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주의 예술가 김영성의 이야기

 어떤 작품을 보고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린 적이 있는가? 눈앞에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리얼’한 그림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극사실주의 예술가 김영성 씨다. 그는 개구리, 달팽이, 곤충 등 본인만의 독창적인 소재로 최근 해외에서까지 주목을 받는 유망주다. 김씨를 만나 그의 작품만큼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다양한 장르 중에서 극사실주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부터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어요. 그러나 여러 과제들을 하느라 그 욕구를 풀 시간이 없었죠. 언젠가 여유가 있을 때 꼭 극사실주의 회화의 끝을 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서른 즈음에 다시 제대로 도전을 했죠. 그때부터 『골프』 연작으로 시작해서 곤충, 물고기, 달팽이, 개구리가 등장하는 『無·生·物』 연작까지 작업을 해왔어요. 원래는 40세에 극사실주의 회화 작업을 모두 마치고 다른 장르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아직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42세인 지금까지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작품의 소재를 정할 때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정하는 것인가요?

현재 진행 중인 『無·生·物』 연작의 소재는 ‘작은 생물들’이에요. 이들을 작품의 소재로 선정한 첫 번째 이유는 사람들이 친숙하게 생각하지만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소재들이기 때문이에요. 보편적인 회화의 작품 소재로는 생소한 것들이기도 하구요. 또한 작은 생물들의 형태나 구조, 색감, 질감이 생각보다 아주 아름다웠기 때문에 사진보다 더 세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하나 고른다면?

나의 작품 모두가 자식들만큼 소중해요.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한 점을 고르자면 ‘120호’ 사탕 통 속에 개구리가 앉아 있는 작품이에요. 그 이유는 개구리가 언뜻 보면 정말 예쁘게 앉아있지만 자세히 보면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현대인들도 언뜻 보기엔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콘크리트 건물들 속에서 불행해하고 불안해하니까요.

Q. 사진과 극사실주의 작품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사진과 회화의 차이점은 정말 많아요. 그 중에서 기계를 통해서 표현이 되는 것인지 인간의 손을 통해서 표현이 되는 것인지, 이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차이에요. 일반 사람들은 회화가 사진보다 더 정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손을 통해서 표현이 되는 것이 좀 더 정신을 진솔하게 담을 수 있고 그 대상이 가진 생동감을 더 잘 살려낼 수 있어요. 사진은 대상의 형태를 단순화시켜서 표현하지만 회화는 작가의 손을 통해 그 대상의 색감과 질감을 극대화해서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손맛’인 거죠.

Q. 작품을 극사실주의로 표현할 때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카메라 등의 미디어 기기들은 계속해서 진보하고 있고 제 뇌와 눈은 한없이 높아졌는데 재주는 부족한 것이 어려움이라고 봐요. 그래서 십 년 넘게 한 번의 휴가도 없이 매일 네다섯 시간만 자며 작업하고 있어요. 실질적인 어려움으로는 작품 소재로 쓰이는 작은 동물들을 사진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에요. 저는 사진 촬영 후 그 사진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물고기의 경우 플래시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빠르게 움직이거든요. 개구리 같은 경우는 점프를 하기도 하고요. 원하는 한 컷을 얻기 위해 며칠 간 수천 컷을 작업하곤 해요.

Q. 극사실주의 작품을 감상하는 팁이 있다면?

수많은 관객들이 저의 작품들을 보고 “사진 같다”거나 “사진으로 남기지 왜 굳이 그리는 걸까?”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곤 해요. 저는 사람들이 작품의 기술적인 부분에만 편중되게 관심을 갖는 것이 아쉬워요. 극사실주의 작품들은 기나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고뇌와 열정으로 탄생해요.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도 걸리죠. 이 작품들의 좀 더 내용적인 부분, 즉 작가의 의도나 그 작품에 담긴 ‘철학’이 무엇일까 고민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작가나 전시장 스텝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주 좋은 감상 방법이에요.

그림을 통해 그 대상의 외형을 넘어서 작고 사소한 생물들의 생명력까지 담으려는 열정. 그리고 본인만의 철학을 담아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일깨워주고 싶어 하는 바람. 그것은 어쩌면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이자 애정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김 씨는 계속해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불안함을 캔버스 위에 진솔하게 그려낼 것이다.


글‧사진 홍문령 기자
lalalala24@yonsei.ac.kr

<자료사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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