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시사만화 '장도리'의 박순찬 작가를 만나다.

 신문을 읽다보면 한 컷 혹은 네 컷으로 그려진 만평이나 만화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보고 ‘촌철살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 만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감명 받기도 한다. 만화라는 예술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고 패러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만평작가. 그 중 「경향신문」 시사만화 ‘장도리’로 유명한 박순찬 작가를 만나봤다.

‘만화’라는 ‘예술’을 선택하게 된 계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넘어가기 쉽지만 만화는 예술의 한 장르로서 인류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왔다. 박 작가는 지난 1994년 우리대학교 천문대기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경향신문」에 입사해 만화 ‘장도리’를 그려왔다. 전공과 상관없이 만화가의 길을 걸은 것에 대해 “원래 만화를 좋아했다”고 말한 그는 학생 시절 우리대학교 만화 동아리인 ‘만화사랑’에서 활동하며 만화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한다. 그렇게 풍자와 패러디가 담긴 만화를 그린 지도 어언 20년. 그가 풍자와 패러디를 위해 만화라는 장르를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글, 그림, 영화, 음악 등 인간이 서로 소통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거나 가치관을 나타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만화 역시 이러한 방법 중 하나인데 그는 “매체마다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글로 전달할 수 없는 부분은 그림이 전달하고 그림이 전달할 수 없는 부분은 글이 전달한다는 것이다. 박 작가는 따라서 “어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방법을 동원해서 소통하고 이해해야 한다”며 “만화는 글과 그림을 통해 표현되는 일종의 멀티미디어로 효과적인 소통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만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했다.

「경향신문」 4컷 시사만화 장도리

 그가 20년 동안 그린 ‘장도리’는 정통 시사만화다. 4컷 분량의 이 만화는 지면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고 회자된다. ‘장도리’를 처음 접했을 때 ‘왜 제목이 장도리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는 기자의 물음에 박 작가는 “처음부터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지은 제목은 아니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를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순우리말인 장도리는 망치의 일종으로 보통의 망치와는 다르게 못을 박는 부분과 박힌 못을 빼내는 노루발이 같이 달려있다. 그는 ‘고장 난 의자’를 예로 들며 장도리가 가진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 사람들은 의자가 고장이 나면 고쳐서 다시 사용했다. 하지만 요새는 어떠한가? 의자가 고장이 나면 고쳐서 다시 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새로 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와 다르게 현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사라지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즉, 개인의 존재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이에 그는 “과거에는 고장 난 것을 스스로 고치려 했던 우리들의 존재가치,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자유의지를 살려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장도리’라는 제목에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접하는 하나의 사건은 하나가 아니야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나 인물들을 풍자의 소재로 삼는 그에게 기자는 “만화의 소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나비효과’의 예를 들었다. 여기 ‘자살’이라는 사건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사람은 개인의지가 나약해서 자살한 것일까? 오로지 그 이유뿐일까? 그는 단호히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살한 원인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원인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상관관계인데 쉽게 말해 하나의 사건은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연관돼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짧고 간결하게 만화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바로 그의 역할이다. 그는 “하나의 소재를 선택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원인들을 압축시켜 한 번에 보여주려고 한다”며 “독자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그가 그렸던 어벤져스와 어나니머스의 패러디가 그렇다. 영화 『어벤져스2』 촬영팀의 한국 방문과 국제해커 조직인 어나니머스의 ‘한국 정부의 서버를 테러하겠다’는 예고는 별개의 사건 같지만 ‘한국을 방문한다’는 키워드로 하나의 사건으로 연관시킬 수 있다는 것. 결국 한국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패러디 해 독자들에게 큰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만화에서 패러디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박 작가는 “잘 알려진 것들을 패러디 한다”며 “패러디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을 패러디하면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향유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던 시절에는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이 있었기에 패러디를 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패러디하기가 어렵다고. 이러한 원인으로는 ‘다원화된 사회’를 꼽을 수 있다. 나오는 저작물도 다양하고, 각자의 관심사도 다양하기 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전 국민적으로 좋아하는 무언가가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그가 패러디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앞서 말했듯이 하나의 사건에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존재하며 이를 독자들에게 쉽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만화’와 ‘패러디’가 절대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만화를 통해 변화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꼭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학생들에게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자본이나 기업논리에 의존하지 말고 내 삶에 시간을 투자해 자신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장도리’에서 사건 간의 상관관계를 패러디함으로써 독자들이 다방면으로 생각해 볼 계기를 제공한다. 지금 당장, 자신에게 닥친 모든 사건들의 상관관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3월 24일자 「경향신문」에 발행된 ‘장도리’

 

이준호 기자
bonojuno@yonsei.ac.kr
<자료사진 경향신문>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