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나흘 전, 지하철 2호선의 추돌사고가 나 2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세월호 사건이 있은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다. “세월호에 이어 지하철 사고도 나니 트라우마가 생겨 여행을 못 가겠다”고 말한 부상자의 말은 아마 대한민국의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말이리라. 그런데 두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이번 추돌 사고를 낸 열차에는 돌발 상황에서 작동하는 장치가 달려있었다. ATS, 즉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장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 ATS가 작동하면서 기관사가 수동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열차는 추돌하기 200m전에 스스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그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아직 확실한 원인 규명이 되지는 않았지만, 기관사들이 배차간격을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ATS를 ‘일부러’ 꺼놓는 탓에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이번 세월호 사건의 원인도 폐기되어야 될 정도로 낡은 배임에도 안전관리를 하지 않았고, 화물적재량을 축소 조작하여 많은 양의 화물을 실은 것에 있었다.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허용 안전범위를 지키지 않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런데 두 사건이 낯익은 이유는 비단 둘 간의 공통점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우리는 ‘똑같은’이유로 사고, 아니 인재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은 출항해서는 안 되는 악천후 날씨에 배를 띄웠고, 141명이나 ‘정원을 초과 승선, 화물을 초과 적재’하여 침몰하였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는 ‘연결이음새의 용접불량과 관리소홀’, 아파트 공사 차량의 무게를 통제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특히 다리의 상태가 점점 벌어지고 어긋나는 것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통제하지 않아 벌어진 사건이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는 승객들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기관사가 문을 열지 않고 키를 뽑아 달아나는 바람’에 승객들이 대피를 하지 못해 그대로 사망하였다. 과연 우리는 과거의 일을 반성하며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가? 20년 전의 사고 이후 우리는 무엇이 바뀌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쉽사리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더욱 원통하고 부끄러운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연재해도 아닌 인재(人災)로 대형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 '인재는 이제 없어야'라고 떠들어대도 '또 인재'라고 말하는 일이 생긴다. 작년 서울시에서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이후 연일 뉴스는 부동산 시장의 얘기로 가득 차있다. 거의 찬양 급이다. 이 정책의 시행 동기는 수직증축을 통해 주거 밀도를 개선하고 사업비를 절감하고 멀티홈 등을 늘려 임차인들에게 주택마련 기회를 늘리는 것이란다. 그런데 ‘안전 문제’에 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당장 ‘눈 앞의’ 리모델링을 통한 수익과 비용절감 등의 계산에 안전문제는 뒷전이었던 것은 아닌가? 전문가들이 안전하다고 답을 내렸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앞선다. 세월호 역시 민·관 기관의 ‘안전진단’을 무사히 ‘통과’한 여객선이었기 때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안전검사 과정이 ‘수박 겉핥기’에 그칠 때, 이는 오히려 사고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무총리가 사퇴하고 안전행정부 장관의 사퇴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언론호도를 비판하며 책임자 추궁에 열을 올리고, 야당의원은 정부 비판과 지방선거 심판론 제기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책임’혹은 ‘심판’이 아니다. 사고의 원인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하여 또 다른 사고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 ​조립식 판넬 지붕의 눈을 치우지 않아 대학생 새내기 10명이 사망, 103명 부상을 입었던 인재(人災), 경주리조트 사건이 불과 3개월 전에 일어난 사건임을 잊지 말자. 앞으로 3개월 뒤, 지금과 같은 이유로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안전행정부 장관이 물러난다거나 세월호 선장이 형 집행을 당하는 것이 중요치 않다. 인재(人宰)*를 탓하기 보단 또 다른 인재(人災)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

* 인재(人宰): 부서의 담당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