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여기저기] 한적한 연남동의 토끼 구멍에 빠져보자

불금의 메카 홍대, 대학 거리의 명물 신촌. 젊음과 열정의 공간이지만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의 번잡함도 혼재하는 그곳. 때론 복잡한 번화가에서 벗어나 아기자기하고 이색적인 공간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연남동’에 가보자.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 속에서 유유히 느림의 미학을 간직한 동네,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위치한 이곳은 신촌캠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다. 하루하루를 뜨겁게 살아가는 당신이 가끔 지쳤다고 느껴질 때 ‘잠시 쉬어도 된다’고 그대를 위로해 줄 연남동의 이색 장소를 추천한다.

40(よんじゅう)키친에서 40분 머물다

연남동 동진시장 뒷골목으로 나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40키친’. 나무로 된 가게 문을 열자마자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풍긴다. 입구의 미키마우스 인형을 비롯해 벽 한 편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손님을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전파 텔레비전과 노란색 전화기 등 고전적인 소품들이 전시된 40키친은 일본식 가정 요리 전문점이다. 목재로 꾸며진 내부 장식과 탁 트인 주방은 마치 어느 일본 가정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바 테이블과 2개의 작은 테이블로 채워진 비교적 작은 공간이지만 가게는 20대 손님들로 북적인다. 바 테이블은 일렬로 앉을 수 있어 혼자 먹어도 불편하지 않으니 솔로족들이여, 참고하시길.

40키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포테이토 명란과 빵’과 ‘건강 카레’다. 두 메뉴 모두 8천 원으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 맛은 일품이다. 으깬 감자 위에 올리브유로 볶은 명란이 올려진 포테이토 명란은 보자마자 입에 군침이 돈다, 이를 한 숟가락 떠 함께 나온 바게트에 얹어 먹으면 ‘올레!’ 명란 특유의 짭짤함이 감자의 담백함과 만나 오묘한 맛을 낸다. ‘건강카레’ 역시 남다른 메뉴다. 모세의 기적처럼 흑미밥을 사이에 두고 양 갈래로 부어진 카레 소스와 밥 위에 올린 터질듯 말 듯 한 계란 프라이는 우리를 설레게 한다. 카레 건더기는 버섯만을 사용해 깔끔한 맛을 낸다. 또한 사케와 크림 생맥주 등 음식과 잘 어울리는 각종 주류도 판매하니 참고하시길!

예스러운 소품과 오붓한 분위기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40키친’,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는 음식들이 가득한 이곳은 마치 동화 속 나라에 떨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소중한 이와 함께 이색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40키친’을 강력 추천한다.

디저트를 왕창 먹다, ‘왕창상회’

밥만 먹고 집에 가기엔 너무 아쉽지 않은가? 40키친에서 나와 도보로 5분 정도 걸으면 ‘왕창상회’라는 간판이 보일 것이다. 뜬금없이 무슨 상회를 추천하나 싶겠지만 왕창상회는 당신의 남아있는 디저트 배를 채워줄 이색 카페다. 실제로 이 건물은 7, 80년대에 왕창상회라는 이름의 청과물 가게였다. 그러다 이 건물을 카페로 사용하면서 간판 이름만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왕창상회에 들어서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이 귀를 사로잡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독서하기 딱 안성맞춤. 또한 벽에 걸린 커다란 유화가 두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양복을 입은 신사들 사이에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가 커피를 따르고 있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 오묘한 조화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사진이 있을 법한 액자 속에 멀티 탭과 누전 차단기가 들어있는 등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 옥의 티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독특함으로 손님을 즐겁게 해주려는 주인의 센스가 돋보이는 인테리어다. 카페 한 편에서는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지는 더치커피가 사람들에게 ‘이곳에서 만큼은 마음껏 여유를 즐겨도 된다’고 말한다. 왕창시장의 또 다른 매력은 옆집 아저씨 같은 사장님의 푸근한 인상이다. 꽃미남 사장님을 기대했다면 아쉬워하지 마라. 사장님의 친근한 인상은 오히려 당신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 줄테니.

사실 이곳의 메뉴는 일반 카페와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커피 머신으로 원두를 직접 볶아 더욱 깊은 맛을 내고, 디저트 또한 사장님이 집에서 손수 만들어 오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을 훨씬 잘 느낄 수 있다. 디저트에는 라즈베리 브라우니, 카스텔라, 마카롱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단연 마카롱이다. 포장도 가능하니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1인 1메뉴를 시켜야하는 이곳. 무엇을 고를지 고민할 당신에게 메뉴 몇 가지를 추천한다. 아포가토’는 사장님이 마치 예술 작품을 완성하듯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정성껏 뿌려 만든다. 하얀 아이스크림 위에 뿌려진 까만 에스프레소는 어느새 쓴맛을 잃고 달달한 캐러멜 맛으로 탈바꿈된다. ‘카페라테’는 직접 볶은 원두를 사용해 더 깊은 맛을 내며 양도 많아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부족하지 않다. ‘라즈베리 브라우니’는 진한 초콜릿 속 상큼한 라즈베리가 느끼함을 덜어주고, 달콤함은 더해준다.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여유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왕창상회. 당신이 짊어진 짐을 ‘왕창’ 내려놓고, 맛있는 디저트를 ‘왕창’ 먹으며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왕창상회’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연남동 골목은 젊은 예술가들이 이색 행사들을 지는 동진시장부터 예약 없이는 먹을 수 없는 중국 화교 만둣집까지 이색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마치 일상 속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이끈 토끼 구멍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 것처럼. 언제까지 ‘그대 없는 홍대 상수동 신촌 이대 이태원’만 찾아 돌아다닐 것인가? 이제는 힐링의 공간 ‘연남동’에 가서 토끼 구멍에 퐁당 빠져보시길! 

고석현, 이선민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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