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가 발생하는 원인과 사례

 


주인이 따로 없어 모두에게 개방된 목초지가 있다. 이 공유지에서 사람들은 사료비가 들지 않아 이익이 되므로 경쟁적으로 자신의 소를 늘리고 풀을 뜯어 먹게 한다. 결국 초목은 고갈되고 초지는 황폐해져 한 마리의 소도 방목할 수 없는 비극이 발생한다.
 
위의 내용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상황으로 생물학자 가렛 하딘(Garee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매거진』에 발표한 논문에 제시된 개념이다. 이 개념은 공공재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우리 생활에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공공재의 어떤 특성이 이러한 딜레마를 낳는 것일까.

돈을 내지 않아도 혜택이 주어진다?

‘공공재’란 생산되는 즉시 그 집단의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서강대 경제학과 이정민 교수는 “공공재의 대표적인 사례로 국방 및 치안 서비스의 혜택을 들 수 있는데, 공공재는 기본적으로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특징을 지닌다”고 말한다. 비경합성이란 한 사람의 소비행위가 다른 사람의 소비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비배재성이란 재화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재화소비를 배제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바로 이 두 가지 특성 때문에 공공재는 필연적으로‘무임승차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며 “국방서
비스와 같이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혜택에서 배제당하지 않고 돈을 낸 사람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공재는 딜레마를 싣고

무임승차가 발생하면 공공재를 생산하거나 유지하기 어렵다. 공공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비가 들어가는데 무임승차가 발생할 경우 사람들이 비용을 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한순구 교수(상경대·경제학)는 “사람들이 재화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해결될 수 있다”며 한 가지 예시를 들었다. 예를 들어, 국가에서 A라는 섬에 뭍이랑 연결시킬 다리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A섬의 사람들 중에는 다리가 만들어지더라도 50명만 실제로 사용할 것이고, 나머지 50명의 사람들은 아예 뭍으로 나오지 않거나 배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해 다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제로 사용할 용의가 있는 50명의 사람에게 비용을 걷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할 용의가 있는 50명을 판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교수는 “이 상황에서 실제로 사용할 사람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속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 동안 경제학에서 메커니즘 디자인* 이라는 분야를 통해 사람들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다양한 이론적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실생활에 적용될 만큼 완벽한 해결방법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진실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공공재는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일괄적으로 걷어서 제공하지만, 이 또한 문제점을 내포한다. 정부에서 국민들이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재화인데 잘못된 분석에 근거해 생산해내는 경우가 있고, 정부 공무원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건설업자들과 단합해 쓸모없는 재화를 생산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필요하다고 해서 필요한지 증명할 수 없고,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증명할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 같은 공공재의 공급자가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재화에 대해 사람들이 무임승차를 한다는 근거를 들어 쓸데없는 공사를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과 정부, 양 측 모두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학내에도 ‘공공재의 딜레마’가?

우리대학교에서 이 문제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경비 선택 납부제’(아래 선택 납부제)다. 선택 납부제는 2013학년도 1학기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학생들의 저조한 납부로 학생회, 신문방송 등의 기관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다. 2013년도 2학기 기준으로 신촌캠의 학생회비, 연세춘추비, 방송비의 납부율은 각각 27.5%, 13%, 13.3%로 저조했다.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이들 기관의 활동을 체감하거나 공감하지 못한다는 점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들 기관들의 활동이 공공재적 특성을 지닌 것도 저조한 납부율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공공재의 딜레마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관들의 활동은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가진다. 총학생회 같은 경우, 이들이 학생들을 대표해서 등록금 인상을 저지했다고 했을 때 그 혜택은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만 보는 것이 아니고 모든 학생들이 받게 된다. 학내 신문·방송도 마찬가지로 신문·방송비를 납부하지 않은 학생들도 납부한 학생과 똑같이 학교 곳곳에 있는 신문을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고 방송을 들을 수 있다. 강건우(노문·10)씨는 “자율경비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혜택에서 배제되지 않기 때문에 무임승차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들 기관이 공공재적 특징을 띠기 때문에 실질적인 필요 이상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평가절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교수는 “이들 기관에서 실제 학생들이 느끼는 효용성을 과장하여 높은 비용을 요구할 수 있는 여지도 존재 할 수 있다”며 “학생들의 무임승차 문제도 분명 존재하지만 반대로 이들 기관에서 필요 이상의 비용을 요구할 여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이들 기관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진실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기관들은 무임승차와 효용성 과장이라는 대조적인 두 가지 딜레마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은 ‘공공재의 딜레마’에 빠져 있고 누군가는 자신도 모르게 무임승차를 하기도 한다. 조모임을 할 때, 학교에 있는 잔디를 밟을 때, 학교 화장실에서 물을 쓸 때 등 언제나 말이다. 무임승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논의되고 많은 학술적 대안과 현실적 시도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완벽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가 무임승차를 하게 되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살아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메커니즘 디자인 : 사회적으로 최적인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어떻게 제도적 구조들이 활용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

 

고석현 기자
shk920211@yonsei.ac.kr
그림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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