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내 아이가, 내 아내가, 내 친구가 차가운 바다 속 배안에 갇혀 있다며 울부짖던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사진을 한 장 보았다. 함께 살아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을 조문하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울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과 생기로 가득 차있어야 할 교정은 엄숙함으로 짙게 그늘졌고 주인을 잃은 책상 위에는 새하얀 국화꽃이 놓였다. 인상착의로 시신을 확인한 희생자의 가족들과 시신만이라도 찾아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함은 모든 국민들을 눈물짓게 했다. 자신을 희생하고 학생들을 구조한 교사와 선장마저 버린 배에 끝까지 남아 승객들을 구조한 승무원의 사연은 우리들 가슴에 새겨졌다. 아직 꽃피지 못한 어린 학생들과 선내에 남으라는 방송을 끝까지 믿었던 일반인 승객들을 집어삼킨 바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렁였다.
 지휘의 책임과 사고의 원인을 운운하는 사이에 정부는 단 한 명의 실종자도 구해내지 못했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신속한 구조는커녕 어쭙잖은 거짓으로 넘어가려던 정부의 행동은 분명히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였으며 헌법 36조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는 조항은 유명무실했다. 이보다 훨씬 앞선 재난에서도 아무런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는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치 않은’ 꼴이었다.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며 자신의 역할을 외면한 정부와 왜곡된 보도를 하는 언론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이 더욱 더 커져만 갔다. 희생자들을 오롯이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저도 자신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과 SNS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수백의 무고한 생명이 삼켜진 참사를 일종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삭막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승객들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승무원들은 업무의 수행보다 자신들의 안위를 택하였다. 국민을 지켜야 할 정부는 정권보호에 눈이 멀어 국민을 외면했다. 이 모든 것이 뒤엉켜 결국은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앞으로 또 다시 이러한 인재와 관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여 명의 실종자들이 결국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저 마다의 사연을 지닌 채 눈을 감았다. 아직도 많은 실종자들이 어둡고 차가운 진도의 바다 아래에서 떨고 있다. 책임과 명령에 상관없는 그들이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참사와 관련된 모든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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