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는 창립 129년을 거쳐 이제 21세기와 맞서고 있다. 21세기 연세인은 가족사, 마을사, 직장사, 민족사, 동아시아사, 인류사에 대한 지식을 골고루 갖추어야 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부모와 자식 간에 역할 교대를 하여야 하는데, 역사를 모르고서 본인이 감당해야 할 가족의 과제, 마을, 직장, 민족, 동아시아, 인류사의 과제를 알기 어렵다. 글로벌 인재는 글로벌 역사와 과제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등장할 수 있다.
 21세기 연세인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역사공부를 하지 않고서도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와 달리 신입생을 뽑을 때, 그들이 고등학생 시절 쌓은 역사 지식과 역사 인식을 선발 요건으로 삼지 않는다. 관이 요구하는 역사관과, 민이 스스로 세운 역사관이 같을 리 없는데도, 사립의 대표주자인 우리대학교 신입생에게 역사를 묻지 않는 것이다. 역사를 묻지 않으니, 미래세대와 더불어 민족의 과제를 의논할 수도 없다.
 필수교양의 제2영역이 인간과 역사이다. 2014년 1학기 인간과 역사 영역이 제공한 21과목 가운데, 한국사 관련 과목은, 한국 근현대사 단 한 과목이다. 입학정원과 비교해 보면, 대략 백여 명 내외가 한국사 강좌를 듣는 셈이고, 동아시아사, 인류사 몇몇 과목이 겨우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접 국가의 역사 왜곡에는 한 마디씩 마다하지 않을 기성의 연세인들이 정작 대학에서 제공받은 민족사, 동아시아사, 인류사 강좌 수강은 너무나 빈약하다. 당하는 이들은, 역사 왜곡하는 이들이 어찌 그리 당당할까 혀를 차지만, 해당 주제의 역사상을 모르고 정치적 입장에 빠지면 역사 왜곡의 확신범이 되기는 어렵지 않다. 21세기 연세인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이다.
 21세기 우리대학교의 슬로건은 제3의 창학이다. 제2의 창학의 기틀을 세운 용재 백낙준은 1968년부터 1988년까지 20년 동안 실학 공개 강좌를 연세가 주관하게 했다. 민족 분단과 경제적 어려움, 정치적 독재라는 엄혹한 20세기 후반을 겪어내기 위해서는 연세인과 한국인이 스스로가 얼마나 귀중한 사람인지를 실학 연구와 교육을 통해 알아야 했다. 젊은 이방인 언더우드가 헌신한 제1의 창학은 위당과 용재, 동암을 만나 냉혹한 식민지를 이겨낼 수 있는 연세 정신을 일구었다. 전통에서 출발한 위당과, 서양 학문의 현실을 충실히 연구해 낸 용재와 동암의 만남이 20세기 후반 실학연구, 역사연구로 모아짐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역사를 통해 과제를 만들어낸 연세의 선배들은 교육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데 최선을 다하였다. 
 연세 근대교육 100주년이 1년 남았다. 백양로 재창조 사업으로 연세의 뜰에는 자동차보다 연세인의 심장과 두 발이 활개칠 것이고, 국제캠퍼스 RC 첫 세대들이 새로운 세계관에 입각하여 선배 연세인들에게 연세역사와 민족역사, 인류역사를 물을 것이다. 박경리와 장일순의 생명사상을 내면화하고 있을 37년의 원주캠퍼스 젊은 연세인들도, 당당하게 21세기 연세와 인류의 과제를 물을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가르고 담쌓는 협량함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과제일 수 있다. 제3의 창학을 감당할 21세기 연세인의 역사인식 함양을 담아낼 입학 프로그램, 학사 프로그램, 기성 연세인을 위한 재인식 프로그램을 서둘러 갖추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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