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 위치한 서울역은 KTX, 기차, 지하철 그리고 버스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의 중심지다. 이곳 서울역은 매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40만여 명의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 다채로운 풍경을 가진 서울역의 하루는 오늘도 특별하다.

 

#1. 서울역 내부 로비에는 바깥 광장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표를 끊는 사람들부터 이산가족 상봉처럼 기뻐하는 학생들, 여행객들의 안내를 돕는 직원들, 휴가를 나온 군인들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그곳, 서울역에 있었다.

 

#2. 두 명의 친구가 “이거 타는기다”, “아이다, 요거 타는기다”라며 지도와 핸드폰을 뒤적였다. 실랑이를 벌이는 그 때, “진주행 새마을호 1031호 열차가 곧 출발하오니….”라는 방송이 나오자마자 둘은 “이기다!!!”며 짐을 바리바리 챙겨들고 열차를 향해 뛰어갔다.

 

#3. 서울역 곳곳에는 콘센트를 사수하려는 속칭 ‘배터리 거지’들이 존재한다. 열차 출발 시각까지 1시간 정도 남은 김일도(24)씨는 “지루한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달래기 위해 배터리를 충전할 콘센트를 찾고 있다”고 했다.

 

#4. 매표소 이외에도 곳곳에 무인발권기가 있기 때문에 기차표를 끊기 위해 예전만큼 오랜 시간 기다리는 일은 없다고. 한편 매표원 김혜경(28)씨는 “친절하게 대하면 대부분의 고객들은 수긍하는 편이지만 간혹 나이 많으신 분들이 언성을 높일 때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5. 구석에 있는 선로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부 남기복(51)씨는 “지하철과 연결되는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라며 동료와 함께 전기선 작업을 하느라 분주히 손을 놀렸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은 수건으로 닦아낼 정도로 흘러 내렸다.

 

#6.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 앞. 열차 출발이 임박하자 줄 선 사람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이에 만드는 사람의 손도 빨라진다. 발을 동동 굴리던 한 아가씨는 도시락을 받자마자 열차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7. 때마침 부산발 서울행 KTX 열차가 도착했다. 열차 안 모든 사람들이 다 내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여 분.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빈자리를 채우는 사람이 있듯이, 서울역은 오고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8. KTX 승무원과 직원들이 열차 안에 남은 승객이 없는지 확인한 후 무전을 보낸다. 신호와 함께 빈 KTX가 서울역을 빠져나가고, 모두가 떠난 선로에는 고요함만 남았다.

 

#9. 그 시각, 서울역 앞 버스환승센터는 귀가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양한 번호와 색깔을 가진 버스들이 쉴 틈 없이 환승센터로 들어오고 사람들은 분주했다. 정신없이 움직이던 서울역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10. KTX와 무궁화 호. 매끈한 KTX에 비해 무궁화 호 동체 상단은 세월이 느껴졌다. 외형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무게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이용했다는 산 증거임이 분명하리라.

 

글‧사진 이준호 기자
bonojun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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