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기자로부터 본 주제를 받았을 때 상당히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사인(私人)인 나 자신의 사생활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마당에 공인의 사생활 보호라니. 남의 연애 이야기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김연아 열애설 때문에 본 주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를 두고 공인들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결론부터 미리 밝혀 두자면, 공인의 사생활 보호는 지극히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따라서 '그들의 사생활을 보호하자'는 논쟁 자체는 무의미한 것이다. 공인들은 자신들의 사생활이 외부로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첫 번째 근거는 간단한 수요와 공급, 그리고 생태계의 원리를 본 현상에 적용시켜 설명 가능하다. 오늘날 공인의 의미는 스포츠 스타나 연기자처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까지도 포함한다. 공인들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마련이다. 공인들 중 어느 누군가 요즘 '핫'해졌다면 대중들의 관심은 그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바로 이 때, 대중들로부터 그 공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 즉 수요가 창출된다. 그리고 그 욕구는 탄탄한 네트워크와 고도의 취재력을 갖춘 각종 미디어 매체들에 의해 쉽사리 해결된다. 인터넷뉴스가 등장하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상당수의 언론 매체들이 생겨났다. 이 매체들은 대중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언론사의 수익구조에서 이는 곧 생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언론 생태계가 생겨나게 되는데, 이 매체들은 인지도를 통해 더 많은 광고수입을 얻기 위해 서로 앞다투어 특종을 잡아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다른 매체보다 더 신속히 특종을 잡아내야 이기는 언론 생태계에서 공인들의 사생활 보호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혹자는 공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언론사의 행위에 대해 법으로 규제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론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불가능하다.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케케묵은 근거를 들 수도 있지만, 가장 확실한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이다. 다시 말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대다수의 권력자들이 공인들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권력자들 중에서는 공인들이 많은데, 자신 스스로가 공인이면서 공인들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 어딘가 모르게 모순이 있지만 이것은 맞는 말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정치적 문제가 점차 국민으로부터 비난받으려고 할 때 그것을 잠재우기 위해, 국민들을 자극시켜 눈 가릴 만한 것 중 톱스타들의 충격적인 사생활 폭로만큼 좋은 소재도 없다. 이것은 과거 3S정책과도 많이 닮아있다. 예를 들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함께 이슈화된 톱스타 섹스비디오사건, 구체적으로는 몇 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사건이 터졌을 때 묘하게 터진 서태지와 이지아의 스캔들. 이 모든 것들을 우연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우리는 공인의 사생활을 보호해야한다 혹은 말아야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보다 본질적인 것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의 본질은 언론사의 '보도윤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 간직하고 싶은 사생활이 있다. 그리고 그 사생활은 앞으로 더욱더 보장받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시대가 역행하지 않는 이상, 더 많은 사생활 침해 사건이 발생할 것이며 그것은 개인적으로 정신적 상처는 물론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문제 상황에서 언론인들의 본질에 충실한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언론 생태계에서 단순 생존을 위해 자극적인 뉴스만을 제공하려고 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뉴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기 보다는 권력자의 횡포에 맞서 국민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 그 방법으로써 '보도윤리'가 지향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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