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치기 전에는 손톱을 깎으면 안 된다’, ‘거울이 깨지면 재수가 없다’ 등은 징크스와 관련된 속설들이다. 이는 대학생인 당신에게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내가 출석할 때는 출석체크 안 하시던 교수님, 내가 결석하는 날엔 꼭 출석을 부르시네’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축구 경기장을 따라다니는 징크스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개최국은 무조건 예선통과?

사실 징크스에는 재수 없는 일이라는 뜻 외에도 ‘으레 그렇게 되리라고 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일’이라는 뜻도 있다. 이때 개최국 징크스란 개최국은 무조건 16강 이상 진출한다는 것이다. 2006 독일 월드컵을 포함한 이전 18번의 월드컵에서 개최국들이 모두 16강에 들었다는 것을 보면 꽤 확률이 높은 징크스다. (하지만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남아공은 16강 진출에 실패해 이 징크스를 처음으로 깼다) 우리나라만 해도 한 번도 16강 근처에도 못 가보다가 개최국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4강에 올랐지 않은가. 과연 축구 강국인 브라질이 이번에는 몇 강까지 진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전문 상담사 필요할 정도인 나라별 징크스

각 나라가 가진 특이한 징크스들도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면 무조건 진다는 영국의 ‘승부차기 징크스’다. 현재 영국 대표팀 감독 로이 호지슨은 선수들의 승부차기 징크스를 없애기 위해 스티브 피터스 박사를 대표팀의 전문 심리상담사로 고용하기까지 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징크스가 선수들의 심리상태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이 외에도 아르헨티나를 이긴 나라는 결승에 오르지 못한다는 아르헨티나의 ‘탱고의 저주*’,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월드컵마다 잘하고 못하고를 반복하는 프랑스의 ‘롤러코스터 징크스’ 등이 있다.

유명한 선수는 다 이유가 있다?

유명한 축구선수들은 그 명성에 걸맞게 징크스도 매우 독특하다.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재밌는 징크스를 가진 과거 전설들을 알아보자. UFO슛**의 창시자이자 ‘악마의 왼발’을 소유한 호베르투 카를로스는 경기에 졌을 때 신었던 축구화는 두 번 다시 신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또 칠레의 축구 영웅 이반 사모라노는 등번호 9번에 매우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그의 애착은 다음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호나우두가 팀에 이적해 온 뒤 9번을 양보하게 된 사모라노는 18번을 대신 골라 숫자 사이에 +를 넣어 다시 9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 중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안정환은 시합 전에 절대 머리나 손톱을 깎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송종국은 발톱을 짧게 깎아야 팀이 이기는 징크스를 갖고 있었다고.

반대로 말 하는 청개구리, ‘펠레의 저주’

마지막으로는 제일 유명한 ‘펠레의 저주’다. 펠레의 저주란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펠레의 예측이 정반대로 실현된다는 의미다. 시작은 지난 1966 영국 월드컵이었다. 펠레가 우승할 것이라 점찍었던 브라질이 예선 탈락한 것. 그 뒤로 펠레가 1994 미국 월드컵 당시 우승 후보 1순위로 꼽았던 콜롬비아가 예선 탈락하고, 2006 독일 월드컵 때 우리나라를 16강으로 점찍었다 예선 탈락한 사건 등 그의 저주는 세기도 힘들 정도다. 한편 지난 8일 펠레가 브라질과 독일, 스페인을 우승후보로 예상해 다시 한 번 그 징크스가 이번에도 실현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겠다.

경기가 끝난 후 “노력도 많이 했지만 역시 운이 따라줬던 것 같아요”라고 흔히 소감을 전하는 운동선수들. 이들에게는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징크스를 이겨내고 심리적 안정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담 없이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마인드컨트롤 역시 실력으로 갖춰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 징크스에 방해받지 않는 진정한 ‘멘탈 갑’ 축구팀은 과연 어느 나라일지, 기대가 된다.

* 탱고의 저주: 아르헨티나의 춤 탱고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으로 역대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이겼던 카메룬, 불가리아, 루마니아, 네덜란드, 잉글랜드, 독일은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 UFO슛: 지난 1997년도 프랑스와의 축구경기에서 카를로스가 선보인 왼발 프리킥 슛. S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모양 덕분에 UFO라는 이름이 붙었다.

김가원 기자
gabriella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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