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커피광고 속, 노을이 지는 강가, 원빈이 배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수많은 여자를 설레게 했던 이 낭만적인 장면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빛나는 원빈의 외모 덕만은 아닐 터! 노을이 진 아름다운 배경 가운데에 놓인 물 위를 걷는 낭만의 배, 카누 또한 한 몫 톡톡히 했다.
 어느덧 햇살에 강물이 반짝이는 봄, ‘수상 레저’의 계절이 돌아왔다. ‘수상 레저’라고 해서 격한 물놀이만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 물 위에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카누타기를 빼놓을 수 없다. 얼마 전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도 방영된 카누잉! 기자도 직접 춘천 물레길 카누체험장에 찾아가 카누의 매력을 느끼고 왔다. 

한 번 만나기도 힘든 도도한 카누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레저다보니 카누잉을 체험해보는 것이 쉽진 않았다. 3시간 동안 전철을 타고 남춘천역에 도착! ITX 청춘열차를 타면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기자는 그땐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도착 후 택시를 타고 얼마간 이동한 끝에 물레길 카누 체험장까지 갈 수 있었다. 수십 척의 카누들이 묶여있는 선착장과 눈부신 자연 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가까운 건물에 들어가 카누 타러 왔다고 말하니 팀장 임기승(33)씨가 나타났다. 그런데 임씨의 표정은 그다지 좋아보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와 물살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 분명 일기예보에서는 날씨가 화창하다고 말했는데 막상 춘천에 도착하니 카누에 적합한 날씨는 아니었다. 춘천까지 갔는데 날씨 눈치까지 살펴야한다니… 그 녀석 참 도도했다.
 게다가 3월이고 평일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물살도 강해져서 더 이상의 카누잉은 취소됐다.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은 기자는 임씨에게 꼭 카누를 타고 기사를 쓰고 싶다며 애원했다. “물살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려봅시다”라는 임씨의 말에 안심한 기자는 그에게 카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카누, 너에 대해 알려줘

 카누는 북미 인디언들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물위에서 교통수단으로 통나무를 이용하다가 그 가운데를 판 것이 카누의 효시라고. 한 마디로 인디언들이 물 위를 떠다니고 싶은 마음에 만든 작은배였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카누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다. 임씨는 “생활수준이 높고 여가에 많은 투자를 하는 외국 같은 경우는 카누와 캠핑을 같이 즐겨서 더욱 알찬 카누잉을 만든다”고 말했다. 비행기, 자동차와 같은 여행수단이 아니라 카누를 타고 캠핑이라니! 이색적이고 재밌는 여행이 될 법도 한데 활성화 돼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는 “물론 우리나라도 카누를 지속적으로 즐기는 사람은 있지만 카누잉이 더 발전하기 위해선 카누가 정착되기까지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누를 즐기기에 앞서…

 물살이 조금 약해지자, 본격적인 카누체험에 앞서 교육에 들어갔다. ‘카누를 타다가 일어서지 마라’, ‘지나친 물장난은 하지마라’와 같은 안전사항들을 우선적으로 숙지해야했다. 임씨는 특히 “매번 경고해도 단체로 오는 손님들 사이에 음주 후 배를 타는 사람들이 꼭 있다”며 “물에 빠지면 구해주기는 하지만 사고를 책임지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동안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가이드들이 모터보트를 타며 지켜보고 있어 큰 사고는 없었다고. 게다가 카누는 물 위에서 있을 때는 다른 격렬한 수상레저보단 안전한 스포츠다.
 카누를 타는데 특별히 익혀야할 기술은 없기에 초보자들도 쉽게 적응해 즐길 수 있다. 그래도 중요 기술을 꼽자면 상체를 사용하지 말고 팔만 이용해 물의 저항을 많이 받는 패들젓기 하는 것이다. 카누로 경주할 것이 아니라면 힘을 적게 들이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으니 약골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카누, 자연 속에서 낭만을 수혈해주세요

 아직 물살이 다소 센 편이라 숙련자인 임씨와 같이 카누를 타기로 했다. 카누는 해병대 캠프에서 쓰는 보트와 달리 격정적으로 사람들끼리 박자를 맞추어가며 패들*을 젓지 않는다. 숨차게 내리치는 폭포보단 여유롭게 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느낌이랄까? 패들을 물에 적시며 여유를 즐기는 그 순간, 카누가 부드럽게 나아가더니 곧 휘청이기 시작했다. 임씨는 물살로 인해 카누가 멋대로 흔들리는 ‘롤링현상’이라며 당황한 기자를 보며 웃었다. “잠시 패들을 멈추고 잔잔해질 때까지 물살을 느껴보라”는 임씨의 말에 다시 한 번 여유를 되찾았다.
 카누를 타며 둘러보는 주변 환경은 일품이다. 마치 광고 속 한 장면처럼 부드럽게 나아가는 카누에 앉아 의암대 길과 붕어섬을 보며 여리여리한 눈빛도 지어봤다. 수작업을 통해 나무로 만들어진 카누가 주변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낭만을 더해줬다. 안타깝게도 물살 때문에 오래타지 못한 기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임씨는 숙련된 솜씨로 패들을 저었다. 그리곤 느꼈다. 시냇물도 때론 몰아칠 수 있듯, 카누도 빠를 수 있구나. 물론 수상 스키처럼 빠른 건 아니지만 나름 선선하게 바람도 쐴 수 있었다. 더군다나 주말에는 노을 카누잉, 물안개 카누잉도 있다고 하니 연인들끼리는 설렘을 수혈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평소에 서로 말이 없던 가족들도 옹기종기 모여 페달을 저으면 없던 정도 생겨난다고고 하니 꼭 가서 체험해보시길 추천한다.

우리대학교 학생에게 카누는 곧!

 이런 신선한 체험, 춘천에서 한 번 해보고 끝? 그렇다면 섭섭하다. 우리대학교 학생에게는 카누를 여가로 즐길 수 있는 특권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우리대학교 원주캠에서 열리는 ‘보트패들링’ 수업을 통해서다. 우리대학교 원주캠에서 보유한 카누는 6대! 곧 2대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스포츠센터 사무직원 김준일 씨는 “카누 클럽을 모집해서 학생들도 같이 즐기게 할 생각이다”라며 “매지호 정화사업이나 패들 젓기 수업 관련해 활동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카누클럽이 정상화된 후엔 일반 학생들도 소정의 비용으로 카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하니, 머지않아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낭만의 배 카누가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우아한 취미활동이 될 것이다. 소식을 들은 김유미(정보통계·13)씨는 “클럽 RC체육 등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카누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을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카누체험을 하고 나니 왜 원빈이 카누를 탔는지 이해가 됐다. ‘물 위의 선비’라는 칭호를 주고 싶을 만큼 기품 있는 카누. 이젠 취미생활 목록에 카누를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취미 하나로 인생 속에 물 위를 걷는 듯한 낭만을 담을 수 있으니 말이다.

*패들: 카누를 젓는 노
 

글 박진형 기자
pjhy928@yonsei.ac.kr
<자료사진 물레길 카누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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