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아트토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벌이는 축제 한마당

 유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어느덧 성인이 돼 버린 사람들, 그들의 향수는 패션, 장난감, 애니메이션 등 ‘키덜트’ 문화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키덜트족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요즘, 지난 1일 키덜트 토이와 예술이 만난 ‘아트토이 전시회’(아래 전시회)가 국내 최초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다. 주제는 바로 ‘THIS IS NOT a TOY.’ 딱 봐도 단순히 어린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들만 있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나는 이번 전시회! 이곳에서 단순히 소수 마니아층의 전유물을 넘어 새로운 문화의 한 축으로 단단히 성장하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아트토이에 대해 살펴보자.

기자가 전시회를 방문한 날은 지난 5일 어린이날. ‘혹시나 전시회에 어린이들만 북적거리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전시장에 있는 인파는 기자의 이런 걱정을 무색하게 했다. 수많은 장난감과 캐릭터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0~30대로 보였다. 그러나 기자 역시 키덜트족은 아니었으니, 전시회에 온 모든 사람들이 키덜트족은 아니었을 터. 과연 이 장난감들이 어떤 매력으로 사람들을 이렇게 끌어모으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아트토이가 어디 있겠소

전시회에 진열된 아트토이들은 마치 감정을 느끼는 사람처럼 다양한 자세와 표정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아트토이도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때론 이런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하는데 그 중 유명한 것이 ‘어글리돌(Uglydoll)’ 탄생 비화다. 아트토이 전시회에서 인기를 끌었던 어글리돌은 캐릭터 디자이너 데이비드 호바스 씨와 그의 아내 김선민 씨의 사랑 속에서 탄생한 인형이다. 뉴욕에서 만난 두 사람은 김씨가 졸업 후 한국에 돌아오면서 편지를 주고받았다. 호바스 씨는 김씨에게 쓴 편지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캐릭터를 그렸는데 김씨는 이 캐릭터를 손수 인형으로 만들어 호바스 씨에게 보냈다. 주변의 권유로 호바스 씨는 이 인형을 ‘어글리돌’이란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고 금세 수십 종류의, 수만 개가 판매되는 대박 상품이 됐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 덕분인지 이 인형은 특히 연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동심을 느끼게 하는 인형에 담겨서 그 풋풋한 마음이 더욱 잘 전달되는 듯했다. 전시회를 방문한 이찬양(29)씨는 “장난감이나 캐릭터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밌다”며 “이곳에서 지루한 일상을 깨우는 생동감과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과 장난감, 그 속에 개성을 담다

진열된 많은 장난감들, 그 속에서 개성은 생명이다. 톡톡 튀는 장난감을 찾던 중 각진 장난감 몇 개가 유독 기자의 눈에 띠었다. 이들은 모두 네모, 세모들의 코드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모스코드(Mo's code)’의 작품들로 이곳 피규어의 이름은 바로 ‘모’다. 대부분의 ‘모’들은 세모와 네모, 즉 직선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것이 모스코드가 지향하는 디자인이자 특징이라고 한다. 모스코드 피규어들의 또 다른 개성 포인트는 모두 유령 모양의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 그 속에 숨겨진 모습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도 모스코드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개성 넘치는 모스코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모두가 동심을 찾아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인형, 피규어 외에도 이 전시회에 있는 아트토이들은 다양했다. 예술적인 그림을 보드에 새겨 타기도 하고, 마스크에 스파이더맨 그림을 넣어 사람들이 쓰고 놀기도 했다. 그 방대한 장난감들에 감탄할 수밖에. 전시장에는 캐릭터 그림이 들어간 패션용품이나 ‘퓨마'같은 후원 기업의 제품을 착용한 피규어, 혹은 ‘아이언맨’, ‘배트맨’과 같은 유명 영화에서 등장한 캐릭터 용품 피규어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아트토이 제작자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사는 어른들

이렇게 다양한 장난감들이 있다고 해도 이것들이 쪼르르 전시만 돼 있다면 재미없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해외 유명 아트토이 제작자들도 대거 참여하고 부스마다 통역사가 있어 이들과 직접 대화할 수도 있었다. 비록 사는 곳도 언어도 다르지만 순수한 ‘동심’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다. ‘Devil Robots’의 한 피규어 제작자는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좋아했고 나만의 캐릭터를 갖고 싶다는 마음에 피규어 제작을 시작했다”며 “입체적이다 보니 어디에 놓아도 보기 좋다는 점과 동심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피규어 제작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제작자가 직접 나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사인까지 해주니, 마니아층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눈이 갈 수밖에!
다만 어른들의 장난감인 만큼 가격은 수십만 원대까지 있을 정도로 만만치 않아 과연 사람들이 이것들을 살지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피규어 아티스트 이와 타다유키 씨는 “20대 이상 사람들이 많이 구입한다”며 “공장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페인트칠까지 한 작품들은 비싸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손에는 쇼핑백이 쥐여있었고 등잔 밑이 어두웠는지 기자 바로 옆에도 조아무개씨가 물건을 구입하려 하고 있었다. 그는 “작은 고양이 장난감을 구입하고 싶다”며 “이곳에 전시돼있는 것들이 자신 같은 성인을 위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술과 토이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듣다

전시회에서는 직접 디자인을 찾아 나서며 실질적인 교류의 장을 만드는 곳인 ‘디노마드’와 협력해 다양한 아트토이 관련 강의도 열려 그 열기를 더했다. ‘베어브릭’이라는 캐릭터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팝아티스트 임지빈(32)씨는 이날 강연에서 그동안 자신이 만들었던 작품들을 소개하며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면 자신 또한 기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런 캐릭터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기업과 협력해 큰 프로젝트를 한 사례도 많다”는 임씨의 말에 우리 사회에서 키덜트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커졌는지 또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강연을 들으며 이런 영감에 대한 착안이나 캐릭터 저작권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던 강아무개씨는 “실제 베어브릭을 소재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를 만나서 작업과정과 의미를 들어 좋았다”고 말했다.

예술과 장난감의 조합. 묘하게 어울리는 이들의 조합에 ‘어른’들의 ‘동심’은 뜨겁게 반응했다. 출구 쪽에서 기념품을 팔던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오늘 하루동안 자신의 매장에서 무언가 구입한 손님만 500명일 정도로 그 열기는 뜨거웠다고 한다. 기자 또한 구경하며 사람을 피해 다녀야 했을 정도! 어른들이 돼 느끼는 향수. 그것을 ‘어른이 유치하게’라는 편견 때문에 마음 한편에 묵혀두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장난감을 예술과 접목해 동심을 좀 더 ‘어른답게’ 지키는 키덜트 문화에 당신도 한 번 동참해보는 것이 어떨까?


글·사진 박진형 기자
pjhy928@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