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궁(宮)』의 황인뢰 PD를 만나다.

이제는 거의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아있는 세계 속 황실을 소재로 전 세계 23개국에 수출돼 한류 열풍을 주도한 드라마 『궁(宮)』. 이 드라마는 ‘한국에 황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흥미로운 상상과 함께 황인뢰 PD에 의해 재탄생된 작품이다. 인자한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로 기자들을 반겨준 황인뢰(국문·74)동문을 직접 만나 그의 PD인생을 들어보았다.

평범한 대학생이 드라마PD가 되기까지

촬영 현장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PD지만 대학 시절 그는 국문과 학생들과 함께 조용히 신춘문예를 준비하던 일명 문학 소년이었다. 그랬던 그가 영화감독을 처음 생각했던 때는 2학년이 끝날 무렵. 당시 국문과 학생이었던 그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주류 영화사에 들어가 10년 정도의 조감독 생활을 마쳐야했다. 힘들게 조감독 생활을 시작하게 된 그는 벌이도 시원찮았던 그 시절에 대해 “연봉 5백만 원이 되지 않는 수입을 가지고 살기엔 힘든 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쥐꼬리만 한 수입으로 가족을 부양해야만 했던 그는 조감독보다는 수입이 높은 드라마 PD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 일은 그에게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처음부터 드라마PD가 되는 것이 순탄치는 않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군 면제를 받은 그는 “KBS와 같은 경우 군 면제자에게는 시험을 볼 기회조차 주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 끝에 결국 MBC PD가 돼 드라마 『궁(宮)』, 『돌아온 일지매』, 『장난스런 KISS』등 훌륭한 작품을 제작했다.

진정한 PD란 무엇인가

오늘날 PD는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PD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황PD는 “PD도 다양한 분야가 있기 때문에 만약 이 일을 하고 싶다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실력보다는 성적으로 PD를 뽑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그는 “성적보다 다양한 경험을 가져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PD에게 자신이 제작한 모든 작품은 자식과 같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만든 작품의 결과가 좋든 나쁘든 열심히 제작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 물론 그도 “작품의 반응이 좋으면 솔직히 기분은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자본 논리에 자유롭지 못한 드라마

아무리 그런 황PD라고 할지라도 모든 작품을 만들 때 마냥 즐겁기만 했을까? 물론 그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가 만든 드라마 중 가장 성공했던 『궁(宮)』제작 당시 예산이 매우 부족해 어려움을 겼었다. 제작비가 넉넉지 않았던 황PD는 유명한 배우를 섭외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신인배우를 섭외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황PD는 항상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드라마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시청률이 높아야 광고가 붙고 광고가 붙지 않으면 드라마 수익에 큰 타격을 입는다”며 “제작자 입장에서 시청률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상업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상업적인 면을 중시하는 세태 속에서 그는 “이런 현실이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성을 추구해야 진정한 PD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PD가 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드라마를 제작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 현재 꿈을 좇는 대학생들에게 그는 “자신의 소신 없이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PD의 꿈을 이룬 황PD는 아직까지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 다큐멘터리에 첫 도전을 한 그는 “가능하다면 다양한 장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보여줬다. 끊임없이 도전하지만 지치지 않는 황PD가 이번에는 어떤 걸작을 제작할지 기대해본다.
 

최재현, 차지현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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