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밑바탕이 된 꾸밈이 정답

 

“우리 과 여자애들은 대체 왜 화장을 안 하는 거야?” 어느 대학, 어느 과든 남학우에게서 이런 불평은 한 번쯤 나오기 마련. “화장해봤자 너네만 볼 텐데 무엇 하러 공 들여서 꾸미냐?” 여학우들도 답답한 마음에 소리치곤 한다. 반면 특별한 날이든, 특별하지 않은 날이든 과에서 유독 매일 자신을 잘 꾸미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수업에 늦는 한이 있어도 세련된 옷차림과 깔끔한 머리스타일에 신경을 쓰고 온다. 이렇게 ‘꾸밈’은 어떤 이에겐 그저 멀기만 하지만 또 누군가에겐 일상이기도 하다. 각자에게 다른 의미를 갖는 꾸밈, 그 속을 좀 더 들여다볼까?

 
꾸밈: 나를 좀 더 빛나게 해주는 방법!
 
‘모양이 나게 매만져 차리거나 손질하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꾸미다’에 대한 정의다. ‘꾸밈’이 자기 자신을 좀 더 세련되고 빛나게 해주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꾸밈은 일종의 자기계발로서 의미를 갖는다. 좀 더 발전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위해 꾸준한 다이어트로 10kg을 감량한 서수지(독어독문·13)씨. 그녀는 다이어트 계기에 대해 “1학년 때에 딱히 해놓은 것도 없이 나태한 내 자신에게 목표가 필요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kg을 감량하고 나니 그녀를 대단하게 보는 주변 반응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편 누군가에게 꾸밈은 그 자체로 취미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이유로 꾸미기 시작했든 꾸밈에 재미를 붙이는 경우다. 이에 해당되는 고려대 나유정(통계·13)씨는 자신에게 맞는 톡톡 튀는 스타일링으로 스트릿 사진작가에게 사진을 찍히기도 했다. 나씨는 “평소 여러 길거리 패션에 관한 잡지들을 보면서 다양한 옷을 입어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꾸미는 게 즐거워서 꾸미기 시작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옷을 잘 입는다고 칭찬을 해주면 기분이 좋다”고 그녀가 꾸미는 이유를 설명했다. 매일 아침 차려 입는 것이 나씨에겐 전혀 귀찮은 일이 아니라고. 그녀에게 꾸밈은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꾸미지 않음: 나를 좀 더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
 
이번엔 꾸미는 것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을 들어볼 차례! 우선 꾸미는 것 자체가 자신을 ‘가리는’ 일로 생각하는 입장이 있다. 이는 사전에 등재된 ‘꾸미다’의 두 번째 정의인 ‘거짓이나 없는 것을 사실인 것처럼 지어내다’와 연결된다. 꾸미면 꾸밀수록 겉모습만 화려해질 뿐, 본인의 내면과는 멀어진다는 것. 예전엔 예뻐지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지금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성신여대 박유선(정보미디어·13)씨가 바로 이 입장이다. 박씨는 “겉모습이 화려하면 그 모습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은 많아지지만 정작 진정한 내 자신에게 호감을 갖는 것이 아니기에 아무 의미가 없다”며 “화장을 지운 맨 얼굴과 편한 추리닝 복장을 한 모습에는 호감을 갖지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겉모습에 현혹되게 만들 바에 풋풋한 민낯이 스스로도 더 좋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이렇게 몇몇 사람들은 꾸며서 다른 사람의 호감을 끌어들이는 만큼 자기 자신과는 멀어진다는 점을 ‘꾸밈’의 그림자로 지목한다.
한편 꾸미는 것을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꾸밈은 ‘특별한 날’을 위한 것일 뿐이다. 주변에서 안경을 벗은 게 더 멋있다는 소릴 많이 듣지만 좀처럼 소프트 렌즈를 끼지 않는 김해대 정영석(보건안전·11)씨. 그는 “나 역시 안경을 벗은 내 모습이 더 낫다는 걸 알지만 렌즈를 끼고 다니는 것보다 안경을 쓰는 게 훨씬 더 편하다”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꾸미고 다니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그에겐 멋있어 보이는 것보다 편한 게 우선이다.
 
나의 행복이 밑바탕된 꾸밈이 정답
 
꾸밈, 과연 내 자신을 빛나게 하는 것일까, 불편하게 하는 것일까? 꾸밈이 갖는 의미가 각자에게 조금씩 다른 만큼 그 답도 결국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자신을 가꿔 겉모습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고 그것이 내면적인 에너지로 이어진다면 꾸밈은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여러 가지 색조 화장품을 발라보고 다양한 액세서리를 수집하는 것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돌파구가 된다면 꾸밈은 인생에서의 색다른 취미도 될 수 있다. 반면 꾸밈 그 자체가 짐이 되고 스트레스가 된다면 굳이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까지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억지로 주변 사람들 때문에 꾸미려 한다면 그땐 꾸밈이 자기 자신을 가리는 가면이 되는 것!
 
핵심은 ‘자기 자신’이다. 내 자신이 좀 더 행복하고 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계속 꾸며라. 단, 적당히! 적당한 꾸밈은 자존감을 쑥쑥 키워줄 에너지가 돼줄 것이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과도하게 집착해서 거식증에 걸리는 경우처럼 꾸미는 데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그땐 꾸밈이 자기 자신을 해치는 마약이 된다. 만약 남들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겉모습만을 위해 의무적으로 꾸미고 있다면 그땐 잠시 멈춰서 생각해볼 때다. 내가 정말 스스로를 사랑하는지, 무엇이 진정 나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줄지를 말이다.
 
글 홍문령 기자
lalalala24@yonsei.ac.kr
일러 박지은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