 때문이다. 노인들이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면서 신체적인 쇠약감과 정신적인 쇠약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고 이것이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사회적인 영향력의 감소를 들 수 있다. 경제적인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되고 가족 내에서도 우울증을 앓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변 노인들의 죽음에 따른 허탈감도 노인들이 우울증을 앓는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서울시립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노인자살예방센터의 원혜림 사회복지사는 “최근 가정 문제나 건강 문제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노인들이 많다”며 “실제로 센터를 방문한 노인들의 사례들을 보면 우울증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노인 자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노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살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방 원장은 “자살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죽고 싶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는 점이다”며 “노인들의 경우에는 몸이 아프다는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화가 너무 안 된다'
‘요즘 들어 다리가 너무 쑤신다’

이런 신체적인 증상을 들어 이야기 한다면 자살 징후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언젠가 다시 태어나면 좋겠다’와 같은 사후 세계에 대한 동경, 죽음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에 대한 계획을 말하거나 자기 비하적인 표현을 자주 한다면 이는 주의해야 한다. 행동 면에서도 자살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중요한 소유물을 남에게 전달한다든지 오랫동안 불안정하고 침울했던 노인이 갑자기 평화스럽게 보이거나 즐거워 보이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의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살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자는 과거 자살 시도의 여부다. 방 원장은 “과거 자살 시도가 있는 노인의 경우 또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상담과 같은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살 징후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만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사회적인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2011년 3월 제정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과 같이 노인 자살의 예방을 위해 자살 징후를 조속히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정부 차원에서의 진료체계를 확립하고 지역 사회와 연계해 지역 사회 기반의 다양한 자살 예방 교육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법과 제도적인 기반을 조성하고 베르테르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중매체들의 선정적인 보도도 자제해야 하는 등의 전 사회적인 노인 자살 대응 역량의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노인은 많은 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에는 상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 말은 진실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새로움의 연속이고 결코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이 인생이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생전 겪어보지 못한 늙고 병든 몸과 사회적인 소외 속에서 싸워야 한다. 고령화 시대, 노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해서는 소외된 노인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베르테르효과 :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
 

송진영 기자
sjy081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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