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현지야! 너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서 그런지 지금 이 편지를 쓰면서도 계속 웃음이나.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 넌 아마 잘 모르겠다고 하겠지만 난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 내가 처음으로 기억하는 넌 체크무늬 교복을 입고 뿔테안경을 쓴 채로 함박웃음을 크게 짓고 있었어. 나는 34번 너는 38번 가깝다면 가까운 번호였고, 멀다면 또 먼 번호였어. 그 때 나는 너랑 짝꿍을 하고 싶어서 내 번호 다음이 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어. 하지만 우리가 친해지기 시작했고, 서로를 제일 친하다고 말할 때쯤엔 그 번호들이 내게 얼마나 의미 없게 느껴지던지.
너랑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아침엔 학교 앞 정류장에서 만나서 그 짧은 거리를 꼭꼭 같이 등교하고, 집에 가는 방향이 달랐지만 꼭 같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한명이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곤 했었지. 내려야 될 정류장이 가까워지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 너도 나랑 함께 이야기했던 그 시간이 즐거웠었지? 내가 내리면 아쉬웠었지? 가끔은 너희 집에서도 놀았었는데 너희 아버지가 해주시던 열무비빔국수가 너무 그리워. 너랑 보았던 ‘벼랑 위의 포뇨’도 함께 만들었던 발렌타인 초콜릿도 그리고 네가 고양이 콩이라고 불렀던 줄무늬 콩들도 너무 그립다. 그렇게 자주 놀러가고 자주 만났던 너인데 우리가 대학생이 된 지금은 한 달에 한번 만나는 것도 참 어렵다. 그래도 잘 지내냐 안부 묻고 가끔이지만 너를 계속 만날 수 있어서 나는 참 좋아.
현지야 많이 고마워. 내가 힘들 때 말없이 배려해주고 내 고민도 잘 들어주고 곁에서 위로해주고 날 웃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너라는 사람이 내 친구라는 게 참 자랑스러워서 가끔은 주변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곤 해. 나는 내가 너 같은 좋은 친구를 너무 일찍 만나서 잘 맞는 친구를 사귀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었어. 점점 나이를 먹고 친구라고 부르지만 만나면 즐겁지만은 않은 친구들을 보면서 너처럼 좋은 친구를 두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는 걸 깨닫곤 해. 너를 만나서 해주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아서 만난다면 전부 빠짐없이 이야기해줄거라고 다짐을 하지만 너를 만나는 날은 기억해두었던 이야기는 하나도 생각이 안나고 하루 종일 웃다가 집에 돌아오는 것만 같아.
우리가 스무 살이 되고 스물한 살이 되면서 어른이라고 불리기 시작하게 되니 어렸을 때 했던 고민과는 다르게 고민들이 더 무거운 것 같아. 어렸을 때는 고민이어도 너랑 둘이 떠들면서 무슨 고민을 했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웃으며 잊어버렸던 적도 많았는데 지금은 고민이 생기면 고민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 중 한 번도 웃지 못하고 보내는 날도 있어. 그래도 다행인건 네가 내 곁에 있어서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거야. 너도 내게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내가 네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참 좋다. 가끔은 네가 너무 착해서 다른 사람을 챙기느라 정작 너 자신을 못 챙기는 것 같아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대신 내가 너를 그만큼 챙기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조금 손해 보면 어때? 우린 원래 그랬잖아 그치?
너랑 함께 했던 여행, 영화보기, 밤새기, 술 마시기, 노래방가기……. 둘이서 했던 것만큼 아직 하지 못했던 것도 참 많아. 나는 아직도 너랑 함께 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으니까 우린 계속 친하게 지내야 해. 알았지? 30살의 여행도 꼭 가야되고, 저번에 문을 닫아서 맛도 못 봤던 피자집도 가야되고 워터 파크도 가야하잖아~.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내줘서 고마워. 조만간 또 만나자 그때까지 몸조심하고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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