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의 것 모두 나이 들어서 / 놀이를 멈춘 게 아냐 / 놀이를 멈춘 후 나이 들어가 / 아직은 멀었어 / 왜 안된다는 말들만 해 / 예컨대 넌 100% 괜찮잖아 / 너 벌써 잘래 깨있어도 / 예전엔 꿈을 꿨어 행복했네 / 어른인 동시에 어릴래”
-‘이루펀트’의 「키덜트」 노래 가사 중-

‘키덜트’란 어린이를 의미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한다.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를 많이 갖고 있는 만큼 그들은 당시에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를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만화, 애니메이션에 빠진 성인들을 보면 ‘나잇값 못하는 어른’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키덜트 문화가 대중화됨에 따라 이들을 ‘능동적으로 삶을 즐기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점점 많아졌다. 2014년 현재, 국내 키덜트 산업 시장 규모는 연간 5천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하니 더 이상 키덜트는 소수만을 위한 문화가 아니다.
커진 시장 규모만큼이나 키덜트를 위한 장난감의 종류 역시 다양해졌다.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20~30대 직장인 949명을 대상으로 ‘키덜트 문화’에 대해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 29%가 자신이 키덜트족이라고 응답했다. 관심분야로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이 50.9%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프라모델(27.6%) ▲무선자동차와 비행기(28.8%) ▲캐릭터 제품(18.2%) ▲피규어, 미니어처(17.1%) 순으로 집계됐다. 이에 우리신문에서는 어른들의 장난감인 건담 프라모델, 미니카, 레고를 선정하고 이것들에 대해 좀 더 파헤쳐 보고자 한다. 자, 다들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는가!

로봇의 생생한 진화 건담 프라모델

성인 남자라면 다들 어렸을 적 가지고 놀았던 ‘로봇’이나 ‘기계’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화 속에 나오는 로봇들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한 번쯤 갖고 싶은 물건이었다. 이 로봇들을 축소해 만든 장난감들이 바로 ‘프라모델’이다. 특히 이런 프라모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건담 프라모델(아래 건프라)’!
건프라는 소년들을 잠 못 들게 만들었던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의 캐릭터를 본따 만들어졌다. 건프라는 일본 완구업체 반다이사에서 제작, 판매하고 있는데 몇 만 원짜리부터 수백만 원에 이르기까지 제품군의 등급과 가격대가 다양하다. 건프라는 크게 ▲가장 많고 흔한 등급인 HG ▲최신 프라 기술의 집합체 MG ▲LED로 빔 샤벨*까지 구현해낸 PG ▲건담 캐릭터의 귀여움을 강조한 SG ▲건프라 3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새로운 등급 RG로 나뉜다. 이런 등급은 제품의 부품 수, 크기, 가격 등을 고려해 분리해 놓은 것으로 일반적으로 부품 수에 비례해 크기가 커지고 가격이 높아진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건프라들이 정식 수입되고 있어 국내의 많은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건프라를 접할 수 있다. 또한 건프라와 관련된 네이버 대표카페 회원 수가 4만 5천 명을 육박하는 등 많은 수의 건프라 동호회 및 온라인 카페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니…. 사람이 건프라를 모으는건지 건프라가 사람을 모으는건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레디! 고! 미니카

“가라! 매그넘!”이나 “달~려라 부~메랑~”을 기억하는가? 과거 어린이들이 본방사수했던 미니카 만화 「우리는 챔피언」과 「달려라 부메랑」의 주인공이 수도 없이 외쳤던 대사였다. 서로 미니카 속도를 겨루는 내용의 이 만화들은 문방구 트랙, 도로 위 등 길이 있는 곳 어디서든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미니카를 굴리게 만들었다. 그 당시 미니카가 없으면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을 정도였으니 미니카의 인기는 오늘날 어린이들이 뽀로로에 열광하는 것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런 미니카들은 완성된 제품으로 나오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조립품으로 많이 생산되며, 부품들로 외형 등을 조립한 다음 기어와 모터를 끼우고 건전지를 장착하면 조립 미니카를 작동시킬 수 있다. 미니카는 사용자가 어떠한 모터를 끼고, 어떠한 타이어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주행 능력과 속력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일반 모터와 대회용 모터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달라 속력의 차이가 존재하기도 하고 타이어 역시 상황에 따라 다른 종류가 사용된다. 그 밖에도 튜닝을 할 수 있는 파츠**도 다양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레고

유년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생일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선물로 빨간 레고박스를 받아본 적 있었을 것이다. 레고 선물을 받은 후 표정은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산만하던 아이도 레고 선물만 받았다 하면 하루 종일 그것만 조립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으니. 레고가 가진 중독성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정해진 완성품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레고는 성인들까지 매료시켜 키덜트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영화 「레고무비」가 개봉되고 매출과 동시에 레고를 즐기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곳곳에서 레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정판의 경우 수십 만 원에 거래돼 레고와 재테크가 합쳐진 ‘레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레고 전성시대다.
레고는 1932년 덴마크 빌룬드 지역 목공소에서 만들어진 바퀴 달린 오리 모양의 나무 장난감에서 시작됐다. ‘최고만이 최선이다’라는 사훈 아래 재료나 비용을 아끼지 않고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에 중점을 둬서 제작했다고. 이후 1934년 정식으로 ‘레고’라는 상호명을 등록해 끊임없는 실패와 도전을 거듭한 끝에 현재의 레고가 탄생됐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레고 산업은 매년 성장하는 추세. 레고 코리아의 매출액은 지난 2010년 382억 원, 2011년 606억 원, 2012년 1천136억 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국내에서 레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창의성을 키워주고 성인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고.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 조그마한 레고 조각을 만지작거리며 어린 시절 느꼈던 설렘이나 편안함을 다시 느껴보고자 성인이 돼서도 레고를 찾는 것이 아닐까?

각기 다른 사연의 장난감을 가진 어른들의 이야기

 

피규어, 영화 속 주인공을 장식장 속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축소해 놓은 피규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이 장난감은 많은 사람들을 피규어의 세계로 이끌었다. 피규어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을까? 5살 때부터 ‘아카데미’라는 국내 프라모델을 접해 현재는 1천500여 점 정도의 피규어를 소장하고 있는 김인수(40)씨를 기자가 인터뷰 해봤다.

Q. 피규어를 가지고 노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가?
A. 피규어는 영화나 히어로 캐릭터를 실제 사람과 비슷하게 만든 인형이다. 이런 피규어는 정교하게 위치나 자세를 바꿀 수 있는데 이를 주기적으로 바꿔가며 감상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또한 이것들의 사진을 찍어 카페나 블로그에 올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Q. 피규어의 매력이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피규어의 가장 큰 매력은 스스로 좋아하는 영화의 캐릭터를 똑같은 모습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피규어들은 한정판 개념이라 가치상승의 효과도 크고 구입가격에서 웬만하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소장가치도 높다.

Q. 피규어가 당신에게 미친 영향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어렸을 적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고 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의 능률을 오르게 하는 존재이며, 이 취미로 인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어 최고의 활력소라 할 수 있다.

Q. 키덜트 문화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키덜트 문화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스텝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수집가들과 교류를 하고 있는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서로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은 큰 행복이다.

레고, 한 조각 한 조각 모아모아~

하나의 조각이 건물이 되고, 세상이 되는 레고의 매력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성인들을 레고 세상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5살 때 부모님이 사다준 레고를 처음으로 현재는 ‘레고 방’을 따로 두어 레고를 즐기고 있는 남궁진(29)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레고에 할애하는 비용과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A. 레고 수집은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으므로 구매나 정보 수집은 업무시간 중 한가한 시간에 한다. 실질적으로 레고는 주로 퇴근 후 여가시간이나 휴일에 특별한 일이 없을 때 틈틈이 만든다. 비용은 연간 500만 원 정도 투자하는 것 같다.

Q. 레고가 당신에게 미친 영향이 있다면 무엇인가?
A. 현재 네이버 대표 레고카페 ‘브릭나라’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레고를 즐기는 사람들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작년 ‘레고 브릭코리아’라는 전시회에 개인 창작품을 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관람하는 것을 보며 굉장히 뿌듯했다.

Q. 가장 좋아하는 레고는 무엇인가?
A. 세계의 특색 있는 건물들을 ‘미니어쳐’로 만든 레고 모듈러 시리즈다. 지난 2007년부터 해마다 한 제품씩 출시가 되는데 아기자기하고 볼수록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Q. 레고와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과 같이 소소하게 제품수집과 창작을 병행할 생각이다. 올해도 개최될 레고 브릭코리아에 출품할 창작품을 만들 예정이다. 컨셉은 근대화 시기의 서양식 건물이고 실제 있었던 건물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 보려 한다.

건프라, 그것을 만들어가는 짜릿함

조립하는 손맛과 완성된 후의 뿌듯함이 매력인 건프라. 요즘 많은 성인들이 조립하고 소장하는 인기 있는 ‘아이템’이 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건담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 매력에 빠져 건프라 한 점을 사서 만들어보게 된 것이 계기가 돼 현재 건프라 30여 점을 완성시킨 우리대학교 한석훈(경제·08)씨를 만나봤다.

Q. 건프라에 할애하는 비용과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A. 주로 만드는 건프라는 3~10만 원 정도고 가끔 15~20만 원 정도의 고가 건프라도 만든다. 여기에 각종 장비나 도료까지 포함하면 정확히는 아니지만 중고차 한 대 가격은 지출한 것 같다. 건프라를 하나 만드는데 최소한 일주일에서 열흘은 걸리는데 정교하게 작업하다 보면 책상에 앉아 10시간은 가볍게 보낸다. 할애하는 시간이 큰 만큼 시험기간에는 자제하고 있다.

Q. 건프라의 매력이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좋아하는 로봇들을 실제로 보고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서로 맞는 부품을 딱 하고 끼는 순간의 손맛이나 작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듬어 최종적으로 하나의 건프라를 완성시키는 성취감 역시 크다.

Q. 건프라가 당신에게 미친 영향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무엇보다도 집에서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하나 생겼다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평소에 성격이 급한 편인데 건프라를 만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꼼꼼하고 차분해진다.

미니카, 조그마한 차에서 느껴지는 매력

트랙에 놓이면 그 이후는 온전히 세팅된 미니카의 능력에 승부의 결과가 갈리는 짜릿한 매력을 가진 미니카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7살 때 처음 미니카를 접하고 1천200대 이후로는 세어본 적이 없다는 손아무개(29)씨.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서도 미니카를 놓지 못하고 있는 손아무개를 인터뷰 해봤다.

Q. 미니카를 가지고 노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가?
A. 미니카의 빠른 속도만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것을 ‘달리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미인 활동인 만큼 승부욕보다 개인 만족이 더 중요하다.

Q. 미니카의 매력이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미니카의 매력은 트랙에 놓는 순간부터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랙에 놓기 전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장착한 부품으로만 해결한다. 누가 더 머리를 써서 안배를 잘해놓는지가 관건이다.

Q. 미니카와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노후에 지하1층, 지상2층, 수영장이 있고 주차장 있는 건물을 지어 미니카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 나중에 내가 수집한 미니카의 가치를 아들이 몰라준다면 무덤까지 싸들고 갈 생각이다.

Q. 키덜트 문화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아직 키덜트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화나 여가생활 향유 수준의 현주소인 듯해서 아쉽게 느껴진다. 어떠한 취미든지 존중되어야 한다. 키덜트 문화 역시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한 개인의 취미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주목! 키덜트 입문을 위한 깨알정보


장난감들을 수집하고 싶은데 정보가 없는가? 이러한 취미를 함께 공유할 사람들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 기사를 보시라! 여기 키덜트를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아래 앱) ‘지빗(Zibit)’과 장난감을 즐기는 성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내 소장품들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자! ‘지빗’

과거 게임 회사 출신자들이 만든 앱 ‘지빗’은 ‘전시’라는 뜻의 영단어 ‘exhibition’에서 유래된 말이다. 지빗은 자신들의 소장품을 자랑할 수 있는 앱이다. 다양한 카테고리를 통해 자신들의 소장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다. 키덜트 족은 지빗을 통해 제작년도, 구입 장소, 가격, 좋아하는 이유, 별점 등의 정보를 통해 자신들의 장난감을 소개한다. 당신의 소장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면 당장 스마트폰을 켜고 마켓에서 ‘지빗’을 검색해 다운받아 보자!

장난감 유저들의 천국, ‘온라인 커뮤니티’

기자가 앞서 선택했던 건프라, 피규어, 미니카, 레고의 정보를 얻고 이를 즐기는 성인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했던 노력 중 하나는 각 장난감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수만 명의 커뮤니티 회원들은 그들의 취미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즐기고 있었다. 장난감을 더욱 재밌게 즐기고 싶은 당신에게 기자가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소개할테니 주저하지 말고 가입신청 버튼을 누르길!

* 건프라 다음 카페 - 건플라 모여라
(http://cafe.daum.net/hanaro22)

* 피규어 네이버 카페 - 액션피겨
(http://cafe.naver.com/actionfigure)

* 미니카 네이버 카페 - 미니카붐 다시한번
(http://cafe.naver.com/mn4wd)

* 레고 온라인 커뮤니티 - 브릭인사이드
(http://www.brickinside.com)


*빔 샤벨 : 건담이 사용하는 무기 중 하나로 ‘광선검’을 의미함.
**파츠 : 기구나 기계 등의 부(속)품

글·사진 이준호 기자
bonojun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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