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 방학은 그간의 학업에서 잠시 벗어나는 기간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방학 중에 사회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그 중에 하나가 ‘인턴’이다. 그런데 인턴을 채용하는 일부 기관이나 기업에서 인턴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왜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턴 제도는 본래 인턴을 지원하는 학생과 인턴을 채용하는 기관 및 기업 모두의 이익을 위해 시작된 제도다. 인턴 지원자는 기관이나 산업현장 및 기업 등을 미리 경험할 기회를 갖고, 이를 통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점검하며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에 도움을 받는다. 인턴을 채용하는 기관 및 기업 역시 단지 인턴 지원자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기관이나 기업은 여러 우수한 인턴 인력을 부담 없이 채용하여 실질적인 업무 도움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인턴 가운데 채용 적격자를 찾을 경우, 그가 정식으로 채용되기 전에 적성과 능력을 미리 파악해서 수습 기간을 줄이고 이를 통해 업무효율성과 애사심을 키울 수 있다. 기업인턴제의 경우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홍보 효과와 함께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는 기회를 선점하도록 돕는다. 이렇듯 이 제도는 인턴 희망자와 인턴 채용자 모두의 이익을 도모하도록 고안되었다. 그런데 일부 기관이나 기업은 이른바 무급 인턴제를 통해 인턴 제도를 왜곡하고 있다. 

무급 인턴제는 최저임금은 물론 교통비와 식대조차 지원하지 않고 인턴 업무를 시키는 것이다. 심하게는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거나 관련 업무와는 상관없는 잡무에만 종사하게 하는 등의 부당한 사례가 심심찮게 보고된다. 일부 국가기관도 무급 인턴제를 공공연하게 시행하는데, 일부 기업은 무급인턴제를 통하여 사실상 노동력 착취를 자행한다. 그러나 현행법은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무급 인턴은 법의 보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지난 해 8월 국회에 제출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인 무급 인턴들의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법적 노력이었다. 무급 인턴제의 문제점은 노동력 착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기관이나 기업이 무급 인턴을 선발하고자 할 때 생활비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고 이에 응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여유 있는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다. 무급 인턴제는 중산층 이상에게 좋은 경력 및 경험의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불평등도 야기한다.

상황이 이와 같은 데도 대학생들이 무급 인턴제에 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 취업이 심히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취직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은 이른바 ‘스펙 쌓기’ 경쟁에 내몰리게 되었다. 주요 기관이나 기업의 인턴 경력은 중요한 스펙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에 정식 취업이 아닌 인턴 선발에도 높은 경쟁률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틈타 대학생 인턴을 필요에 따라 대체할 수 있는 값싼 노동력으로 간주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그보다는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려 인턴을 창의성과 열정을 가진 잠재적 인재로 보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턴을 채용하는 기관 및 기업들은 인턴을 체험한 대학생들이 이후 그 기관이나 기업의 홍보자가 될 수도, 아니면 적극적 비판자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굳이 실리콘밸리 등과 같이 대학과 기업이 인턴 제도를 통해 밀접하게 연결된 외국의 사례를 거론하지 않아도, 21세기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시대적 감성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진 시대이며, 그것들이 기업에 큰 활력과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학생 인턴들은 잡무 이상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고, 그러한 기회를 인턴 기간 중에 경험하기를 바라고 있다.

일부 대학생들이 인턴을 단순히 스펙 쌓기의 하나로 간주하고 인턴 기간을 대충 지내려고 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적절한 만큼 대학생 인턴을 대체 가능한 저렴한 노동력으로만 간주하려는 기관 및 기업의 시각도 적절치 않다. 인턴 지원자나 인턴 채용자 모두 인턴 제도의 근본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정당한 대우에는 그에 부응하는 열정과 성실이, 부당한 처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것이 있으리라는 매우 평범한 상식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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