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예술

그래피티(Graffiti) : 전철이나 건축물의 벽면, 교각 등 길거리에서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리는 거대한 그림.

길 위에서 펼쳐지는 예술, 그래피티. 낙서로 시작해 어느덧 예술의 반열에 우뚝 서있는 그래피티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긁어 새긴다’라는 의미를 가진 그래피티는 ‘길’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일상의 공간을 화려한 미술 전시회로 만들어준다. 물론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엄연히 길거리 예술로 자리 잡은 그래피티를 한 번 샅샅이 살펴보자.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가 펼친 영국의 새로운 길거리

‘뱅크시(Banksy)’라는 작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름도 가명이고 출생지를 비롯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지만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고 있는 신비주의 작가다. 그는 영국의 길거리를 ‘재미’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영국 거리 곳곳에 몰래 뿌려진 그의 그래피티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멋진 그림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에 대한 비판’, ‘전쟁과 폭력에 대한 저항’ 등과 같은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다. 길거리에 몰래 그린 그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자 뱅크시를 잡으려했던 경찰도 이젠 그의 작품을 예술로서 인정할 정도라고 한다. 길거리에 예술이 펼쳐져 있게 된 셈이다. 어제만 해도 딱딱하던 길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물들여져 있을 것을 상상해보라. 기대만으로도 걷는 기분이 색다르지 않을까?

그래피티, 거리의 분위기 메이커와 지저분한 낙서 사이에서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보는 즐거움을 주는 그래피티는 관심을 가지고 보면 우리 주변에도 많이 존재한다. 특히 이화여대 주변, 그리고 신촌 곳곳의 굴다리에는 그래피티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물론 지나가던 사람이 마구 써놓은 낙서도 많지만 그럼 뭐 어떠랴. 낙서로 시작된 예술인 것을. 다소 칙칙할 수 있는 굴다리의 분위기를 그래피티가 역동적으로 바꿔가자 굴다리라는 길도 색다른 매력을 갖게 됐다. 물론 이런 그래피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홍익대 길거리 곳곳에서는 낙서를 하지 말아달라는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그래피티’는 예술이기보단 지저분한 낙서일 뿐이다. 더군다나 주인 있는 벽에 함부로 그린 그림은 주인에게 짜증을 솟구치게 할 수 있다.

그래피티 작가 ‘닌볼트’를 만나보자!

그래피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 또한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장난이 아닌 전문적으로 그래피티에 도전하는 사람들, 일명 ‘그래피티 작가’다.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온 그래피티 작가 ‘닌볼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Q. 그래피티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A. 그래피티는 낙서에서 시작해 지금은 하나의 예술로 자리 잡은 장르다. 주로 작가의 내면 생각들을 스프레이로 표현한 텍스트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Q. 그래피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피티’를 처음 시작하게 됐던 것은 어느 날, 우연찮게 주한미군방송 AFKN에서 어떤 장면을 본 후다. 흑인이 벽에 이름을 쓰고 도망가는 장면 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을 보고 그래피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그래피티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A. 아마 그래피티의 규모일 것이다. 나는 휴대가 용이한 락커로 벽에 큰 규모의 그림을 그려낼 때 즐거움을 느낀다.

Q. 길에서 ‘그래피티’를 하는 것을 단순히 낙서라며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한편에서는 예술로서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물론 이런 논란이 존재하지만 어차피 ‘예술은 허락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허가받은 예술은 예술이라기보다는 상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논란과 마찰은 고민해 나가야할 문제라 생각한다.

Q. 현재 그래피티 작가로서 활동하기에 우리나라는 어떤 환경을 갖고 있다 생각하는가?
A. 그림을 그릴 벽이 적고 규제가 심한 편이다. 그러나 작가라면 절대 이런 환경 때문에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혹시 간단히 그래피티를 그려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낙서의 기초부터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름, 숫자 등등을 그냥 낙서로 표현하는 것이다. 다만 곧바로 그래피티에 도전하는 것보다 연필로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스케치를 한 후 스프레이를 잡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피티가 길거리 곳곳에 그려진 사고뭉치지만 숨길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인 듯하다. 만약 누군가에게 ‘지저분한 낙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 ‘위트’있는 그래피티라면 길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전시회를 걷는 것과 같은 훌륭한 길거리 예술이 될 것이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우리의 일상 속에 펼쳐지는 그래피티를 보며 우리의 주변 속에 녹아들어있는 예술의 향을 한껏 느껴보자.

박진형 기자
pjhy928@yonsei.ac.kr
<자료사진 http://ww.graffiti.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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