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꿈을 좇는 소설가 정유정을 만나다

 

서점에 가면 제일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 코너. 책장을 쭉 훑어보면 대부분 자기계발서나 실용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문학 작품을 찾아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1억 원고료의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혜성처럼 나타난 소설『내 심장을 쏴라』는 현재까지 무려 6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하반기엔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민기·여진구 주연의 영화가 개봉 예정이기도 하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이 소설의 작가는 바로 『7년의 밤』으로도 유명한 정유정(48)씨. 그녀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과 함께 한 15년

지난 2000년『열한 살 정은이』를 기점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정씨는 어느덧 15년 차 작가가 됐다. 그녀는 지난 15년 동안 시놉시스를 쓴 후 초고, 취재, 퇴고를 반복하며 체계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매 2년마다 한 번씩 소설을 출간하는 그녀도 처음부터 치밀한 편은 아니었다. 정씨는 “원래 허점이 많고 덤벙거리는 편”이라며 “의식적으로 치밀해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등 인기작품들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
누구보다 꼼꼼하고 치밀하게 글을 쓰는 그녀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특히 소설『28』을 쓸 때 3개월 동안 바이러스학, 감염학, 수의학 등 소설을 쓰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고 2천 5백매 분량의 초고를 썼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바이러스 이야기만 써놓은 자신의 초고를 보고 좌절에 빠진 후 슬럼프를 겪었다고. 결국 그녀는 초고를 통째로 버리고 지리산에 들어가 다시 글을 썼다. 정씨는“반 년 동안 소설이 아닌 논문을 쓴 내가 헛짓을 한 것 같았다”며 자신의 힘들었던 시기를 회고했다.

그녀 자신의 인생을 담은 소설

지리산 자락에서 소설의 영감이 쑥 하고 솟아난 것일까? 독특한 이야기로 매번 인기몰이를 하는 소설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씨는 “소설마다 쓰게 된 계기가 다르다”며 “특히『7년의 밤』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 남자가 여자 아이를 차로 치고, 광주 댐 근처로 데려가 공기총으로 살해·유기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썼기 때문에 정씨는 범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매스컴에 노출된 범인 아들이 왜 눈물을 흘렸는지 의문을 가졌다. 진실을 알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이 소설의 시작이 된 것이다.
그녀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도 소설에 반영한다. 소설 『내 심장을 쏴라』의 배경으로 나오는 정신병원은 그녀가 대학에서 간호사 실습을 받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고. 뿐만 아니라 간암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어린 나이에 동생 세 명을 뒷바라지해야 했던 그녀의 어두웠던 청춘을 주인공 이수명에 빗대어 나타내고 있다. 그녀는 “세상을 정신병원에 은유하고, 이수명이라는 인물을 통해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소설 『내 심장을 쏴라』를 그녀가 가장 아끼는 소설로 꼽았다.

“청춘이여, 자신의 삶을 살아라”

그녀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녀의 마음속엔 늘 ‘글’이라는 꿈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10여 년간 간호사, 건강보험심사요원으로 일했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택했다. “일을 그만두는 순간에는 두려웠지만 글 쓰는 일은 평생 원했고, 지금이 아니라면 더 이상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왜 작가가 되고 싶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과연 내가 그저 직업으로서 작가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정말 글 쓰는 것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정씨는 작가 지망생뿐 아니라 모든 청춘들에게 자기의 인생을 살라고 강조했다. “무슨 일이든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고 실패했을 때도 극복할 수 있다”며 “부모님에 의해, 세상에 평가에 의해 진로를 설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작가로서 성공을 거둔 정씨. 지금 행복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직업적 성공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며 “글을 쓰다 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그 또한 행복한 고통이다”고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결국 그녀에게 있어 글은 힘들지만 항상 함께하고 싶은 존재인 것이다. 앞으로 그녀가 써 나갈 소설 또한 우리를 얼마나 흥분시킬지 기대가 된다.

*1억 원고료의 세계문학상 : 원고 집필에 대한 보수

 

오지혜, 정서현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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