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메시지 담은 축제에 반응 엇갈려

 지난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제129회 무악대동제 ‘바람에 실은 우리의 바람, 푸른 바람’(아래 대동제)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애도와 기억의 취지를 담아 대체로 2013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행사의 실제 내용이 이전의 대동제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세월호 사고 이후 총학생회(아래 총학)와 학생 자치단체들은 수차례의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를 통해 대동제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우리대학교는 축제를 2주간 연기하고, 기존의 축제 형식에서 탈피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새로운 분위기의 축제를 기획하는 것에 합의한 바 있다. 이어 지난 6일, 긴급 중운위에서 각 과·반 단위에서 운영하는 주점 및 부스에 소통, 기억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테마를 제안하기로 의결했다. <관련기사 1729호 1면 ‘우리대학교 축제 일정 변경돼’, 1730호 2면 ‘대동제 어떻게 바뀌나’> 

일부 주점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언론홍보영상학부 주점은 ‘소통’을 테마로 운영됐다. 주점을 방문한 학생들은 ‘언론은 □다’라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언론홍보영상학부 학생회장 황윤기(신방․12)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언론과 소통에 대한 생각들을 환기시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학과 주점은 ‘책임’을 테마로 열렸으며 ‘시킨 음식 다 먹기’라는 간단한 기조로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회복지학과 부스 기획단 이현기(사복․14)씨는 “사회를 책임질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비록 주점에서 진행하는 작은 일에 대한 책임이지만 참가자들은 이 경험을 기반으로 나아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사회복지학과 주점을 방문한 경희대 조원준(한의예․14)씨는 “서빙하는 학생들이 모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독특한 테마가 정해져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주점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작곡과는 부스 수익금 전액을 ‘사랑의 달팽이’라는 청각장애 아동들의 수술 및 보청기 지원을 하는 단체에 기부한다. 이보연(작곡․11)씨는 “우리끼리 즐거운 축제가 아닌, 다른 이들도 행복해지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우리에게 제일 소중한 ‘소리’를 잃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학과들은 사회적 의미를 담은 테마를 선정하지 않았으며, 테마를 선정한 경우에도 이전 대동제 주점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 또한 존재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과연 이번 행사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이끌어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제기됐다. 황정민(영문‧14)씨는 “사회적 의미를 내걸고 부스를 만들긴 했지만 대부분의 주점이나 부스 내용은 이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며 “오히려 일부 주점은 음주나 남녀 합석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황윤기 씨는 “솔직히 말하자면 이전의 주점에서 어떤 유의미한 분위기 전환을 이뤄내지는 못한 것 같다”며 “다만 청소노동자분들과 연대하고 위안부 팔찌를 나눠주는 등 많은 노력이 실제로 실시됐던 점은 만족한다”고 전했다. 이에 총학생회장 이한솔(문화인류․10)씨는 “앞으로의 축제 분위기 변화를 위한 초석이 되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세월호 사고 이후 확산된 애도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대동제에 등장한 일부 프로그램 및 행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 5월 28일 국제캠 자유관A 앞에서는 ‘모두 머드’라는 이름으로 공터에 설치된 풀장 내의 진흙 속에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승윤(전기전자․13)씨는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단과대나 학과 차원에서 물을 이용한 이벤트를 지양하자고 논의했는데 총학생회 차원에서 이런 행사를 기획한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촌캠 일부 학과 및 동아리가 ‘물풍선 던지기’ 등 물을 이용한 행사를 진행해 일부 학생들의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총학은 이번 주 중에 입장문을 게시할 예정이라 전했다.
 
비록 사회적 메시지 전달력에 있어 이번 대동제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열린 대동제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이번 대동제를 통해 우리가 그린 ‘푸른 바람’이 성숙한 축제 문화의 초석이 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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