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로 오르기 전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있는 듯하다. 게이트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는 표정들에서는 어떤 비장감마저 흘렀다. 드디어 간다는 벅찬 외침이 울려 퍼지고 열여섯 명 각자가 그려온 다짐을 가득 안고서 향한 그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였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이하 새움터)가 주최한 이번 탐방의 키워드는 Barrier-Free였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그리고 새움터 담당자로 구성된 우리는 단순히 미국의 유명한 장소를 간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떠난 것이 아니었다. 어느 기관을 어떤 목적으로 가서 배우고 생각할지 몇 개월 전부터 직접 일정을 구상하고 계획했다. 당장 우리가 직면한 혹은 앞으로 사회에서 마주할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없애기 위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우리들의 Barrier-Free 글로벌 탐방이 꾸려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 가서 무엇을 보았을까.

탐방하는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은 잘 갖추어진 시설을 통해 본 제도와 인식 사이의 관계였다. 우리가 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식사를 하러 음식점이나 카페에 들어갈 때마다 든 생각은 장애인 법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만들어진 결과가 이 정도구나 하는 것이었다. 식당 안의 화장실조차도 휠체어의 접근성을 고려했다. 고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곳은 그러한 시설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손 씻는 곳에 설치된 세정제와 티슈는 센서가 작동해서 자동으로 나오고 있었다. 문 여는 버튼은 발이나 휠체어가 닿을 수 있게 아래쪽에도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배려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법이 제정되고 의무를 부여한다고 해서 바로 그 성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본다. 법적 의무와 사람들의 인식이 많은 부분에서 일치할 때까지 미국에서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지금도 이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이동권과 접근성 보장을 위한 장애인의 요구, 건설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의 입장, 복지국가에서 법을 만드는 자와 집행하는 자도 다양한 시민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모두가 제각각의 이해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는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의 이십 년이 넘은 시간과 우리나라의 십 년도 되지 않은 시간(미국의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와 우리나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년도를 기준으로 서술)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제도와 인식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면 제도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제도를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대학교의 학생으로 간 것이니만큼 대학 방문에 관해 좀 더 말하고자 한다. 우리가 갔던 UC Berkeley, Stanford, CSUN, UC Irvine의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장애학생에게 제공되고 있는 지원제도의 유형은 우리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전담직원 한 명과 조교 한 명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강의 시간에만 지원이 한정되며 보조기기 또한 부족한 새움터와 그곳은 사뭇 달랐다. 이는 결국 재정적인 문제로 귀결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으나 우리가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서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로 초점을 바꾸어야 한다. 더욱이 계속 진행될 신입생들의 RC제도가 완전히 정착되려면 국제캠퍼스에도 새움터와 같은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곳에 있는 장애학생이 전화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담당자가 정문 앞에서 M버스를 타고 그곳까지 가는 데 걸리는 한두 시간이 그들에게는 반나절 이상의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 지원받는 그것이 이들에게는 일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번 Barrier-Free 글로벌 탐방을 하면서 학교의 학생으로서, 더 나아가 사회에서 내가 중점적으로 두어야 할 가치와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같은 시간을 보내온 사람들에게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되며, Barrier-Free를 위한 값진 여정의 기회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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