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원장 선출 방식 둘러싼 갈등에 협상 진행 중

▶▶ 본관 앞에 집결한 의료원 교수들이 피켓 시위를 진행 중이다.

 연세의료원장(아래 의료원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의료원장은 ▲의과대 ▲치과대 ▲간호대로 구성된 의료원 교수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돼 왔으나 우리대학교 법인 이사회(아래 이사회)가 교무위원 선출 과정에서 투표 및 유사행위를 전면 금지함에 따라 갈등이 발생했다. <관련기사 1732호 2면 ‘연세의료원, 의료원장 선출 방식에 불만 제기’> 

임기를 2년으로 하는 의료원장은 지난 2010년까지 입후보와 직접 선거를 거쳐 선출돼 왔다. 그러나 이사회가 2012년 2월, 투표를 통한 교무위원 선출 방식의 부작용을 고려해 직접 선거를 불허하자 의료원 측은 정갑영 총장과의 협상을 통해 입후보제 폐지와 간접 선거 도입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후 2012년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 의료원장 선거로 선출된 이철 현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최종적으로 의료원장으로 임명돼 의료원의 인사자율권이 실질적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 4월 29일, 2014년 의료원장 선거를 앞두고 이사회가 ‘기존 2012년 결의 내용을 재확인하고자 한다’며 금지의 범위를 넓혀 ‘교무위원 임명 과정에서 구성원에 의한 직접·간접 선거, 투표, 또는 이와 유사한 행위 등은 일절 실시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발표해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사회의 결의안에 따르면 의료원 측의 대의를 반영하지 않고 총장이 직접 의료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의료원 측은 지난 5월 15일 ‘세브란스 자율권 수호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결성해 인사자율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27일, 언더우드 동상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해 법인 이사장 및 총장 퇴진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김석수 법인 이사장과 정 총장은 각각 27일과 29일 전체 교직원에게 서한을 발신해 이사회 결의안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사회 결의안에 명시된 ‘단위기관장 선거의 부작용’은 경쟁으로 인한 내부 균열 등의 문제를 의미한다. 대외협력처장 김상준 교수(사과대·비교정치)는 “선거는 교수들 간의 이데올로기적 반목이나 계파 형성 등의 균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원 공동비대위원장 장양수 교수(의과대·내과학)는 “의료원장의 업무는 환자의 생명 유지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선거 당시에는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나 선출 후에는 전 교수가 똘똘 뭉쳐 의료원장을 돕는다”며 실제로 균열이 지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대위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1957년,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의과대학 간의 합동 당시 세브란스의과대학이 인사권과 재정권에 대한 독자적 권한을 인정받는다는 전제하에 합동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료원의 인사자율권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에 김 이사장은 서한에서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정관」(아래 정관) 제43조 4항의 ‘부총장, 의료원장, 학장, 대학원장은 총장이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보한다’는 규정을 들며 “보직의 권한은 오로지 총장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조항은 지난 2010년 7월에 개정돼 2012년 간접 선거 당시에도 존재했으나  문제시되지는 않았다.  
 
비대위는 투표 및 유사행위를 금한 이사회의 의도에 대해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첫째, 총장 선출의 마지막 단계인 전체 교수의 인준 투표도 결의안에서 명시된 ‘투표 또는 유사한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번 결의안이 인준 투표 폐지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준 투표가 폐지되면 이사회가 교수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총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장 교수는 “총장도 교무위원이기 때문에 이번 이사회의 결의안에 영향을 받는다”며 “의료원이 이번 결의안을 인정하고 선거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장 선출 때도 인준 투표를 폐지할 정당성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에 의하면 지난 5월, 정 총장은 교수평의회 의장 김원옥 교수(의과대·로봇수술마취)와의 면담에서 오는 2015년 18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인준 투표를 진행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임을 밝힌 바 있다. 
 
둘째, 의료원장 선거가 폐지되고 총장이 원하는 후보자를 임명하게 되면 의료원의 독립적 재정권 또한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서한에서 “우리대학교에서는 각 단과대학의 기금도 모두 엄격하게 독립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다른 기관으로의 전출이 불가능하다”며 “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유포해 선동하는 사례가 있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교수는 “백양로 재창조 사업에도 현 의료원장의 승인을 통해 의료원의 재정이 투자됐다”며 “총장이 원하는 의료원장을 임명하게 되면 이러한 승인 절차가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고 반론했다.    
 
한편 이러한 갈등 속에서 지난 5월 28일,  정 총장과 비대위 측은 면담을 가져 새로운 의료원장 선출 방식에 서로의 입장을 절충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장 교수는 “의료원 추천이사회를 만들어 여러 후보를 물색하고, 총장이 선정한 후보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진행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며 “인준 투표 시행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며, 2일까지 합의가 되지 않을 시 시위 등을 통해  자율권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정 총장은 “의료원 가족 여러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세브란스를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관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글·사진 이원재 기자 
e.xodu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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