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미키 김 상무를 만나다 -
대학생들이 꿈의 직장이라 일컫는 구글. 그곳에 일약 서른다섯의 나이에 구글 상무로 초고속 승진을 한 우리대학교 동문이 있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며 지금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즐거운 질주를 계속하는 구글 사업제휴상무 미키 김, 김현유 동문(사학·95)의 꿈의 설계도를 들여다봤다.
미키 김, 그는 누구인가?
김 동문은 지난 1995년, 우리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했다. 커리어에 일찍부터 눈 뜬 김 동문은 빠르게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싶었다. AIG 보험회사에서 첫 인턴을 시작한 김 동문은 졸업 때까지 보험, 벤처기업, 창업, 컨설팅, 네 군데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사회로 발을 내딛었다. 삼성전자 해외영업팀에서 이스라엘 담당으로 4년간 눈에 띄는 성과를 낸 후, 미국 버클리 하스(HASS)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2007년 구글에 입사한 후, 2011년부터 현재까지 구글의 사업제휴 상무로 있으면서 아시아 시장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숙명으로 삼다
무엇이 김 동문을 글로벌비즈니스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김 동문은 “어머니가 글로벌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하시는 것을 보고 자랐다”며 “어렸을 적부터 막연하게 나 역시 해외를 무대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일하기’를 꿈꾸며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사회생활을 겪어보기 위해 인턴을 택했다. 하지만 당시에 대학생이 인턴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김 동문은 대학생 인턴이 그나마 정착돼있던 외국 회사 15곳의 임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영문 편지를 보냈다. 그중 유일하게 답장이 온 곳이 AIG였고 그는 그렇게 AIG에서 첫 인턴을 시작했다. 인턴생활을 하면서 김 동문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글로벌비즈니스라는 것을 확신했다. 김 동문은 “단순한 스펙 쌓기용이 아니라 인턴을 하면서 소중한 경험을 하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며 “나 또한 인턴 활동을 통해 글로벌비즈니스의 길이 내가 갈 길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지금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관계있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며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연세’가 주는 의미
‘진리와 자유 같은 거창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연세의 가족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김 동문.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학교의 일원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그는 “입학할 당시 모교에 오기 위해 갈 수 있었던 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경영학을 배우고 싶었지만 자신이 ‘갈 수 있었던’ 사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의 꿈을 전공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자신이 사회에 나가 하고 싶은 분야를 명확하게 알고 있던 김 동문은 “내 전공인 역사를 글로벌비즈니스에 접목하기 위한 고민이 많았다”며 “다양한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면 언젠가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김 동문은 그때의 자신처럼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취업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중요한 조언을 던졌다. “업무에 대한 지식은 사회에 나가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며 그는 “인문학에서 배우는 사람에 대한 이해야말로 사회생활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동문은 “대학생 때부터 자신만의 철학과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 캠퍼스에서 낭만을 즐겼고 배우고 싶었던 경영학을 부전공한 김 동문. ‘연세’에서 받을 수 있는 선물을 모두 받은 그는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스라엘과 함께 시작한 사회생활
많은 사람이 꺼리는 삼성전자 이스라엘 사업부에서 신입사원 생활을 시작한 김 동문은 이것을 자신의 기회로 삼았다. 김 동문은 “내가 1순위로 원한 곳이 이스라엘 사업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불평하지는 않았다”며 “그곳에서 어떻게 나의 장점을 활용하고 키워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본사에서 일했지만 사업 무대인 이스라엘로 두 달에 한 번은 출장을 나가야 했고 출장 기간도 보통 2주 정도였다.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어 보였지만 그는 첫 출장을 갈 때, 스스로 긍정의 씨앗을 뿌렸다. 시장이 작아 현지에 지점이 없던 이스라엘에서는 막내인 김 동문도 회사의 대표처럼 일해야 했다. 흥정의 달인인 유대인들과 영어로 협상하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 이스라엘로 휴대폰을 넘기는 것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한국과 이스라엘을 오가며 4년 넘게 유대인들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던 신입사원은 어느새 협상의 달인이 돼 있었다. 이스라엘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1위가 된 것은 그가 뿌린 씨앗이 달콤한 열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김 동문은 “남들이 꺼리는 이스라엘 시장에서 4년 넘게 일하며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경험을 했다”며 “그 경험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데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이야기
그는 대학생들에게 미래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전공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꼭 고민해보라고 당부했다. 김 동문은 “취직을 할 때 전공에 맞는 일을 찾으려 할 필요가 없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대학생활을 채워가는 것’을 꼽았다. “대학생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시기이기에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며 “경험을 많이 하기 위해선 직접 그 일을 해보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김 동문은 “실제로 인턴을 경험하면서 금융과 내가 맞지 않는 것을 알았고, IT가 나를 신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또한 특별히 글로벌 무대나 외국계 회사의 취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김 동문은 ‘영어’와 ‘자신감’을 강조했다. 그는 “영어는 무조건 잘해야 하지만, 영어에 접근할 때 너무 문법과 발음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며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상대방이 알아듣게 확실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어 실력과 더불어 자신감을 기르는 것을 강조한 김 동문은 “멍석을 깔아주면 놀 줄 알아야 한다”며 “앞에 나가서 할 말을 해야 할 때는 자신감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서도 김 동문은 “손들고 정답을 말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틀려도 좋으니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얘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토론해야 한다”며 본인이 MBA에서 배운 것을 알려줬다. 바보 같은 생각, 틀린 생각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보낸 2년간의 MBA 과정을 통해 김 동문은 경영 지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교육방법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 듯 했다.
사람을 만나는 사람
자신의 커리어는 “영업에서 시작해서 전략적 제휴로 발전했다”고 말하는 김 동문은 둘의 공통점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을 꼽았다. ‘영업’이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물건 파는 것이죠”라고 대답한 김 동문은 “영업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해봐야 할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많은 것을 배우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크든 작든 간에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은 소중한 배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추천했다.
이 분야가 아니라면 지금 어디에서 일하고 있을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떠들썩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본인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아마 연예기획사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최근에 친해진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하는 그의 두 눈에서 연예기획사 대표 미키 김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자신의 최종 목표를 CEO라고 말한 김 동문은 “지금은 그 목표를 향해 한 계단씩 올라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나이가 들어서까지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한 커리어의 목표”라고 밝힌 그는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CEO가 되기를 희망했다. 김 동문은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한국 회사를 키워 글로벌 회사로 만드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불평하지 말고 활용하라”는 말을 젊은 대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다는 김 동문. “젊은 대학생 때는 불평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미래의 꿈을 꾸며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는 대학생들에게 주문했다. ‘막내지만 언제든 총 자루를 잡고 뛸 준비하고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키 김, 김현유 상무가 사회라는 출발선 앞에 선 대학생들에게 주는 해답이 아닐까.
글 박성종 기자
seongjong@yonsei.ac.kr
사진 손준영 기자
son113@yonsei.ac.kr
<자료사진 besttech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