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숭이 안녕! 오늘 날이 맑은데 바람은 굉장히 많이 분다. 오늘 모처럼 치마를 입었는데, 치마를 입으면서 다리가 굵어보이나 괜찮나 엄마한테 계속 물어보다가 네 생각이 났어. 다이어트 신경쓰느라 너한테 “나 살쪘어?”하고 물으면, 넌 늘 “넌 지금이 제일 딱 보기 좋아”라고 대답해주잖아. 뭔가 네가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건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널 만나오면서 항상 그랬던 것 같아. 너에게 괜찮냐 묻고 괜찮다 들으면 그게 나에겐 왜 그리 큰 위안이던지. 내가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들이 자신 없을 때 네가 나보다도 내 편을 더 들어줘서, 고등학교 때 자신감 부족이었던 내가 이제는 지 잘난 줄 알고 여기저기 활보하고 다닌다, 아이고. 고등학교 때를 떠올리면 거의 모든 시간 속에 네가 함께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내 머리 속에 떠올리는 장면장면마다 네가 있어. ‘우린 365일 중 명절 빼고 360일은 하루 종일 붙어 다닌다’는 말. 고등학교 때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정말 사실이었는데. 평일이면 평일대로, 주말이면 주말대로 같은 교실에서 의자 위에 아빠다리하고 앉아서 담요덮고 공부하고, 모르는 게 있을 때면 담요를 치마마냥 허리춤에 둘둘 말고 와서 옆에 쪼그려 앉아 소근소근 서로 물어보던 때, 고등학생들의 공통적인 고민, 변비 해소한답시고 애들 많은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 안 가고 있다가 야자시간이면 감독 선생님 몰래 두루마리 휴지 들고 허리 숙여서 같이 화장실 가던 때, 친구들이랑 같이 밥 먹으려고 저녁시간에 끙끙대며 귀찮게 책상을 모으던 때. 매일하는 모든 것들에 네가 함께 했었어. 우리 고등학생 때 놀던 것도 어쩜 그렇게 건전했던지. 누구는 고등학생 때 퍼 자켓입고 클럽가서 술마시고 당구치고 놀았다는데, 우린 같이 애들한테서 엉터리로 배운 탁구 치러가고, 교실 불 다 꺼놓고 잡기 놀이하고, 자습실에 의자 갖고 모여 앉아 윙크 게임이나 원카드, 007하면서 좋다고 깔깔대고. 참 웃겼던 것 같아. 둘이 너무 붙어 다녀서 친구들조차 둘이 구분이 잘 안된다고 이름을 바꿔 부르곤 했던 것. 심지어 우리조차도 전혀 미리 예고도 없이 입을 떼고 노래를 불렀는데 동시에 같은 노래 같은 소절을 부르고, 친구랑 같이 얘기하는데 동시에 같은 리액션을 하거나 같은 말을 던진 것도. 내가 해온 6년, 아니 더 넓게 보면 12년간의 공부가 결과로 나오기를 기다리던, 어떻게 보면 참 아슬아슬하고 불확실해서 끔찍할 수도 있던 그 시간들이 이렇게나 즐겁게 기억되는 건 말하기 참 징그럽지만, 네 덕분이 크다. 
 나, 아니 우리, 저때는 저때가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우리. 근데 너는 그게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사람 간의 관계들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 때문에, 그냥 이런 저런 주변의 것들 때문에. 나는 네 덕분에 늘 자신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내가 너에게 해준 것은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 문득 의문이 들더라. 나는 상대방에게 자신감을 주는 방법을 잘 몰라서 네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해줄 순 없을 지도 몰라. 대신, 항상 네 편에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게. 고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인생의 중요한 단계를 너와 함께 했고, 서로가 서로의 그 순간을 기억해줄 수 있다는게 나는 너무 고맙고 행복하거든. 무슨 사랑고백 같다. 심지어 학교 신문에 기고하는 거라 이모티콘이나 ㅋ도 못 쓰겠어서. 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언제 카톡을 보내도 부담없고 울고 싶으면 갑자기 전화해서 엉엉 울어도 들어줄 수 있고 서로 하루 종일 얘기해도 얘기할 게 또 남아있는 이런 친구로 평생 같이 하자! 우울해하지말고 기운내, 싱숭아. 싱숭이가 더 이상 싱숭이가 아닌 날이 오길 바랄게 :)


생숭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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