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EBS ‘하나뿐인 지구’ 최평순, 장후영 다큐멘터리 PD를 만나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매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음악, 영화, 그림…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 다큐멘터리(아래 다큐)를 통해 현실을 보여주고 또 재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을 다큐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던지는 그들. 바로 다큐멘터리 PD다. EBS 환경 다큐 ‘하나뿐인 지구’를 맡고 있는 최평순, 장후영 PD를 만나봤다.

다큐멘터리, 어디까지 알고 있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큐를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역시 그랬다. 하지만 “다큐란 무엇인가?”라는 첫 질문에 돌아온 답은 기대와 달랐다. 최PD, 장PD가 말하는 다큐란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따라서 좋은 다큐를 만들려면 시청자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다큐와 영화는 공통점을 갖지만 영화는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보지 않을 수 있고, 다큐는 TV를 시청하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다큐는 영화와 달리 방송시간과 러닝타임 등이 정해져 있다는 점도 다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다큐라도 KBS ‘다큐 3일’과 MBC ‘다큐프라임’이 다르듯이 방송사에 따라 그 특징이 다르다.
이들이 제작하는 ‘하나뿐인 지구’는 23년 된 우리나라의 최초이자, 유일한 정규 환경 다큐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다른 다큐 프로그램들과 큰 차별성을 갖고 있다. 6명의 PD가 6주마다 한 번씩 돌아가며 제작을 하는데 제작기간이 짧다보니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최PD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주제를 빠르게 반영해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반응하고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환경’이라는 주제 자체가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EBS PD들 중에서도 젊은 피(?)에 속하는 두 PD는 “‘환경’이라는 주제를 재미있으면서도 뻔하지 않게 다루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최PD는 “생각보다 환경 문제가 가까이에 존재하고 어떠한 문제든지 환경과 연관 지어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으로 신선함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결혼, 패션 등 환경과 거리가 있는 주제들도 ‘하나뿐인 지구’에서 다룬다고 한다니 흥미가 있으면 찾아보시라!

주관성과 객관성, 그 사이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큐 제작 과정에서 주관이 배제돼야 한다’는 기자의 생각에 최PD는 “주관을 배제하는 것이 가능한가도 의문이고, 주관을 배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제작자가 주관을 드러내고 다큐를 편향적으로 연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두 PD는 “다큐에 주관이 들어가도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답은 ‘메시지’에 있다”고 말한다. 다큐를 통해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시지가 존재한다면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메시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큐 자체에 별 의미가 없다고. 결론적으로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이러한 논쟁을 떠나 두 PD가 다큐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하나로 입을 모았다. “‘현실을 얼마나 그대로 표현해내는 것이냐’가 아니라 다큐에서 다루는 것들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 기능을 수행 하는가’가 중요하다.”

현실, 그리고 다큐

장PD는 “현실은 그냥 덩어리로 앞에 놓여 있는 것”이며 “다큐는 이러한 현실의 덩어리를 의미 짓고 규정 짓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현실을 어떻게 꿰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지 이 단계에서 제작자로서의 고민을 한다고. 최PD는 “찍은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나열’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떻게 편집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편집을 ‘현실을 재구성 한다’고 칭하는데 얼마만큼 다큐를 현실에 맞게 재구성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제작자의 능력이 판가름 된다.
그렇게 편집된 다큐를 보고 A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B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둘 다 거짓이 아니다. 둘 다 현실이다. 결국 다큐에서 현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같은 것을 보고 A라고 생각하게 만드느냐, B라고 생각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둘은 강조한다. 그리고 무엇이 됐든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에 따라 그것이 실제가 되고 현실이 된다.

마지막으로 두 PD가 대학생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대학생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존재니 다큐를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의식과 행동을 일치시키라는 것.” 좋은 다큐를 보고 행동으로 옮겨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결국 다큐가 의도하는 바이며 제작자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던 작은 일부터 당장 시작해보자. 그것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지 누가 알겠는가.

글‧사진 이준호 기자
bonojuno@yonsei.ac.kr

<자료사진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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