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일어나 등교하는 길, 친구와 밥 먹으러 가는 학교 앞 길, 다시 집으로 버스 타고 가는 길까지. 매일 시멘트 바닥에 번쩍번쩍한 상가들이 줄지어진 길만 걷는 게 문득 갑갑해질 때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가끔씩 이런 곳에서 벗어나 일상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 유혹에 휩싸이기도 한다. 때로는 자연 속 길을 걷는 것이 그 어떤 인위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길보다 마음에 안정과 위안을 줄 수 있다. 자연 그 자체가 예술적으로 느껴질 만한 공간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것도 도시 한 가운데에. 바로 무릉도원 같은 경치와 여유로움을 갖고 있는 ‘월드컵공원’이다.

평화로움이 가득한 길, 평화의 공원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로 나와 직진을 하면 어느새 ‘월드컵공원’이라고 쓰인 커다란 푯말을 만난다. 월드컵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연두색 나뭇잎들이 펼쳐진 길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반겨준다. 이곳에서는 애완동물과 함께 산책길을 거니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띄는데, 이는 ‘반려견 놀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 놀이터에는 뛰어놀기 좋은 넓은 들판과 놀이기구가, 또 주변에는 파라솔이 설치돼 있어 주인과 반려견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녹음 사이로 난 길을 걷는 강아지의 걸음이 한결 가벼워보였다.
좀 더 걷다보면 ‘평화의 공원’을 마주하게 된다. 평화의 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람들이 길 양 옆으로 늘어앉아 소풍을 즐기고 있다. 돗자리를 깔고 수다를 떨며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과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낮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이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모습들은 평화의 공원 울창한 나무들과 함께 한 폭의 그림같이 공원의 광경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평화의 공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길은 바로 ‘난지연못길’이다. 난지연못에는 토종개구리들, 멸종위기종인 남생이와 물장군이 서식하고 있어 특유의 자연적인 기운으로 길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노란색 꽃과 수풀이 함께 연못을 길게 수놓은 채 통나무로 된 길을 따라 쭉 이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하늘공원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다

평화의 공원에서 조금만 걷다보면 바로 ‘난지한강공원’이 나온다. 난지한강공원은 드넓고 푸른 한강을 옆에 두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늘 보던 한강이라도 볼 때마다 느낌은 다른 법. 5월 특유의 맑은 햇볕 덕에 유난히 한강을 낀 길이 더 곧고 예뻐 보이는 하루다.

난지한강공원까지 거닐어 봤다면 이제 ‘하늘공원’ 차례다. 억새밭이 이루는 경관부터 공원과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으로 유명해 월드컵공원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사뿐사뿐 설레는 마음으로 구름다리 길을 건너면 양 옆에 등장하는 ‘메타세콰이어길.’ 이 길 앞에 서면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우뚝 솟은 짙푸른 나무들이 길 양옆에 굳건히 서있는 모습을 길 한 가운데서 바라보면 그 울창함과 푸름에 넋을 놓게 된다.
메타세콰이어길을 한껏 음미하고 나면 하늘공원으로 가는 하늘계단 300여 개를 만나게 된다. 계단이 달아주는 날개를 타고 점점 하늘로 향할수록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점차 달라진다. 최종 목적지를 위한 길이자 그 자체로 색다른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마침내 계단을 모두 오른 후 조금 더 걷다보면 드디어 하늘공원에 도착. 두 눈 가득히 채워진 연둣빛 억새밭 사이로 가늘게 난 연갈색 길은 마치 어떤 예술가가 조심스레 그어놓은 선 같다. 거기에 저 멀리 보이는 풍차와 바람개비까지 더해져 사진기로는 그 아름다움을 차마 다 담아낼 수 없다. 하늘공원에는 따로 전망대도 있어 좀 더 높은 곳에서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다. 월드컵공원의 연두빛깔과 한강의 푸른 빛깔이 어우러져 남산타워에서 보던 경치와는 또 색다르다. 밤에 이 전망대에서 경치를 본다면 무릉도원에서 야경을 보는 느낌이 아닐까?

넓디넓은 월드컵공원은 어딜 걸어도 예쁜 길들로 가득 차 있다. 월드컵공원이 선사하는 자연과 경치는 그 자체로 거니는 사람에게 충분한 볼거리다. 늘 바쁘고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이 길들을 거닐며 아름다운 풍경 속에 스스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갑갑함으로부터 휴식이 필요한 당신에게 진정한 ‘일탈’은 어쩌면 이 자연 속의 길을 걷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글·사진 홍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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