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아직도 기자는 지난 2002년을 생각하면 붉은 피가 끓는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기자가 초등학생이었으니 기자보다 더 어린 친구들은 그 뜨거운 열기를 함께 추억하지 못해 아쉬울 정도다. 아쉬움도 잠깐, 이제 6월 13일이면 전 세계를 열정으로 뒤흔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화려한 막을 올린다. 축구를 모른다고? 괜찮다. 기사를 쓰기 전까지만 해도 'MF'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기자와 함께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제대로 즐겨보자. (참고로 MF는 경기장의 중앙을 누비며 경기를 이끄는 역할인 미드필더를 뜻한다.)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가자, 브라질!

4년마다 우리나라 시청 및 주요 도로를 빨갛게 물들이고, 전 세계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월드컵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을까?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 FIFA가 주최하는데, FIFA는 1904년에 프랑스와 스위스를 포함한 7개국이 모여 창립했다. 축구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관리할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해 창립된 FIFA는 국가 대항 축구 경기를 열 것을 제안했다. 올림픽의 한 종목으로 시작된 국가적 축구 경기는 1930년에 단독 축구경기로 독립했다. 우루과이에서 제1회 월드컵 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200개가 넘는 참가국 중 32개 국가의 팀이 본선 조별 리그전에 참가하고, 이 중 조 1,2위의 16개 팀이 토너먼트전을 치러 순위를 결정하는 현재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곧 시작될 제20회 월드컵은 브라질에서 개최된다. 매회 월드컵에는 ▲엠블럼 ▲공인구(공식 축구공) ▲마스코트 등이 응모나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이번 월드컵 엠블럼은 브라질의 상징인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을 활용해 친환경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세 개의 손이 서로를 감싸며 월드‘컵’을 형성하는 모양의 엠블럼인데, 직접 보는 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브라질 월드컵의 공인구는 ‘브라질 사람’을 뜻하는 브라주카(Brazuka)로, 알록달록한 색깔에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아디다스’가 제작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브라주카가 어느 국가의 손을 들어줄지 기대가 된다. 멸종위기종 아르마딜로를 본떠 만든 ‘풀레코’는 이번 월드컵의 마스코트다. 아르마딜로가 무슨 동물이냐고? 개미핥기같이 생겼는데 공격받으면 몸을 동그랗게 마는 게 특징인 동물이다. SBS에서 중계된 월드컵 조 추첨에서 “풀레코 안녕”이라고 한국외대 이슬기 통역사의 멋쩍은 인사를 받았던 풀레코. 설정에 의하면 그의 나이는 14세이며 이름은 포르투갈어로 ‘축구’를 뜻하는 푸테보우(Futebol)와 ‘환경’을 뜻하는 ‘Ecologia’의 합성어다. FIFA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설명에 따르면 풀레코는 “사교성이 좋고, 춤과 (브라질 음악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음악을 사랑하며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아르마딜로 소년”이라고 하니 관심있는 독자들은 참고하시길.

대~한민국! 꿈★은 이루어질까?

월드컵 본선 조는 추첨을 통해 정해지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 ▲한국으로 구성된 H조에 배정됐다. H조에는 축구 강대국이 없어 우리나라가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좋아하기는 이르다. 지난 8일에 발표된 우리나라의 FIFA 랭킹은 우리나라는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중 31위에 올라, 사실상 H조의 축구 약소국은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행간에 의하면 조 추첨이 발표된 2013년 12월 7일, H조의 네 국가의 감독이 다 환호를 했다는 소문도 있으니 다른 의미에서 H조는 박빙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한국 시각으로 6월 18일 아침 7시 러시아와 첫 경기를 시작으로 23일 새벽 4시 알제리전, 27일 새벽 5시 벨기에전을 치르게 된다. 여기에 행운이 따른다면 16강에 진출하고 나아가 7월 14일 새벽 4시, 대망의 결승전에서 월드‘컵’을 거머쥐게 될 수도 있다.

홍명보와 태극전사들, 출전 준비 완료!

이번 월드컵에는 학창시절 우리대학교가 아닌 고려대의 축구선수로 뛰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농담이다) 완벽한 축구 인생을 자랑하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이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휘한다. 홍명보 감독 아래 23명의 ‘태극전사’들은 각자 1번부터 23번까지 등번호를 달고 브라질의 구장을 누비게 된다. 선수들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숫자나 존경하는 선배 선수의 등번호를 선택하거나 포지션별로 정해진 등번호를 배정받게 된다. 선수들의 또 다른 이름인 등번호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알아보자.

등번호 1번은 골키퍼가 달게 된다. 우리나라 골키퍼 3명 중 정성룡 선수(GK·1)가 1번을 차지했다. 골키퍼 김승규 선수(GK·21), 이범영 선수(GK·23)는 각각 21번과 23번을 배정받았다. 대개 낮은 등번호는 수비수를, 높은 등번호는 공격수를 뜻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우에도, ‘철벽 수비수’의 상징인 2~5번을 각각 ▲김창수 선수(DF·2) ▲윤석영 선수(DF·3) ▲곽태휘 선수(DF·4) ▲김영권 선수(DF·5)가 차지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자리로 통용되는 6번은 황석호 선수(DF·6)의 몫.
7~9번은 미드필더 선수들이 가져갔다. 박지성 선수의 등번호 7번은 김보경 선수(MF·7)가 물려받았다. 김보경 선수가 상징적인 등번호와 함께 ‘캡틴 박’의 전설도 물려받을 수 있을까? 8번은 하대성 선수(MF·8)가 받았으며 브라주카의 사랑을 받을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등번호 9번은 국가대표팀 최연소 선수 손흥민 선수(MF·9)가 차지했다. 10번은 스트라이커, 혹은 에이스를 뜻한다. 평가가 엇갈리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한 방’이 있는 스트라이커 박주영(FW·10)은 2006 독일 월드컵부터 이번 브라질 월드컵까지 연속 3번의 경기를 10번을 달고 출전한다. 11번은 통상 가장 빠른 선수를 뜻하고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에서는 평소 11번을 가장 많이 배정받았던 포워드 이근호 선수(FW·11)가 차지했다.
역시 평소 즐겨 달던 등번호나 그와 비슷한 등번호를 배정받은 선수는 ▲구자철(ST·13) ▲기성용(MF·16) ▲이청용(MF·17) ▲한국영(MF·14) ▲김신욱(FW·18) 선수 등. 그 외에도 2012 영국 올림픽 영국전에서 선제골을 넣어 영웅이 된 지동원 선수(MF·19)는 19번을, ▲이용 선수(DF·12) ▲홍정호 선수(DF·20) ▲김진수 선수(DF·22)는 각각 12, 20, 22번을 달게 됐다.
선수들이 등에 달고 경기에 임하기 전에는 등번호는 하나의 숫자에 지나지 않았다. 훌륭한 선수들이 업적을 남겼을 때 각 등번호는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된다. 그러니 등번호의 무게에 기죽지 않고, 모든 선수가 경기장에서 빛나는 이름을 떨치게 되길 기대한다. 사람 나고 등번호 났지, 등번호 나고 사람이 나진 않았으니까!

Be the Reds! 붉은악마여 깨어나라!

월드컵은 흔히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도, ‘세계인의 축제’라고도 불린다. 각국의 선수들이 나라의 이름을 걸고 치열하게 펼치는 전쟁이기도, 만국의 언어 스포츠에 대한 국경 없는 열기를 불태울 축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이러나저러나 월드컵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대회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그 열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H조에 속한 것을 모를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축구공이 상대 골대를 가르고 네트를 펄럭이면 득점하는 것임을 안다. 기자가 열심히 설명한 브라질 월드컵과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설명을 하나도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당신이 우리나라 대표팀, 그리고 나라를 붉게 수놓을 붉은악마 응원단과 함께 열정을 불사를 준비가 됐다면 그것으로 월드컵 준비는 마친 셈이다.

조가은 기자
gaeunch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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