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새 학기가 시작됐다. 갓 입학한 새내기들은 모든 것이 새로운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을 품고, 또 재학생들은 각자의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학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입생 환영회부터 시작해 오티 뒤풀이에 개강 총회까지. 매일 밤을 술로 지새우고, 초췌한 모습으로 다음 날 수업을 가는 자신의 모습을 적잖이 발견할 수 있었을 터! 이제 새 학기가 시작한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열심히 공부하겠다던 그 다짐은 어디로 갔을까. 이렇게 주변에 들뜬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유익하게’ 밤샘을 하는 이들을 만나봤다.

 

   
   
 

소리를 창조하는 사람들, 우리는 소창사!

쿵쿵쿵쿵!! 좡좡좡!! 드럼소리와 베이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따라 가보니 바로 원주캠 중앙 그룹사운드 동아리인 ‘소리를 창조하는 사람들(아래 소창사)’의 연습실이었다.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소창사의 멤버들은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공연·예술 분과 동아리들은 공연을 앞두고 밤샘 연습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습실을 가득 메우는 악기소리와 보컬소리가 마치 나만을 위한 콘서트에 와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멤버들끼리 최고의 소리를 내기 위해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모습이 생동적으로 보였다. “밤늦게까지 혹은 밤을 새면서 연습을 하면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드럼을 맡고 있는 소창사 회장 황태환(생과기·13)씨는 “피곤하긴 하지만 밤을 새지 않으면 연습할 시간이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모든 학생들이 맞는 연습시간을 찾다 보면 결국 밤이나 새벽뿐이라는 것. 보컬인 신주현(시디·13)씨는 “보컬로서 목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밤을 새서 끝까지 연습해본적은 없지만 항상 열심히 연습해주는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자정이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기자가 “오늘 기숙사 못 들어가겠네요?”라고 말하자 연습실에 있던 멤버들은 입을 모아 “그래서 저희 이거(연습) 때문에 자취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학생들에게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는 그들의 웃음에서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한다는 즐거움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연습실을 나서는 기자의 어깨 너머로 다시 음악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애드플래쉬, 밤샘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필수죠!

지난 1990년 성균관대에서 ‘애드쿠스’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애드플래쉬’는 현재 서울, 경인 지역의 30여 개 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만든 광고 연합 동아리다. 새 학기를 맞이해 여느 동아리들과 마찬가지로 26기 신입생 선발로 밤낮없이 바쁜 애드플래쉬 회원들을 만나봤다.
애드플래쉬의 신입생을 뽑기 위해 시험과 면접을 준비하던 ‘신입생 모집 프로젝트’가 지난 15일 끝났다. ‘흑심을 품다’라는 컨셉으로 진행된 이번 신입생 모집에서는 개인이 갖고 있는 흑심을 적을 수 있도록 만든 ‘소원 팔찌’를 홍익대 앞에서 나눠줬다. 이 이벤트를 위해 회원들은 밤새 팔찌를 꽜다고 한다. 이렇게 신입생 모집을 위해 밤을 지새우는 이들에게 밤샘은 어떤 의미일까.
애드플래쉬는 광고 연합 동아리인 만큼 경쟁PT나 광고제, 공모전 등을 준비한다. 우리신문과 마찬가지로(우리신문은 금요일 밤샘 제작을 한다)매주 토요일 정기적인 일정을 진행하고 밤샘을 한다. 앞서 말했던 굵직한 행사들에서 양질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그들에게 밤샘은 필수라고. 뿐만 아니라 애드플래쉬 47대 회장 동덕여대 김효빈(국제경영학·09)씨는 “여러 학교에서 모인 연합 동아리인 만큼 친목을 다질 기회가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없다”며 “초반에는 친목을 위해 밤샘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광고업계는 밤샘이 잦기로 유명한데 이곳에서는 그러한 광고인의 생활패턴(?)들을 미리 체험해 보는 일환으로 밤을 샌다고. “‘이러한 밤샘이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 25기 마케팅부 동덕여대 황인경(영어·11)씨는 “젊음이 넘칠 때 낭비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 미덕”이라며 “밤샘이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재미있는 추억도 많이 쌓고, 잠도 자지 않으며 무엇인가에 내 열정을 쏟아 붓는 경험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5기 디자인부 서울여대 박민서(시각디자인·11)씨는 “밤새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니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며 “물론 프로젝트나 공모전을 진행하며 광고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도 많다”고 답했다.

기자가 만나본 두 동아리는 공통적으로 “밤샘을 통해 얻는 가장 큰 것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가장 감성적으로 된다는 새벽을 함께 보내며 끈끈한 정을 나누는 그들. 그들의 젊음은 오늘도 밤과 함께 밝게 빛난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bonojun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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